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5, 2014
글 이소영(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의 저자)
지루한 주례사와 무의미한 결혼식에 지친 신랑 신부들이 전통 혼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통 혼례는 각 순서와 소품에 신랑 신부의 부귀영화를 비는 코드들이 숨어 있기 때문에 그 의미를 파악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결혼식을 만들 수 있다.
1 대례에서 신부가 신는 꽃신은 운혜라고 하는데, 구름무늬로 장식했다는 의미이다. 제비부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제비부리신이라고도 한다.
2 족두리는 검은 비단 여섯 폭으로 이어 만들고, 칠보, 밀화, 비취, 산호, 진주 등으로 장식한다.
3 교배례는 신랑 신부가 처음 대면해 예를 표하는 의식으로, 서로 절을 하고 손을 씻는 의식인 관수세수가 포함되어 있다.
4 신랑 신부가 서로 절을 하고 무릎을 꿇고 앉아 술잔을 나누는 합근례.
2 족두리는 검은 비단 여섯 폭으로 이어 만들고, 칠보, 밀화, 비취, 산호, 진주 등으로 장식한다.
3 교배례는 신랑 신부가 처음 대면해 예를 표하는 의식으로, 서로 절을 하고 손을 씻는 의식인 관수세수가 포함되어 있다.
4 신랑 신부가 서로 절을 하고 무릎을 꿇고 앉아 술잔을 나누는 합근례.
전통 혼례에서는 남녀가 평등하다
전통 혼례는 복잡하고 어렵다? 전혀 모르니까 걱정되는 것일 뿐, 조금만 알면 더없이 간단하고 의미가 깊다. 혼인 순서와 과정의 숨겨진 뜻에 대해 알게 되면 누구라도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탄복할 것이다.
“비단에 싸놓은 닭이 푸드덕거린다. 마치 쌀을 쪼아 먹으려는 듯 주동이를 내민다. 수모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신부는 신랑을 향해 큰 절을 두 번 한다. 홍이는 다시 꽃신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하고 생각한다. 홍이가 답례를 아니하는 것을 본 안부가 낮은 목소리로, ‘답례하시오.’ 홍이는 답례의 큰 절을 한 번 한다. 그리고 신랑 신부는 자리에 앉는다. 빗방울은 빗줄기로 변했다. 청실홍실을 늘어뜨린 술잔에 술을 부어 수모가 신랑 앞으로 가져온다. 술잔을 신랑 입술에 잠시 대었다가 떼고 술은 땅에 버린다. 수모는 다시 신랑 편에서 술을 부어 신부에게 가져가서 꼭 같은 동작을 되풀이한다. 교배잔을 세 번 나눈 다음 신부는 재배하고 신랑은 일배한다.” (박경리 <토지> 중에서)
소설가 박경리의 작품 <토지>에서 전통 혼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박경리는 전통 혼례를 보고 자란 세대였기에 바로 눈앞에서 혼인을 보는 듯이 생생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이 장면만 보아도 전통 혼례의 중요한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전통 혼례에 대한 대중의 오해 중 가장 큰 것은 남녀가 평등하지 않으리라는 선입견을 들 수 있겠다. 소설 속의 이 장면만 읽어도 신부는 두 번 절(재배)을 하는데 신랑은 한 번 절(일배)을 한다. TV 속 사극의 혼례 장면에서도 신랑은 당당하게 서 있는 반면, 신부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연신 절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여성으로서 신랑을 더욱 존중한다는 뜻은 아니다. 신랑은 양(陽)인 까닭에 양의 최소수인 한 번 절하고, 신부는 음(陰)이기에 음의 최소수인 두 번 절하는 것이다. 신부가 두 번 절하면 신랑이 한 번 절하는데, 이를 두 번 하면 신부는 사배, 신랑은 재배가 되는 것이다. 또 ‘혼인(婚姻)’이라는 명칭 자체에 남녀가 평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혼(婚)은 ‘남자가 장가 간다’라는 뜻이고, 인(姻)은 ‘여자가 시집간다’는 것. 따라서 남자가 장가가고 여자가 시집가는 동등한 행사가 바로 혼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와 여자는 혼례에서 서로 절을 하며 평등한 존재로서 하나가 되었음을 약속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의 평등 의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에 싸놓은 닭이 푸드덕거린다. 마치 쌀을 쪼아 먹으려는 듯 주동이를 내민다. 수모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신부는 신랑을 향해 큰 절을 두 번 한다. 홍이는 다시 꽃신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하고 생각한다. 홍이가 답례를 아니하는 것을 본 안부가 낮은 목소리로, ‘답례하시오.’ 홍이는 답례의 큰 절을 한 번 한다. 그리고 신랑 신부는 자리에 앉는다. 빗방울은 빗줄기로 변했다. 청실홍실을 늘어뜨린 술잔에 술을 부어 수모가 신랑 앞으로 가져온다. 술잔을 신랑 입술에 잠시 대었다가 떼고 술은 땅에 버린다. 수모는 다시 신랑 편에서 술을 부어 신부에게 가져가서 꼭 같은 동작을 되풀이한다. 교배잔을 세 번 나눈 다음 신부는 재배하고 신랑은 일배한다.” (박경리 <토지> 중에서)
소설가 박경리의 작품 <토지>에서 전통 혼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박경리는 전통 혼례를 보고 자란 세대였기에 바로 눈앞에서 혼인을 보는 듯이 생생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이 장면만 보아도 전통 혼례의 중요한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전통 혼례에 대한 대중의 오해 중 가장 큰 것은 남녀가 평등하지 않으리라는 선입견을 들 수 있겠다. 소설 속의 이 장면만 읽어도 신부는 두 번 절(재배)을 하는데 신랑은 한 번 절(일배)을 한다. TV 속 사극의 혼례 장면에서도 신랑은 당당하게 서 있는 반면, 신부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연신 절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여성으로서 신랑을 더욱 존중한다는 뜻은 아니다. 신랑은 양(陽)인 까닭에 양의 최소수인 한 번 절하고, 신부는 음(陰)이기에 음의 최소수인 두 번 절하는 것이다. 신부가 두 번 절하면 신랑이 한 번 절하는데, 이를 두 번 하면 신부는 사배, 신랑은 재배가 되는 것이다. 또 ‘혼인(婚姻)’이라는 명칭 자체에 남녀가 평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혼(婚)은 ‘남자가 장가 간다’라는 뜻이고, 인(姻)은 ‘여자가 시집간다’는 것. 따라서 남자가 장가가고 여자가 시집가는 동등한 행사가 바로 혼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와 여자는 혼례에서 서로 절을 하며 평등한 존재로서 하나가 되었음을 약속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의 평등 의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의혼의 속궁합과 겉궁합
전통 혼례의 순서는 크게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의혼(議婚), 대례(大禮), 신행(新行)이 그것이다. 의혼은 혼인을 서로 수락하고 식을 올리기 전까지의 과정을 뜻한다. 현대에서는 의혼 과정을 축소하거나 생략해도 무방하지만, 각 과정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아둔다면 더욱 뜻깊은 혼인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의혼의 가장 초기인 중매 단계에서는 궁합을 보기도 한다. 겉궁합은 남녀의 나이에 따른 십이지(十二支)를 기준으로 맞추어보는 것이며, 속궁합은 남녀의 생년월일시를 맞추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서 궁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음 단계인 납채(納采)는 약혼과 같은 개념으로, 신랑이 혼인 의사를 전하면, 신부 집에서 이를 수락하는 예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양가의 근친이 두루 모여 인사를 주고받으며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신부 집에서 혼인 날짜를 정하는 택일단자를 신랑 집으로 보내는 연길(涓吉)과,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혼수함을 보내는 납폐(納幣)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이 납폐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납폐는 청혼의 성립을 나타내기 위해서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혼수와 혼서를 넣은 함을 보내는 것이다. 혼서는 특히 ‘일편단심 일부종사’를 표현하는 것이기에 과거에는 신부가 평생 간직하다가 죽을 때 관 속에 넣을 정도로 소중히 했다. 전통적으로 함에는 현대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패물이나 금은보화를 넣는 것이 아니었다. 음양을 상징하는 청색과 홍색의 비단을 넣는데,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옷감을 넉넉하게 보내는 정도를 권장하고 사치를 지양했다. 함을 메고 신부 집으로 가는 함진아비는 지인 중에서 부부 금실이 좋은 이로 선정하고, 잡귀를 막기 위해 얼굴에 검댕을 칠했다. 하지만 요즘은 오징어 가면으로 대체한다. 함진아비가 신부 집에 들어가기 전에 늦장을 부려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것은 모두 함께 즐거움을 나누자는 의도이며, 함진아비가 함을 묶었던 광목은 신랑 신부의 첫아이 기저귀로 썼다.
5, 8 초례상에는 촛대 한 쌍, 소나무와 대나무 가지를 꽂은 병, 그리고 쌀, 대추, 밤, 곶감, 암수 닭 한 쌍 등을 보자기에 싸서 놓는다.
6 원삼은 활옷과 같이 대례복으로 사용된다.
7 합근례는 청실홍실로 묶은 표주박 잔으로 신랑 신부가 술을 나누어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9 신부의 머리에 꽂은 용잠에 늘어뜨린 도투락댕기에는 박쥐문, 국화문, 동자문 등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문양을 넣는다.
6 원삼은 활옷과 같이 대례복으로 사용된다.
7 합근례는 청실홍실로 묶은 표주박 잔으로 신랑 신부가 술을 나누어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9 신부의 머리에 꽂은 용잠에 늘어뜨린 도투락댕기에는 박쥐문, 국화문, 동자문 등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문양을 넣는다.
신랑 신부의 치장
드디어 혼인의 하이라이트인 대례 과정이다. 대례는 신랑 신부가 혼인하는 예식을 뜻한다. 대례를 위해 신랑 신부는 아침부터 치장에 분주하다. 신랑은 조선시대 문무관이 일상복으로 입었던 사모관대를 하고 목화를 신는다. 신부는 그야말로 화려하다. 먼저 연두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의미하는 녹의홍상(綠衣紅裳)을 입는다. 그리고 청색과 홍색 스란치마를 겹쳐 입고, 위에 삼회장 노랑 저고리를 입는다. 마지막으로 활옷이나 원삼을 입는다. 홍색 비단으로 만든 활옷에는 화관을 쓰고, 초록색 원삼에는 족두리를 쓴다. 머리 장식으로 뒤에는 기다란 도투락댕기를 드리고, 앞에는 앞댕기를 한다. 쪽머리에는 용잠을 꽂고 화관은 정수리에서 1.5cm 정도 떨어지게 장식한다. 저고리 고름이나 치마 허리에는 노리개를 달아 신부로서의 화사함을 부각시킨다. 서양식 결혼에서는 신랑 신부가 한복을 제대로 갖추어 입은 모습을 보기 어려운데, 몸에 잘 맞춘 한복은 웨딩드레스를 능가하는 우아함과 품격이 있다. 많은 여성들이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으로 전통 혼례를 선택하기를 주저하는데, 웨딩드레스는 사진 촬영이나 혼례가 끝나고 하객에게 인사할 때 입어도 되니 단지 이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좋겠다. 초례상은 미리 차려놓아야 하는데 생각만큼 까다롭지 않다. 상 위에 촛대 한 쌍, 소나무와 대나무 가지를 꽂은 병을 올린다. 그리고 쌀, 대추, 밤, 곶감, 암수 닭 한 쌍을 보자기에 싸서 놓는다. 쌀은 생명, 밤은 건강, 대추는 장수, 닭은 다산, 송죽은 의리와 절개, 촛불은 이곳이 의례식장임을 상징한다. 초례상 옆에는 물을 담은 세숫대야 2개와 수건, 술상 2개를 준비한다.
나무 기러기와 함께 기원하는 백년해로
“그러고 나서 부채로 얼굴을 가린 신부가 머리어멈의 부축을 받으면서 방에서 나와 초례청에서 신랑과 마주 섰다. 신랑은 서쪽을 향해, 신부는 동쪽을 향해 섰다. (중략) 홀기를 부르는 대로 신랑 신부는 꿇어앉아 손 씻고 수건으로 닦고 나서 같이 일어섰다. 그때 신부는 눈을 똑바로 뜨고 신랑을 바라보았다. 태임이의 아름다움이 그때처럼 빛난 적은 없었다. 여북해야 신랑도 웃음을 함빡 머금고 시선을 비꼈다. 부축하던 머리어멈이나 이성이댁 부성이댁도 새색시는 눈을 내리까는 거라고 가르쳐주지 못했다.” (박완서의 소설 <미망> 중에서)
대례는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禮)로 이루어진다. 생소한 절차지만 식장에서 우왕좌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현대식 결혼의 사회자와 마찬가지로, 전통 혼례에서도 진행을 맡은 집례자가 홀기(순서)를 크게 불러주며 원활하게 예식을 이끌기 때문이다. 어렵게만 보이던 혼례가 단지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질 뿐이니 오히려 당황할지도 모른다. 전안례는 신랑이 나무 기러기[奠雁] 한 쌍을 가지고 가서 신부 측에 절을 하며 신랑 신부가 기러기와 같이 백년해로할 것을 맹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기러기는 인간 세계의 수복과 혼인을 맡은 자미성군에게 장수와 자손의 번영을 기원한다는 뜻도 포함한다. 다음으로 교배례는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절을 하며 백년해로를 서약하는 것이고, 합근례는 술잔을 주고받으며 부부의 인연을 맺는 예이다. 과거에는 중매로 만난 신랑과 신부가 교배례에서 처음 얼굴을 대면하기도 했다. 합근례에서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에 청실홍실로 묶은 표주박 잔으로 신랑 신부가 술을 나누어 마시는 풍습이다. 표주박을 반으로 가르면 그 짝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술잔이 되기에, 유일무이한 신랑 신부를 상징한다. 술잔이 오갈 때 청실홍실이 얽히면 결혼 생활이 평탄치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하객들이 다들 숨을 죽이고 구경한다. 하지만 이 청실홍실은 어찌나 실이 가는지 얽히지 않게 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만큼 혼인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비유라고 할 수 있겠다.
대례는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禮)로 이루어진다. 생소한 절차지만 식장에서 우왕좌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현대식 결혼의 사회자와 마찬가지로, 전통 혼례에서도 진행을 맡은 집례자가 홀기(순서)를 크게 불러주며 원활하게 예식을 이끌기 때문이다. 어렵게만 보이던 혼례가 단지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질 뿐이니 오히려 당황할지도 모른다. 전안례는 신랑이 나무 기러기[奠雁] 한 쌍을 가지고 가서 신부 측에 절을 하며 신랑 신부가 기러기와 같이 백년해로할 것을 맹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기러기는 인간 세계의 수복과 혼인을 맡은 자미성군에게 장수와 자손의 번영을 기원한다는 뜻도 포함한다. 다음으로 교배례는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절을 하며 백년해로를 서약하는 것이고, 합근례는 술잔을 주고받으며 부부의 인연을 맺는 예이다. 과거에는 중매로 만난 신랑과 신부가 교배례에서 처음 얼굴을 대면하기도 했다. 합근례에서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에 청실홍실로 묶은 표주박 잔으로 신랑 신부가 술을 나누어 마시는 풍습이다. 표주박을 반으로 가르면 그 짝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술잔이 되기에, 유일무이한 신랑 신부를 상징한다. 술잔이 오갈 때 청실홍실이 얽히면 결혼 생활이 평탄치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하객들이 다들 숨을 죽이고 구경한다. 하지만 이 청실홍실은 어찌나 실이 가는지 얽히지 않게 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만큼 혼인이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비유라고 할 수 있겠다.
청실홍실로 보여주는 음양의 조화
그러고 보니 전통 혼례의 많은 준비물이 청색과 홍색이다. 신부의 스란치마도 청색과 홍색 두 겹을 겹쳐서 입고, 청사초롱과 사주 보자기도 그렇다. 이는 우주 만물의 시작인 음양의 조화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청사초롱의 홍색은 양이므로 위에 올리고, 청색은 음이므로 아래에 배치한다. 혼례에는 청사초롱을 켜서 신랑 신부의 화합과 조화로운 출발을 밝혀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보내는 사주 보자기는 홍색이 겉으로 나오게 싸고, 신부 집에서 신랑 집으로 보내는 연길서 보자기는 청색이 위로 나오도록 감싼다. 현구고례에서 신부가 시아버지에게 올리는 밤과 대추는 청색 보자기로 싸고, 시어머니에게 올리는 육포는 홍색 보자기로 싼다. 남자는 양이므로 동편으로 서고, 여자는 음이므로 서편으로 선다. 폐백을 할 때도 시아버지는 동쪽에, 시어머니는 서쪽에 앉는다. 이렇듯 작은 절차 하나에도 음양의 조화를 추구한 조상의 지혜가 놀랍다. 대례가 끝나면 이제 예식은 모두 끝난 것이다. 전통 혼례의 마지막 순서인 신행은 과거에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신랑 집으로 가는 것을 뜻하니 현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신부가 시댁 식구에게 처음 인사를 하는 폐백은 현대에도 널리 통용되고 있다. 요즘에는 신랑 신부가 함께 폐백을 올린다. 폐백 음식은 지방마다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밤, 대추, 육포, 닭, 술 등으로 구성된다. 시부모가 큰절을 받고 치마에 대추를 던져주는 것은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것이다. 신부가 시어머니에게 육포를 주는 것은 정성껏 모시겠다는 뜻이며, 경상도에서는 엿을 올리기도 한다. 입은 봉하고 시집살이를 호되게 시키지 말아달라는 재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안 지방에서는 해산물을 사용하는데, 조개는 절개를 상징한다고 해서 자주 쓰였다. 예로부터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다. 혼인을 통해 천지가 화합하고 만세에 후사를 잇게 된다. 간소한 현대식 웨딩 스타일이 좋은 점도 많지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바람직한 전통이 있다면 기쁘게 물려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혹시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신랑 신부의 부귀영화와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전통 혼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조상의 센스가 만점이라는 것을 장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