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벨기에 디자인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벨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 각종 페스티벌, 신진 디자이너와 실험 정신 가득한 아방가르디스트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 비엔날레의 영향으로 많은 디자인 전문가들이 미래 디자인 산업의 중심으로서 벨기에를 조명한다. 그중 전 세계 인테리어에 관계된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실험의 장, 벨기에 코르트리크 인테리어 디자인 비엔날레의 분위기를 한번 엿보자.
1 보날도(Bonaldo) 사의 빅 테이블, 엔트러사이트.
2 디자인 비엔날레 3등 수상작-자쇼 페트코우(Zascho Petkow)의 링.
3 스틸 어딕티드(Still Addicted) 건축 사무소 작품-플로어가 3층 높이의 서재 사이를 이동한다.
4 찰스 임스의 가구는 어떤 가구 박람회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가구의 클래식이다.
5 데이비드 보웬(David Bowen)의 텔레 프레젠트 윈드(Tele Present Wind).
6 버지 스페이스(Buzzispace)의 버지 부스(Buzzibooth).
7 마틴 데술레(Marrten Deceulaer)의 돌연변이 의자(Mutation Chair).
8 알레시가 전시장 한편에 준비한 부다 타워 디자인 전시.
9 크리스탈리아(Kristalia) 전시 부스 전경.
10 유리창을 통해 바라다보이는 전시장 외관.
11 샬럿 뒤몽셀(Charlotte Dumoncel)의 표면 회사(Agence Surface).
12 마이클 브레이든(Michael Verheyden)의 라운저(Lounger).
13 에메코(Emeco)와 장 누벨이 협업한 카운터스툴(Counterstool).
14 디자인 오브제 1등 수상작. 엘리사 혼카넨(Elisa Honkanene)의 퓨어리스트(Purist).
15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데자뷔 바젤 체어 (De′ja`-vu Basel Chair), 비트라(Vitra) 제품.
16 질스 오선(Gilles Osun)의 포터블 솔라 램프(Portable Solar Lamp).
17 벤튜라 인테리어에서 만든 뉴스 페이퍼 우드-폐신문으로 만든 목재 대체용품.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많은 유럽 문화의 교차로 역할을 하고 화려한 디자인 문화의 시초가 된 곳이 벨기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는 비교적 드문 편이다. 중세부터 도시 곳곳에 발달한 운하 덕분에 섬유산업과 유통산업 관계자, 그리고 수많은 여행자와 아티스트가 벨기에를 찾았다. 특히 디자인 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 코르트리크(Kortrijk)는 양탄자 산업이 크게 번성했고, 그 명성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산업과 디자인의 도시이다. 그동안 인테리어 디자인이 밀라노 페어에 많이 집중되었다면 최근 3~4년 전부터는 벨기에 코르트리크 비엔날레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로 23회를 맞이하는 인테리어 비엔날레는 집 안에 들어가는 각종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심지어는 라이프스타일까지 다양하게 제시해 왔으며 해마다 실험 정신이 가득한 신진 디자이너를 많이 발굴해왔다. 1967년에 설립된 벨기에 인테리어 재단은 꾸준한 투자와 이벤트를 통해 홍보 활동을 해왔으며 신진 디자이너들을 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코르트리크 디자인 비엔날레는 디자인 브랜드의 상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다른 디자인 페어와는 달리 차세대 디자인의 방향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의 장이 되려는 노력을 오랜 시간에 걸쳐 기울여왔으며 이를 통해 디자인 철학 부문에서도 많은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에는 10월 20일에서 28일까지 9일에 걸쳐 코르트리크 엑스포 행사장에서 많은 디자인이 전시·평가되었고 그 미래가 논의되었다.
2년마다 새로운 주제를 선정, 그를 통해 많은 디자인 이슈가 생성돼왔는데 2년 전인 2010년의 주제는 자연에 바탕을 둔 심플한 라이프스타일과 그에 걸맞은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2012년 코르트리크가 내세운 새로운 타이틀은 ‘원시 미래’이다. 매우 대조적인 두 단어의 조합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비엔날레는 세계의 수많은 디자이너를 선정, 그들의 디자인적 아이디어를 끌어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원시 미래. 그것은 인간과 환경에 이로운 진보적인 디자인과 최상의 테크놀로지, 그러나 그와 동시에 군더더기를 뺀, 원시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매우 심플한 삶이다. 세계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은 국가와 그룹, 개인이 이루는 각종 경계, 심지어는 현실과 가상 세계의 구분조차 지우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는 하나의 큰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는 과연 앞으로 어떤 미래를 살아갈 것인가? 2012년 코르트리크 인테리어 비엔날레의 주제인 ‘원시 미래’는 여러 디자이너를 초대해 각각의 공간을 주고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원시적인 삶, 곧 미래의 우리가 살아갈 삶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도록 했다. 그들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환경에 관한 생각에 기초를 두어 최소한의 무게로 가볍고 편리한 것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각각의 룸을 디자인했다. 이번 시즌 신진 디자이너들과 함께 기성 디자이너로는 슈퍼노멀(supernormal) 디자인으로 전 세계 순회 전시를 한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 무인양품디자인을 맡아 우리에게는 친근한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 그리고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 등이 초대되어 그야말로 최고의 경합을 벌였다.
코르트리크 인테리어 디자인 비엔날레의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2012년에는 우리의 미래에 없어서는 안 될 테크놀로지에 관한 새로운 인식이 디자인 작품 곳곳에 묻어 있다. 인간과 지구의 수명을 연장시키며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또 그와 함께 발전해나갈 디자인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장 누벨의 소소(So So) 체어는 매우 간단한 스틸 소재의 의자이다. 최상의 품질로 제작했지만 재활용 스틸 소재를 최소한의 탄소 배출로 생산해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디자이너 질 오선(Gilles Osun)은 포터블한 솔라 램프와 패널을 통해 멀티미디어가 선사하는 편리한 생활과 환경보호가 실생활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후카사와 나오토는 데자뷔(De′ja` vu)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디자인의 체어를 역시 재활용 신소재를 이용해 매우 견고하게 생산해냈다. 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디자인 제품을 제시함과 동시에 비엔날레는 신진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미래의 생활상을 그려보도록 주문했다. 현재로서는 시행착오가 거듭되고, 많은 실험을 거쳐야 하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꿈을 비주얼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이를 현실화하는 일에 동참케 하고 프로젝트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 모양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최고의 디자인, 동시에 디자인 작업을 거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외형이 성립된다면 어떻게든 기술적인 혁신은 그 뒤를 따른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혁신 제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의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은 항상 그들의 유토피아적 미래를 그림과 문서로 남겨왔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그 유토피아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새로운 유토피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모색한다. 그리고 이제 그 중심은 디자인이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www.interieur.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