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IT 트렌드, 세상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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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 2012

글 김정남(IT 전문 멀티 라이터, <기획의 신, 스티브 잡스> 저자, http://www.multiwriter.co.kr)

소셜 네트워크와 스마트 TV, 태블릿 PC로 대변되는 IT업계의 빠른 변화는 모든 산업 분야는 물론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순식간에 시장의 방향성이 변화하고, 소셜 네트워크에서 나눈 한마디가 정치의 판도를 바꾸어놓을 정도다. 모든 변화의 기폭제가 될 2012 IT업계의 트렌드를 짚어보았다.


스마트폰 업체들 간 특허 전쟁, 그 결론은?

최근 IT 뉴스를 살펴보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IT 기업 간의 소송 소식이다. 이런 소송의 중심에는 IT업계의 트렌드세터인 애플이 있다. 애플은 노키아, 모토로라, HTC, 삼성 등 스마트폰업계를 이끌어가는 모든 업체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세계 1위의 휴대폰업체인 노키아와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으면서 소송을 마무리했다. HTC는 그래픽 관련 기술로 애플을 고소했지만 애플은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또 애플은 4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HTC를 고소했고, 1건에 대해서 특허 침해를 인정받아 수입 금지 명령까지 받았지만 HTC는 이를 우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진정한 특허 전쟁은 모토로라와 삼성과의 승부에 달렸다. 애플은 이미 모토로라에 일격을 당했다. 2011년 11월과 12월에는 독일 만하임 법원이 모토로라의 데이터 패킷 전송 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예비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2012년 2월 들어 애플의 반격이 시작됐다. 우선 독일 항소 법원을 통해 앞서 내려졌던 판매 금지를 막았다. 2월 10일에는 모토로라가 3G/UMTS의 표준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재판에서 승소했다. 또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 소송에서 모토로라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30여 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삼성과 애플 역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치열한 소송의 결론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날 듯하다. 유럽 연합 집행 위원회에서 삼성전자가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국제 표준 특허이다. 표준 특허는 프랜드(FRAND:Fair, Reasonable & Non-Discriminatory) 원칙을 지켜야 한다. 즉 모든 회사에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삼성이 표준 특허로 애플에 판매 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하자 특허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만약 삼성이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결이 나면 삼성은 연매출의 10%까지 벌금을 낼 수 있다. 애플은 모토로라에 대해서도 표준 특허를 남용했다면서 제소했다. 애플의 소송은 결국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싸움이었다.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와 안드로이드 진영의 1위 업체인 삼성과의 소송 결과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연합 집행 위원회의 조사는 몇 개월 사이에 결정날 것으로 보이는데, 조사 결과에 따라 대소송 시대의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블릿 PC의 미래

2012년은 태블릿 PC 시장이 그 어떤 때보다도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애플이 독점하던 시장에 아마존의 킨들파이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태블릿 PC 시장의 2인자로 떠올랐다. 시장조사 기관인 IHS에 의하면 11월 중순부터 판매된 킨들파이어는 지난해 4분기 3백88만 5천 대를 출하하면서 점유율 14%를 기록해 태블릿 PC 시장에서 2위를 기록했다. 1천5백43만 대를 출하한 아이패드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지만 점유율은 57%로 떨어졌다. 삼성은 갤럭시탭으로 점유율 8%를 차지하며 킨들파이어에 2위 자리를 내주었다. 2012년에는 킨들파이어 중심의 저가 시장과 아이패드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으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1백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 삼은 킨들파이어의 성공에 자극받은 반즈앤노블이나 중국의 업체들이 저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다양한 상품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이 계속 독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패드의 적은 애플 자신뿐이다. 3세대 아이패드를 어떤 모습으로 선보이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질 것이다. 필자는 3세대 아이패드의 판매량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뉴 아이패드는 기존 해상도의 4배인 2048X1536의 고화질 디스플레이에 램이 2배로 커졌고 그래픽 처리 속도 역시 2배나 향상되었지만 가격은 그대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뉴 아이패드라면 그동안 태블릿 PC 구입을 망설였던 사람들을 흔들리게 만들 강력한 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미 뉴 아이패드는 1백만 대가 넘게 선주문을 받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획기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3세대 아이패드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는 초저가형 태블릿 PC들의 활약으로 2012년은 태블릿 PC가 틈새시장용 제품에서 주류로 올라서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 TV 전쟁

스마트 TV 시장은 올해 가장 흥미롭게 지켜볼 분야 중 하나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서전을 통해 스마트 TV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애플이 스마트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이미 TV업계 강자들이 스마트 TV를 내놓았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구글 역시 구글 TV를 내놓았지만 처참한 실패를 거두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서처럼 삼성과 제휴하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사실 현재의 TV 시장은 아이폰이 나오기 전의 스마트폰 시장과 유사하다. 많은 업체가 스마트폰 시대를 예견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지만 대중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스마트 TV 시장이 열린다면 필자는 결국 또 애플이 해내고 말 것이라고 예상한다. 왜냐하면 애플은 직접 운영 체제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거기에 하드웨어와 인터넷 서비스까지 운영하는 삼위일체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은 사용자의 경험을 일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즉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라는 서비스를 발표하면 즉시 자사의 기기에서 바로 지원할 수 있다. 애플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보듯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데 힘을 발휘했다. 스마트 TV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애플과 같은 통합적 회사가 나서야 한다. 물론 애플의 방식에도 단점이 있다. 시장이 성숙해지면 분업화된 업체들이 다양한 모델과 가격으로 애플의 자리를 위협하게 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애플처럼 통합적인 회사들이 초기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을 창조해내는 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는 사실이다. 포스트 PC의 중대한 축은 스마트 TV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글의 경우는 자사가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해도 하드웨어업체와 제휴해야 하고, 제조사별로 파편화된 기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기 힘들다. 반면에 애플은 스스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만들고 인터넷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기를 바로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초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애플의 스마트 TV는 일반적인 전자 기기를 선보인다는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이 스마트 TV를 내놓는다는 것은 자사의 인기 제품인 아이폰, 아이패드, 맥과 통합적으로 연동되고 뮤직 스토어와 앱 스토어 같은 온라인 콘텐츠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가 열리며 아이클라우드나 시리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이러한 생태계 구축은 애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2012년 스마트 TV 시장의 운명은 애플의 활약 여부에 달려 있다.

소셜 네트워크는 진짜였을까?

소셜 네트워크가 거품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바로 페이스북의 상장이다. 페이스북이 상장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이 있는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들썩였다. 페이스북의 시장가치는 1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페이스북의 상장으로 1천 명 이상의 백만장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주식 평가액은 2백40억달러를 인정받게 되는데 이는 2백13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짐 월튼이나 1백98억달러를 보유한 구글 CEO 래리 페이지를 능가하게 됨을 뜻한다. 페이스북이 주식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느냐의 여부는 소셜 네트워크 기업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소셜 네트워크 기업에 대한 거품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셜 네트워크 기업인 그루폰, 징가, 판도라, 링크드인 등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직후 급락했다.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 기업들의 주식 평가액은 업계의 대장 격인 페이스북과 깊은 연관이 있다. 지난 2월 2일 페이스북이 뉴욕 증시에 입성한다고 하자 페이스북에 소셜 네트워크 게임을 제공하는 징가의 주가가 16% 급등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운영하는 링크드인과 그루폰의 주가도 6~7% 상승했다. 이는 페이스북의 후광 효과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이다. 페이스북의 실적만 따지고 보면 1천억달러에 이른다고 평가받는 페이스북의 주식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37억1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10억달러의 수익을 거두었을 뿐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높은 평가는 당장의 실적보다는 8억 명에 이르는 가입자들을 이용한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원년인 올해 특별함을 보여줘야만 소셜 네트워크의 거품 논쟁에 쐐기를 박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황제들의 부활은 가능한가?

2011년 IT업계의 동향을 요약하자면 애플이 IT업계의 황제 자리에 오르면서 한때 최고 소리를 들었던 IT 기업들이 과거의 위용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휴대폰업계의 제왕이었던 노키아는 아이폰에 타격을 받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40%에 이르렀던 점유율은 23.9%로 떨어졌고 순익도 4조나 줄어든데다 4천 명의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키아는 2011년 4분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폰 7을 탑재한 루미아 시리즈를 내놓았고, 2012년에는 더 많은 제품으로 애플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키아가 잘나가는 안드로이드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은 것은 회사의 명운을 건 승부수였다. 2012년 윈도우폰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이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노키아의 부활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한때 게임의 대명사로 통했던 닌텐도 역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직격탄을 맞았다. 닌텐도는 2011년 시장에서 전망한 2백억의 3배에 이르는 6백5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닌텐도의 적자 원인 중 하나는 판매가 부진한 닌텐도 3DS의 가격을 1만엔이나 인하한 것이다. 적자가 나도 게임기가 많이 보급되면 소프트웨어로 판매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전략 때문이었다. 올해 닌텐도의 도박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올해는 닌텐도 위(Wii)의 후속 기종인 닌텐도 위유(Wii U)를 발매할 것이기 때문에 2012년은 닌텐도에게 매우 중요한 해이다.
애플에 타격을 받은 기업 중 가장 놀라운 기업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존재감은 극적으로 추락했다. 익스플로러로 넷스케이프라는 기업을 한순간에 파멸로 이끈 마이크로소프트였지만 현재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고작 37%에 불과하다. 구글의 크롬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28%에 이르는데 올 6월이면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이라 예상된다. 윈도우폰 7이 나올 때만 해도 애플과 구글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고작 1.9%로 삼성의 바다폰에도 밀리는 6위 업체로 전락했다. 태블릿 PC 전쟁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수모는 계속되고 있다. 원래 태블릿 PC의 개념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시작되었다. 스티브 잡스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을 보고 아이패드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애플의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를 장착한 킨들파이어가 시장을 양분하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대항마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올해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8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설 예정이다. 윈도우 8은 PC와 태블릿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PC 버전과 태블릿 버전이 따로 등장하지만 두 제품 간에 다양한 연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윈도우폰 8도 올해 발매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8로 넘버링된 제품의 승패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가 1인자로 올라서느냐 혹은 구글에 밀려 3인자로 밀려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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