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와 재스민 향기의 고장 sidi bou s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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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1, 2011

글·사진 이형준(사진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튀니지는 아랍과 아프리카,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가교다. 기원전 12세기부터 각지에서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한 튀니지는 기원전 814년에 이미 인류 최고의 문화와 무역도시 카르타고를 건설했다. 최근 ‘재스민 혁명’으로 명명된 시민 혁명으로 튀니지는 물론 이집트와 아프리카, 중동 민주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그 외곽에 유럽 지성을 상징하는 수많은 작가와 명사에게 영감을 준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가 있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외곽에 위치한 아름다운 명소
시디 부 사이드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쾌적한 기후는 2백50년 전부터 아랍과 유럽 부호를 유혹했다. 중세 이후 많은 명사와 부호가 휴식을 위해 찾기 시작한 시디 부 사이드는 산업혁명 후 유럽을 대표하는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줄지어 찾았다. 이렇듯 부호와 권력자의 휴양지였던 시디 부 사이드가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각인된 것은 1942년부터다. 북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명소 시디 부 사이드는 10세기 초반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정겨운 골목을 따라 늘어선 하얀 건물과 푸른색 창문, 개성 넘치는 물품을 취급하는 가게,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까지. 발걸음이 머무는 곳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택과 가게를 접할 수 있는 시디 부 사이드는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 튀니스에서 20km, 고대 도시 카르타고에서 2km 서쪽에 위치한 시디 부 사이드는 자랑거리가 많다. 수많은 자랑거리 중 으뜸은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지중해와 얼굴을 마주한 절벽과 지중해 해안을 따라 조성된 마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하얀 집과 푸른색으로 꾸민 골목을 걷다 보면 중세 마을 속으로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그뿐 아니라 재스민 꽃 향기가 진동하는 골목에서 마주치는 화이트와 블루가 빚어낸 환상적인 조화는 문득문득 다른 별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낮에는 태양에, 밤에는 달빛에 반짝이는 코발트색 바다와 하얀 집이 어우러진 시디 부 사이드 풍광은 방문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를 증명하듯 백사장 한쪽 모퉁이에 만들어놓은 넓은 선착장에는 유럽 각국의 국기를 달아맨 요트로 가득하다.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시디 부 사이드를 찾은 이들이 선호하는 장소와 목적지는 조금 다르나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있다. 바로 카페다. 길목과 언덕에 조성되어 있는 카페는 10여 곳에 이른다.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춘 카페 중 최고는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카페 드 나트(Cafe des Nattes)’이다.
카페 드 나트는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비평가인 앙드레 지드(Andre Gide)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그리고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 곳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 추상 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독일 출신 폴 클레(Paul Klee)를 탄생시킨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카페 드 나트는 지중해와 멀리 튀니스가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에 서 있다. 주변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지형적인 위치 때문에 모파상과 앙드레 지드는 카페 드 나트를 ‘언덕의 카페’ 라고 부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저녁놀이 지중해 바다로 사라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카페 드 나트를 찾아 튀니지의 젊은 문학도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들이 밤을 지새우면서 토론을 펼쳤던 곳에서는 현재 할리우드 스타와 저명한 작가와 예술가, 그리고 열정이 넘치는 젊은 예술가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적인 윤리를 지키며 살았던 앙드레 지드에게 튀니지의 강렬한 태양과 야성적인 풍토를 배경으로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은 진정한 생명력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주었다. 훗날 앙드레 지드는 대표작<좁은 문>을 비롯해 <팔뤼드>, <지상의 양식>, <전원 교향곡> 등 그의 작품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곳으로 시디 부 사이드를 꼽았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기 드 모파상도 수시로 시디 부 사이드를 찾았다. 자연주의적 경향을 추구했던 모파상에게 카페 드 나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그의 대표작 <여자의 일생>과 여러 작품을 이 카페에서 구상했다. 한편 독일 현대 추상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클레 역시 시디 부 사이드와 연관이 깊다. 그가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20세기 초반 튀니지를 여행하면서 받은 영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폴 클레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 색채를 표현하게 된 것은 튀니지에서 얻은 영감 덕분이었다고 버릇처럼 이야기했다고 한다. 시디 부 사이드는 폴 클레의 작품 세계에 뿌리를 제공한 셈이다.
카페 드 나트는 규모도 크고 운영 방식도 흥미롭다. 큼직한 계단을 중심으로 각 테라스마다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업원이 있다. 여느 카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종사자가 모두 남자라는 사실. 손님을 맞는 자세부터 차와 음식을 서비스하는 몸가짐 하나하나가 프랑스 일류 호텔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런 연유로 손님들은 입구에서 단골 종업원을 부르거나 그 종업원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코니에 앉는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재력가와 귀족층이 카페를 찾았다. 물론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카페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데, 특히 젊은 연인과 외국인이 많다. 해가 서쪽 수평선을 향해 내려갈 무렵이면 카페 드 나트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바로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저녁놀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카페에 손님이 많아지면 재스민 꽃을 바구니에 담아 카페 이곳저곳을 누비는 행상을 만날 수 있다. 행상이 지난 뒤에는 어김없이 진한 재스민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튀니지언 블루.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진 튀니지에 블루란 단어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필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어디를 가든 푸른 하늘과 더불어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푸른색 창문과 대문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시디 부 사이드는 유별나게 푸른색 창문과 대문으로 이루어진 주택이 많다. 시디 부 사이드의 대문과 창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대문과 창문은 모양과 크기는 물론이고 저마다 독특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슬람 세력이 맹위를 떨칠 때는 종교적인 색채가 대문과 창문의 문양을 결정했고, 서구 열강의 식민지 시절에는 통치 국가의 무늬로 장식했다. 요즘은 주인의 개성에 따라 결정되지만, 과거에는 대문의 무늬와 더불어 크기도 주인의 신분에 따라 결정되었다. 왕족이나 귀족이 머물던 주택은 대문과 창문도 크고 정교했으며 일반 서민 주택은 작고 세련미도 부족했다. 시디 부 사이드 건축물 가운데 매혹적인 곳으로는 ‘별의 성’이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궁전을 연상시키는 별의 성은 다양한 종류의 창문과 대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크기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정교하고 화려한 장식은 눈이 부실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다. 별의 성이 왕가와 귀족적인 블루를 상징한다면 서민적인 블루를 볼 수 있는 곳은 시디 부 사이드의 골목과 신작로를 따라 늘어선 주택이다. 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하늘과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블루부터 코발트 블루까지, 색상은 다르지만 골목을 따라 길게 늘어선 주택의 창문과 대문에서는 간결하고 세련된 미를 엿볼 수 있다. 한편 가파르고 긴 비탈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옛날 페니키아 인이 건설한 고대 도시 카르타고를 만날 수 있다. 무역으로 지중해를 제패했던 도시국가답게 지중해 연안에 건설한 카르타고 유적지는 옛 페니키아 인들이 얼마나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했는지 짐작케 해준다. 지구촌 가족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 작품의 무대로도 알려진 시디 부 사이드는 살아 움직이는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시디 부 사이드, 그곳에 가면 거장의 향기와 수많은 영감을 준 장소와 다양한 문화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Tip
인천에서 튀니지 시디 부 사이드까지 직접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해 갈 수 있지만 인천 → 마드리드(11시간) → 튀니스(2시간)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튀니스 공항에서 시디 부 사이드까지는 택시로 30분 소요되며, 튀니스 시내에서는 자동차로 15분 소요.

시디 부 사이드는 아담한 숙박 시설이 전부이므로 인근 튀니스에서 머물며 찾는 방문객이 주를 이룬다.
Hotel Tunisia Palace
튀니스 최고 숙박 시설 가운데 하나로 튀니지 전통 양식으로 꾸민 객실과 실내가 매혹적이다. 2인 1실 기준 2백20~2백50달러 수준. www.goldenyasmin.com
Sheraton Tunis Hotel & Towers
국제적인 체인 호텔로 넓은 정원에서 편안하고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이다. 2인 1실 기준 1백30~1백80달러 수준. www.sheratontunis.com
Hotel Acropole Tunis
아랍 양식의 실내와 객실이 인상적인 1급 호텔로 장기간 체류에 적합하다. 2인 1실 기준 80~1백달러 www.acropole.com.tn

시디 부 사이드와 튀니스 지역에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쇠고기, 양고기에 야채와 콩 등을 넣어 만든 베르베르족의 전통 요리 쿠스쿠스 요리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있다. 고급 호텔이 있는 바닷가지역인 라쿨레트에서 즐길 수 있다.
La Rotisserie
아프리카 메르디앙 호텔에 자리한 레스토랑으로 원하는 양념을 첨가한 쿠스쿠스 음식을 비롯해 어패류, 생선 요리를 즐길 수 있다.
L’Orient
새우와 생선 요리를 주로 취급하는 레스토랑으로 특히 여러 곡물과 토마토를 넣어 만든 튀니지 수프가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바르도 박물관
13세기에 세운 건물을 활용한 박물관으로 세계 최고 모자이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기원전 10세기 로마시대 때 만든 모자이크 작품이 수천 점 에 달하며 작품 한 점 크기가 사방 10m가 넘는 작품도 여러 점 있다.
카페 드 나트(Cafe des Nattes)
시디 부 사이드 최고 명소로, 유럽 지성을 상징하는 앙드레 지드, 모파상, 알베르 카뮈, 폴 클레 등이 즐겨 찾았던 카페. 이곳에서 커피와 재스민 티를 마시며 바라보는 주변 풍광이 장관이다.

쇼핑
시디 부 사이드는 지구촌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鳥)장을 제작하는 곳으로 얕은 철사를 이용한 새장은 섬세함에 따라 50~1천달러까지 매우 다양하다.
물가

전체적인 물가는 우리나라 80% 수준이며 고급 휴양지에 자리한 숙박 시설을 비롯해 교통비와 음식 값이 저렴하다. 튀니지는 무비자로 3개월 동안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여행 정보
www.tuni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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