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월 두 달에 걸쳐 개최된 뉴욕, 밀라노, 파리, 런던, 4대 패션 위크는 그 어느 해보다 패션 피플들의 이목을 집중시킴과 동시에,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패션 뉴스와 런웨이 영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이유인즉슨, ‘지각변동’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교체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브랜드들의 소식으로 패션계가 뜨겁게 달궈졌기 때문. 사실상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하면 브랜드의 정체성과 디렉터의 색깔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충돌이 예상되기도 하고,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도 하니 그 변화와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패션계를 뒤흔든 주인공은 로고까지 새롭게 바꾸며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버버리와 셀린느다. 버버리와 셀린느의 새로운 수장이 된 리카르도 티시와 에디 슬리만은 모두 추종자가 있을 정도로 팬덤이 두텁고, 그만큼 본인만의 컬러와 스타일이 분명한 이들이다. 지난 3월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리카르도 티시는 컬렉션 공개 전, 버버리를 브랜드 창립자인 토마스 버버리의 이니셜인 T(이는 티시의 T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와 B를 더한 로고와 광고 이미지를 공개해 그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을 더욱 흥분케 했다. 달라진 로고와 함께 레디 투 웨어도 전반적으로 확연히 변화된 모습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버버리 특유의 오랜 클래식 전통에 그만의 반항적이고 펑키한 무드를 더한, 영국적인 태도에 경의를 표하는 ‘킹덤 컬렉션’으로 데뷔 무대를 치른 것. 이와 함께 쇼 직후 한정판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해 디지털 세대 사이에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영국 패션을 대표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협업을 진행해, 그 에디션을 오는 12월에 공개할 예정이니 영국 거장들이 만나 이루어낸 아름다운 시너지가 기대되는 바다. 버버리와 더불어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셀린느의 에디 슬리만 역시 로고에 변화를 주고, 에디를 떠올리면 늘 연상되는 마른 몸의 모델들과 아주 슬림하고 짧은 의상을 등장시켜 과거 피비 파일로가 구축해놓은 셀린느의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았다. 그가 무대에 올린 총 96개의 남녀 토털 룩은 한눈에 봐도 에디 슬리만의 작품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주특기를 살린 스타일이지만, 기존 셀린느 특유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실루엣을 사랑하던 기존 고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이에 대해 ‘새로울 것이 없다’, ‘에디 슬리만의 컬러를 셀린느의 이름으로 만나는 것이다’ 등의 논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어찌 되었건 이런 변화는 기존 고객이 떠나면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기 마련이고, 브랜드가 위험을 무릅쓰고 변화를 시도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테니, 이런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꽤 즐거운 경험일지도 모른다. 이 두 브랜드 외에도, 토마스 마이어의 뒤를 이어 다니엘 리가 새롭게 이끄는 보테가 베네타의 뉴 컬렉션이 다음 시즌에 본격적인 공개를 앞두고 있으니, 어떤 이가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같은 성공의 주역이 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