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꽃에도 평등한 시선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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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 2016

글 고성연

때로 혁신은 스스로의 경계를 뛰어넘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한때 파격적인 광고 비주얼과 메시지로 유명했던 베네통 그룹의 창업자 루치아노 베네통은 몇 년 전 경영 전선을 떠난 뒤 순수한 호기심으로 흥미로운 현대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우편엽서 크기만 한 앙증맞은 사각 캔버스에 세계 곳곳에 흩어져 ‘나만의’ 작업을 펼치고 있는 동시대 아티스트들의 예술혼을 소박하지만 의미 있게 담아내는 ‘이마고 문디(Imago Mundi)’ 프로젝트. 거창하지 않은 개인의 컬렉션이지만 ‘다문화적 포용’이라는 점에서 작은 혁신이라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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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계 미술의 중심은 서구였지만 세기말 현대미술의 중심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1996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을 맡은 넬슨 아귈라(Nelson Aguilar)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세계화’라는 키워드가 뜨겁게 달아올랐을 무렵 구미 지역에 쏠린 세계 미술의 무게중심이 점차 이동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는 비단 현대미술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를 주도하는 소프트 파워의 핵심 축인 ‘문화’ 전반에 걸친 문제일 것이다. 지구상의 다양한 문화 생태계가 저마다 목소리를 평등하게 내면서 잠재력 깃든 창조성의 날개를 자유롭게 펴는 세상을 꿈꾸고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중요한 이슈일 테고 말이다.

세상은 정말로 다양한 문화 생태계로 진화하는 걸까?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현실 세계의 모습이 엄청나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일부 국가나 지역의 대중문화와 예술이 보다 선망되고 더 큰 발언권을 발휘하는 듯한 판도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메인 스트림을 이끄는 소수 문화 권력 자체가 시들지는 않겠지만, 신흥 세력이 부상하고 있기에 적어도 유일한 지배국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진단도 내놓는다. 디지털 혁명으로 모든 경계가 무너지는 이 시대에는 취향이 파편화되면서 적어도 주류가 여럿이 될 수 있다는 ‘중심의 복수화’를 말하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심은 흐트러지거나 분열되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복제’되는 것뿐이라고. 경계의 붕괴나 융합, 혼종 같은 키워드도 그저 주류가 만들어낸 ‘유행’처럼 여기저기에서 반복되고 있기에 진정한 다양성이 뿌리를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획일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주장이다. 현대미술이라는 영역도 결국은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지라, 비즈니스 생태계의 맥락에서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의견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비판의 날을 가장 예리하게 세우는 이들도 미술계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아티스트든 컬렉터든 비평가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말이다. 그건 아마도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벗고 ‘나’를 찾고자 하는 의지, 그걸 억압하는 편견이나 주류 질서에 반항하는 정신이 예술의 중요한 본질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변방과 주류 세력의 다툼과 충돌이라든지, 패러다임의 전환, 헤게모니의 이동 같은 거창한 단어를 동원하지 않아도 필요하다면 스스로 경계를 허물며 앞으로 나아가는 ‘실천’을 하면서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가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인물들 중 올해 <스타일 조선일보> 아트+컬처 에디션에서 가장 먼저 소개할 주인공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옷이 아니라 ‘인종차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발하고 파격적인 광고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베네통 그룹의 창업자 루치아노 베네통(Luciano Benetton)이다. 하지만 그를 아트 비즈니스의 혁신을 이끄는 기업가나 대단한 컬렉션을 꾸리는 슈퍼리치로 소개하는 건 아니다. 루치아노 베네통은 이미 2012년 비즈니스계에서 은퇴했고, 이후 줄곧 나름의 아트 프로젝트에 심취해 있다. ‘세계의 이미지’라는 뜻의 ‘이마고 문디(Imago Mundi)’ 프로젝트다. 어찌 보면 일종의 컬렉션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결코 평범한 의미의 컬렉션이 아니다.

‘소박하지만 거대한’ 다문화적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
10X12cm 크기의 앙증맞은 사각 캔버스. 컨템퍼러리 아트 느낌이 물씬 나는 회화, 낙서 같은 스케치도 있고, 서체를 살린 그래픽 작업을 담은 경우도 있다. 작지만 나름의 입체감을 자랑하는 조각이 들어 있는 캔버스도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작품을 담은 귀여운 캔버스가 2m가 채 안 되는 커다란 나무틀 칸칸에 하나씩 들어앉아 있다. 가로 6칸, 세로 6칸이다. 검은 바탕에 자연스러운 나무 색깔로 칸이 나누어져 있어 작품이 나름 부각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언뜻 보면 그냥 작은 그림이나 디자인 소품을 한데 모아놓은, 소박하지만 뭔가 흥미로운 컬렉션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컬렉션의 스케일은 굉장히 크다. 나라별로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1백 점이 훌쩍 넘는 작품을 담은 사각 캔버스를 차곡차곡 수집하면서 ‘국가별 컬렉션’을 만들어온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지금까지 이마고 문디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는 1백20여 개국, 컬렉션 수로는 1백50여 개나 된다. 참여한 아티스트 숫자는 무려 2만 명이 넘는다. 참으로 베네통답게 글로벌 스케일의 아트 프로젝트인 것이다. 게다가 갈수록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꽤 빠르게 커져가는 컬렉션이기도 하다. 어째서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된 걸까? 분명 그에게는 수준 높은 미술품이나 디자인 가구, 오브제가 넘쳐날 듯한데 말이다. 지난해 베니스 인근의 트레비소(Treviso)에 자리 잡은 베네통의 커뮤니케이션 연구 센터 파브리카에 갔다가 우연히 이마고 문디에 대해 듣고는 궁금증이 솟았고,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1년 뒤 루치아노 베네통을 찾아갔다. 굵게 컬이 진 백발의 루치아노는 80대답지 않게 곧은 자세와 맑은 혈색의 소유자였다. 온화한 미소와 차분한 말투가 ‘이탈리아인’같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인상적인 그는 이마고 문디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2008년 무렵이었을 거예요. 남미 출장으로 에콰도르에 들렀는데, 미겔 베탕쿠르(Miguel Betancourt)라는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그 작가는 제게 명함 대신 작은 캔버스 크기의 그림을 건넸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순전히 우연이었고, 당시에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하지는 않았지만요.”
하지만 그는 이 아이디어를 늘 마음에 담아두었고, 2012년 은퇴하면서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작은 캔버스를 보내주고 거기에 담을 작품을 창작하게 한다면 아티스트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뿐더러 그 자신으로서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스타일을 지닌 아티스트를 알게 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협업이라고 생각했다. “참가자 중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재능 있는 신진 아티스트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들이죠. 그런 이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거든요. 캔버스가 작아서 큰 작품을 하는 작가들에겐 때로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전시 공간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적어도 이마고 문디 세계에서는 정말로 모두가 평등하다. 실제로 내로라하는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나 자하 하디드 같은 아티스트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똑같이 10X12cm 크기의 캔버스에 작품을 담아 보냈다. 스타 작가든 소말리아의 무명 작가든 이 프로젝트에서만큼은 ‘브랜드’가 아니라 그저 ‘작품’만으로 평가받고 주목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작은 캔버스 타고 세계 여행 다니는 현대미술관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온 캔버스가 점차 쌓이면서 루치아노 베네통은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화시키고 싶었고, 보다 많은 이들이 ‘다문화적 컬렉션’을 접할 수 있도록 2013년 베니스의 폰다치오네 조르조 치니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그동안 축적돼온 다채로운 컬렉션의 일부를 한 공간에서 대중에게 선보인 것이다. 이후 그는 이처럼 이마고 문디 컬렉션을 세계 각지에서 전시회를 통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확대해나갔다(뉴욕, 비엔나, 세네갈 등에서 지금까지 10차례 전시가 열렸다). ‘순회전’처럼 컬렉션이 일종의 여행을 하는 콘셉트인데, 전시 장소에 따라 컬렉션의 조합이 달라진다. 예컨대 최근 21개 컬렉션이 중국으로 2년 일정의 장기 여행을 떠났는데, 이 대형 전시는 앙골라, 카메룬, 칠레, 인도, 러시아 등의 다채로운 컬렉션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1백50여 개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인 만큼 이마고 문디 컬렉션은 세계지도를 펼쳐놓아야 한눈에 들어온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대륙별로도 골고루 분포돼 있는 편이라 부루마블 게임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런 만큼 이 중 한국 컬렉션(South Korea Collection)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지만(어떤 이마고 문디 전시도 한국에서 열린 적은 없다), 북한 컬렉션(North Korea Collection)이 존재한다는 점은 자못 흥미진진하다. 북한과의 협업은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조선노동당 직속 미술 창작 단체인 만수대 창작사를 통해 이뤄졌다. 북한 컬렉션은 마침 중국행 전시 여행에 동참하는 바람에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인터넷 사이트(imagomundiart.com)에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루치아노 베네통은 북한 도록을 펼치다가 문득 생각난 듯 만수대 아티스트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자수(embroidery) 작품을 소개했다. 호랑이, 사자 등 각종 동물을 섬세한 자수로 담아낸 ‘세계지도(World Map)’라는 작품인데, 80여 명의 아티스트가 3개월에 걸쳐 만들어낸 대형 지도(185X300cm)라 소형 캔버스의 원칙을 깬 채 실물 규모로 전시되고 있다. 북한 아티스트들의 자수 지도를 프린트까지 해서 보여주면서 놀라운 솜씨라고 칭찬하던 그는 지금 만수대와 또 하나의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베니스와 중국을 왕복한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자수 지도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란다. 작품명은 ‘실크 로드(Silk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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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no Benetton, Imago Mundi
어떤 경계나 제약도 초월할 수 있는 예술의 힘
실크 로드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즐거워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이런 게 바로 예술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는데, 마침 그도 비슷한 말을 했다. “종교나 정치 등 세상에는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이슈가 있지만, 아티스트들은 그런 틀에 갇히지 않고도 작업을 해나가고 소통할 수 있어요. 저도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정말 배운 게 많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출장이나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잘 몰랐던 지구 곳곳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다채로운 문화와 아티스트를 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거든요. 아주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작업을 해나가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지요.” 그는 그런 맥락에서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아트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됐지만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에서는 겸허함을 느끼게 된다는 그는 사실 맹렬하게 비즈니스 전장에서 활약했을 때도 누구 못지않게 글로벌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패션 기업인데도 워낙 인종이나 성 평등, 기아, 자유 등 다양한 국제적 이슈를 부각했던지라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베네통이 왠지 미국 기업인 줄 알았던 적도 있다고 하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한적하고 멋스러운 도시지만, 보수적일 수도 있는 고향 트레비소에서 유복하게 성장한 유럽인인 루치아노 베네통이 ‘세상의 다양성’에 그토록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혹자는 사회·문화·정치적인 메시지를 파격적으로 전달하는 베네통 특유의 광고를 영리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폄하하기도 했지만, 이처럼 은퇴한 뒤에도 지구촌의 비주류 커뮤니티에 순수한 호의와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면 그의 진정성을 마냥 의심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흥미롭게도 그 최초의 계기는 다름 아닌 ‘올림픽’이었단다. “20대 중반의 청년이었을 때, 1960년에 열린 로마올림픽을 구경하러 갔다가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렇게 많은 나라에서 피부색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현장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게 시작이었을 겁니다.” 오랜 세월 아트 컬렉터이기도 했기에 순수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또다시 글로벌 규모의 현대미술 프로젝트라는 큰 판을 펼치게 된 루치아노 베네통. 개인적인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오히려 이마고 문디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것 같다는 그의 눈에는 생기가 넘쳐흘렸다.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면서 재능 있는 무명·신진 작가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는 글로벌 미술 매체인 <아트넷(Artnet)>에서 선정한 혁신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은퇴한 기업인의 성공적인 전형을 보는 듯해 흐뭇하긴 했는데, 빠른 속도로 커져가는 컬렉션이 살짝 걱정이 됐다. 현재 이마고 문디 팀은 베네통 파브리카 공간이 자리한 건물에 ‘신세’를 지고 있다. 아무리 여행을 많이 떠난다 해도 상당한 컬렉션이 한곳에 머물러야 하고, 각종 자료도 불어나고 있기 때문에 ‘공간’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을 터. 당연하지만 그도 같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트레비소 시내에 있는 두오모 광장에 합스부르크 왕가의 감옥이기도 했던 유서 깊은 건물이 있는데, 그곳으로 이사를 갈 예정입니다. 이마고 문디 팀과 컬렉션이 통째로 옮겨 가게 되는 셈이죠.” 트레비소에 뿌리를 둔 베네통 가문은 이 도시의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데 오랫동안 기여해왔는데, 그 유산 중 하나가 이마고 문디의 본부가 되는 셈이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하면서 가만히 이 말을 통역하던 팀원들은 자신들도 ‘처음 접하는 소식’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멀리서 온 ‘손님’에게 ‘특종’을 선사한 게 아니겠냐며. 작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원대한 이 뜻깊은 아트 프로젝트의 행보가 어떤 울림을 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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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o Mundi지금까지 1백20개국에서 2만 명이 넘는 세계 곳곳의 동시대 아티스트들이 작은 캔버스 작업으로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 이마고 문디 컬렉션은 여러 조합으로 세계 여기저기로 ‘전시 여행’을 다닌다.
Ceilan Dominguez Salmon ‘The desperation of the
woman of the house’(2013), Cuba.
<Tibet: Made by Tibetans>Texts by Luciano Benetton,
Paola Vanzo, Leigh M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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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zil: Land of the Future>Texts by Luciano Benetton, Tereza de Arruda,
Andrea de Carvalho, Marcus Lontra Costa
<Pestigium Italia I> ‘Texts by Luciano Benetton
and Luca Beatrice
Sam NikmaramPitbull Dog’(2014), I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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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x>‘Contemporary artists from United States
Texts by Luciano Benetton, Diego Cortez,
Anthony Curtis, Matt Eaton
Julia Rosa Clark‘Self Portrait with Lipstick’(2013),
South Africa.
Mary Schepisi‘Seeking Asylum’(2015), Australia.,
Anthony Curtis, Matt E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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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 A Unique Country>Texts by Luciano Benetton, Pier Luigi Cecioni,
Eugenio Cecioni, Yang Byong Su
<Greetings from South Korea>Texts by Luciano Benetton, Youngjoo Ko, Shin Sunhwa
Miguel Betancourt‘Un Pueblo en la Serrania’(2007),
Ecu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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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slava Unger ‘Stop thinking, start drawing’(2014),
Bulgaria.
Emrah Altınok ‘Metis’(2015), Turkey.
McDermott & McGough‘Untitled, 1932’(2013),
Unite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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