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현대미술 후원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을 진앙지로 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미술의 정수를 담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전위적이라 할 만큼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미술가들과 창조적 즐거움을 빚어온 수준 높은 협업, 참신한 신진 작가 후원 활동을 30년 넘게 해오면서 독보적인 자취를 남겨왔기 때문이다. 빼어난 전시 콘텐츠와 아름다운 건축물의 조화가 돋보이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예술을 즐기는 대중은 물론이고 아티스트들이 파리에 가면 즐겨 찾는 특별한 장소이기도 하다.
2 일본 사진가 히로시 스기모토가 동물을 촬영한 작품 사진 등이 걸린 전시장. ⓒThomas Salva
3 마나부 미야자키의 작품들. The Great Animal Orchestra_Manabu Miyazaki_Photo by Thomas Salva?Lumento
4 버니 크라우스가 수집한 동물 소리에서 영감을 받은 영국 아티스트 그룹 UVA의 3D 설치 작품. ⓒLuc Boegly
에르베 샹데(Herve´ Chande`s) 관장과 그라치아 쿠아로니(Grazia Quaroni) 큐레이터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심도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이 자유로운 감성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예술 작품 의뢰와 신진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주는 일은 이들의 가장 큰 보람이자 업적이다. 작품 하나 혹은 전시회 전체를 구성하는 과정을 함께 진행하면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미술가는 단순한 후원 관계를 넘어 창의적 파트너십을 만들어나가게 된다. 마르크 쿠튀리에(Marc Couturier),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차이 구어치앙 & 미야지마 다쓰오(Cai Guo-Qiang and Miyajima Tatsuo) 같은 작가들이 그렇게 기념비적인 작업을 완성했다. 미술뿐 아니라 영화와 사진, 공연, 디자인 등으로도 영역이 다채롭게 확장되고 있으며,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에게도 컬렉션을 의뢰한 바 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검증되지 않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최초의 전시를 열어주기도 하고, 유럽에 알려지지 않은 변방의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1994년에는 피에리크 소린(Pierrick Sorin)에게 비디오 설치물을 의뢰했는데, 그는 이후 국제적인 비디오 아티스트가 됐다. 1995년에는 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의 설치 작업을 전시했고, 그는 이제 ‘스타’로 불린다. 사진가 프란체스카 우드먼(Francesca Woodman) 등의 전시를 열었고, 일본의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 린코 가와우치를 소개하기도 했다.
“각각의 종은 자신이 선호하는 소리의 음역대가 있습니다. 이는 마치 바이올린, 목관악기, 트럼펫, 퍼커션 악기들이 오케스트라 속에서 해당 악기만의 소리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캐나다, 미국, 브라질, 짐바브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심해에서 녹음된 사운드 스케이프가 관람객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한다. 아름다운 정원에는 아그네스 바르다(Agne`s Varda)의 애완 고양이 즈구구를 기리는 작품 ‘즈구구의 무덤(Le Tombeau de Zgougou)’을 설치해 하늘나라로 떠난 모든 애완동물의 영혼을 위로한다. 이처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전시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서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2017년에는 서울에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독창적인 전시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