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영감 찾기, 비엔날레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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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2, 2022

글 고성연

우리네 짝수 해 가을은 ‘비엔날레의 계절’이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2년마다 열리는 미술전이자 규모 큰 문화 예술계 행사인 비엔날레 일정도 꼬여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팬데믹 3년 차인 올해에는 대다수 비엔날레가 정상 궤도로 다시 진입한 모양새다. 원래 짝수 해에 열렸던 광주비엔날레는 2020년에 연기되는 바람에 지난해 봄 치러져 내년을 기약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부산비엔날레와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여전히 짝수 해를 고수하고 있고, 지난여름 시작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마지막 한 달 여정을 남겨두고 있다. 강릉에서는 올가을 처음으로 아트 축제가 열린다. 풍경을 벗 삼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면서 창조적 영감을 얻는 작품을 감상하는 ‘문화 예술 기행’을 떠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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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장막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이제는 꽤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풍경이 흔해졌다. 특히 우리 땅에서의 산수 유람이야 두말해 무엇하겠는가. 지난 9월 초 시작해 11월 6일 막을 내리는 2022부산비엔날레는 부산의 원도심 일대를 비롯해 역사적 배경 속에 다국적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품은 매력적인 현대미술 콘텐츠의 향연을 누릴 수 있는 기회다. 을숙도에 자리한 부산현대미술관(주 전시장)을 위시해 부산항 제1부두, 초량, 영도 등 네 곳에서 펼쳐져 수준 높은 미술 작품도 감상하고 도시 기행도 할 수 있기에 이미 입소문이 많이 나 있다. 글로벌 행사(25개국 64팀/80명 참여, 2백39점)답게 규모도 크고 다양한 장르의 매체를 아우르는 만큼 부산 지역권에 살지 않는다면 어지간한 미술 애호가를 제외하고는 전부 돌아보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우연히 지나칠 기회가 있다면 한두 장소라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예컨대 폐공장 건물을 활용한 영도 전시장의 경우에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촉망받고 있는 이미래의 커다란 설치 작품뿐 아니라 일본의 아티스트 그룹 침↑폼 프롬 스마파!가 부산의 금정 막걸리를 오징어 먹물을 활용해 일본 탁주 제조 방식으로 해석한 ‘검은 막걸리’를 접할 수 있는 설치 공간과 더불어 뉴질랜드 작가 이디스 아미투나이의 사진 작품, 그리고 목~일요일 저녁마다(우천 시 취소) 운영하는 야외 극장도 주목할 만하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세계적인 영상 작가 미카 로텐버그와 미국 작가 마야드 투시의 신작 장편 <리모트(Remote)>는 아시아 프리미어로 10월부터 상영됐는데, 최근 동시대 작가들의 영상 다루는 비범한 솜씨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팬데믹 이후의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국인 반려견 미용사 ‘은지’와 그녀의 귀여운 강아지 ‘소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의 온라인 방송을 보게 된 구독자들에게 일어나는 신기한 사건이자 경험을 다루는데, 특유의 색채 감각이 영상에 잘 녹아들어 있고, 깜찍+발랄하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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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부산, 창원 등에 이어 강릉과 제주도 ‘미술 축제’ 대열로
지난 8월 27일에 개막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야외 전시 공간인 공주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 올해 10회를 맞이했는데, 원류를 들여다보면 무려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1년 국내 최초의 자연 미술 운동인 ‘야투’ 그룹의 활동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을 둘러싼 담론을 꾸준히 생산해오고자 한 이력을 지녔다. 10개국에서 26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또, 다시 야생(多視 野生)’으로, 인간의 무분별한 행태로 초래된 환경 파괴에 맞서 자연과 생태를 정복이나 개발, 관리의 대상으로부터 ‘본래의 상태’로 되돌려 인간과의 화합을 추구하는 ‘재야생(rewilding)’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과 개념을 풀어 쓴 제목이다. 2012년 처음 열린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또 다른 특화 비엔날레로,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조각에 집중한 국제 미술전이다. 올해는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Channel: Wave-Particle Duality)’이라는 주제로 26개국에서 90명의 작가를 초대했으며, 성산아트홀, 3·15해양누리공원, 진해 흑백다방과 중원로터리 등에서 1백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11월 20일까지). 2015년 첫 단추를 꿰어 주목을 받았지만 여러 이슈로 5년 만에 다시 열리는 제주비엔날레는 오는 11월 16일 드디어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이라는 제목을 내세웠는데, 자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게 서로 연결된 세계의 공존 윤리와 관용을 함축한다고. 기후 위기의 시대에 전 지구적 공생을 향한 예술적 실천을 찾는 데서 출발했기에, 제주도의 자연 지형과 생태가 인간의 시간과 사건으로 연결된 여섯 곳의 장소를 무대로 정했다. 주제관 두 곳(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제주국제평화센터, 삼성혈, 가파도 AiR, 미술관옆집 제주 등 네 곳을 위성 전시관으로 삼았다. 참여 작가는 16개국 55여 팀으로 구성됐다. 강릉에서는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주최로 11월 4일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이라는 미술 축제가 첫선을 보인다. 시각 예술, 공연 예술, 문학, 다원 예술 등 문화 예술을 폭넓게 아우르는 접근 방식이 눈길을 끄는 GIAF 제1회 행사는 예로부터 풍부한 놀이 문화를 보유해 온 강릉의 역사와 삶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예술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지향한다는 맥락에서 ‘강/릉/연/구 江陵連口 Tale of a City’라는 제목을 택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연속된 문처럼 이어지는 강릉의 공간과 풍경, 토착민과 이주민, 그리고 앞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사람들, 시간을 잇는 서사,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전문가의 연결을 뜻하는 다의성을 띠는 제목이다. 그래서 전시 기획자, 현대미술가, 바우길 개척자(산악인), 소셜 요리가, 그래픽 디자이너, 인권 활동가, 도시 인류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노암터널, 서부시장 예집, 서부시장 CCC라운지, 고래책방, 대추무파인아트, 크리에이티브 1230, 여행자플랫폼 강릉수월래 등 페스티벌 동선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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