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람-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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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3, 2022

글 김민서(언맷피플 콘텐츠 디렉터)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_<해비타트 원>展


과학기술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동시에 지구가 겪고 있는 고통은 극심해졌다. 극단적 더위와 추위, 집중호우와 가뭄, 대형 산불과 해수면 상승 등 자연을 망가뜨린 데 따른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에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은 저마다의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런 기후 위기에 직면해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모범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일찍이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를 선보였고 ‘2045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친환경 기술 개발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월 8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리는 전시 <해비타트 원(HABITAT ONE)> 역시 그 행보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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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76.1메가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전시장 바닥에 쓰여 있는 숫자다. 이는 2018년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연구 팀이 세계 도시의 인구와 소득 등 자료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로, 안타깝게도 서울은 1만3천여 개 도시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탄소 중립’이라는 단어가 전 세계 거의 모든 산업의 화두가 되는 시대.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은 늘려 총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탄소 중립에는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만큼 발생한 탄소를 어떻게든 이롭게 바꾸거나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는 탄소 중립 시대를 살아갈 첫 세대를 ‘제너레이션 원’이라 명명하고, 이번 <해비타트 원>전에서 제너레이션 원을 위한 주거 솔루션 ‘쉘터(Shelter)’를 소개한다. 전시에 참여한 에콜로직스튜디오와 바래스튜디오는 ‘포용력 있는 태도와 인간 외 다른 생명체와 서로 연결된 생태계 속에서 공생해야 한다는 세계관’을 공유하며 각자가 연구해온 방식대로 탄소 중립을 위한 미래 거주 환경을 그린다.


자연에서 솔루션을 찾은 바이오시티
에콜로직스튜디오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영국의 건축·디자인 그룹이다. 만약 인간과 생태계의 경계가 없다면? 만약 쓰레기를 다른 유기체를 위한 영양소로 바꾼다면? 만약 우리가 바이러스와 싸우지 않고 함께한다면? 이들은 이런 ‘만약’이라는 질문에서 영감받아 미생물과 박테리아에 주목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2층으로 올라가기 전 아래층 입구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는 ‘트리 원(Tree One)’이 바로 에콜로직스튜디오의 작품이다. 10m 높이의 인공 나무인 ‘트리 원’은 인공지능으로 나무 모양을 학습하고 3D 프린트 기술에 ‘알게(Algae)’를 첨가한 바이오 폴리머를 사용해 탄생시켰다. 알게는 파래, 김, 미역과 같이 물속에서 사는 광합성 생물로, 여러 연구에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양과 속도가 육상식물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놀랍게도 트리 원의 광합성 능력과 탄소 포집, 공기 정화 능력은 나무 20그루와 맞먹는다고. 산호 모양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 ‘호루투스 XL 아스타잔틴.g(H.O.R.T.U.S. XL Astaxanthin.g)’도 오염된 도시 공기를 정화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 작품은 편모조류와 공생해 광합성을 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산호의 생존 방식에 착안했다. 뼈대를 채운 알게 젤리들이 광합성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낸다니, ‘육지 산호’라 불러도 될 법하다. 이쯤 되면 알게에 대해 더 궁금해질 텐데, 전시장 창가를 따라 배치한 작품 ‘포토신세티카 워크(PhotoSynthEtica Walk)’는 알게가 산소를 내뿜으며 배양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동시에 실내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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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 모습

에콜로직스튜디오와 함께 전시에 참여한 바래스튜디오는 리서치 기반으로 작업하는 건축 스튜디오로 기술적이고 공학적으로 접근한다. ‘건축적 의미를 생성하는 동시에 물리적, 사회적 변화에 맞춰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고 밝힌 바래스튜디오는 이동식 모듈형 로봇 ‘에어리(Air(e))’를 이용해 도심 속 휴게 공간인 ‘에어 오브 블룸(Air of Blooms)’과 자체적인 결합·해체가 가능한 ‘인해비팅 에어(Inhabiting Air)’를 선보였다. 현대 건축물은 한번 지으면 반영구적이고 건설과 해체 시 많은 폐기물을 생산하기에 자연에는 결코 이롭지 않다. 바래스튜디오는 이 지점에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건축물을 상상해봤다. 두 작품 모두 장소 고정식이 아니며 필요한 만큼 크기와 형태를 변형할 수 있다. 로봇 에어리에는 태양전지 패널로 에너지를 축적해 주변 환경에 따라 공기 보호막이 수축하고 팽창하는 기술이 접목돼 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지만 단열과 방수 기능을 높이고 좀 더 세밀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개발 가능성이 열려 있다. “기술이 그 해답이다. 그런데 질문이 무엇인가?” 건축가 세드릭 프라이스(Cedric Price)의 이 말을 떠올리며 “기술 자체보다 사용 목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바래스튜디오는 진보한 기술과 변하는 사회에 걸맞은 혁신적 건축을 제안한다.
자연의 작동 원리에 주목하고 바이오 디지털 건축의 사례를 남긴 에콜로직스튜디오, 드론과 같은 현대 로봇 기술을 활용한 바래스튜디오. 완전히 다른 도구를 통해 제시하는 각자의 미래지만, 자연과 로봇, 인간이 공존하는 청사진으로서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미래의 쉘터는 알랭 드 보통이 <행복의 건축>에서 말한 ‘우리의 약한 면을 보상해주고 마음을 지탱해줄 피난처’로서의 역할을 할 것인가. 제너레이션 원이 맞이하게 될 보다 따뜻하고 안전한 미래의 풍경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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