지젤 비엔의 연출작 ‘사람들(Cro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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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6, 2024

글 고성연








어수선한 파티장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무대에 선 15명의 댄서. 차림새와 분위기를 통해 젠더, 직업, 사회 계급 등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다양한 캐릭터임을 상징하는 듯한 이들은 절제된 느낌으로 느린 움직임을 이어나가는데, 그들의 호흡과 몸의 떨림, 감정선이 롤러코스터처럼 변화하는 세밀한 흐름에 몰입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프랑스계 오스트리아 안무가이자 예술가 지젤 비엔(Gise‵le Vienne) 감독의 ‘사람들(Crowd)’은 이렇듯 복잡다단한 인간 내면의 감정을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과 함께하는 ‘몸의 철학’으로 풀어낸 강렬한 작품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이 주도하는 문화 예술 이니셔티브인 w댄스 리플렉션(Dance Reflections by Van Cleef & Arpels)을 통해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지젤 비엔의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답게 올해로 24회를 맞이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폐막작으로 지난 10월 26일과 27일, 이틀간의 공연을 밀도 있게 마무리했다. 철학과 더불어 인형극을 공부하기도 한 지젤 비엔 감독은 여러 매체를 조합해 독특한 스타일의 댄스 퍼포먼스를 빚어냈으며, 이를 통해 인간 본능과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다루면서 몸의 언어를 통한 지각과 힘의 관계성을 해부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SPAF 폐막 공연 당시 아티스트 토크에 참석한 지젤 비엔 감독은 자신의 안무를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면서 절대로 추상적이지 많은 몸의 움직임은 인식의 폭을 확장해준다고 설명했다. 머리로 하는 사변적 철학이 두통을 가져다주는 것과 달리 그녀가 직조하는 몸의 철학은 ‘다크한’ 모드에서도 의외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마리오네트의 격렬한 버전처럼 보이는 댄서의 움직임이 근막을 활용하는 치유적 행위이기도 하다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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