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터키, 잊지 못할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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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2, 2016

글 나주리(헬스조선 여행힐링사업부 차장) | 사진 헬스조선 DB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여행 기획자도 특별한 여행을 꿈꾼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터키의 매력을 찾아 꼬박 8박 10일을 누빈 한 여행 기획자의 이야기. 직접 그곳을 걷는 듯 발에 힘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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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비의 예술, 카파도키아
여행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여행지의 시간과 공간을 음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라고 생각한다. 직장을 옮긴 뒤, 그런 여행을 직접 기획해보고 싶었다. 색다른 걷기 여행지로는 터키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동서양의 문명이 아로새겨진 유물과 잘 알려지지 않은 경이로운 유적이 공존하는 그 곳으로 신발 끈 고쳐 묶고 출발했다. 카파도키아는 이스탄불에서 700km 이상 떨어진 아나톨리아 고원 중부에 있다. 지구상에 이보다 더 독특한 풍경은 없을 것이다. 수백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한 후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기암괴석군은 지구가 아닌 외계의 낯선 행성을 보는 듯하다. 카파도키아 트레킹의 백미는 단연 ‘로즈밸리’. 암석 지대가 노을로 붉게 물드는 장관을 보기 위해 보통 늦은 오후부터 걷기 시작한다. 30분 정도 깊숙한 곳을 걷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한 사람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려고 멈추자 그 사람은 준비해온 기계를 꺼내 즉석에서 석류주스를 짜냈다. 온통 암석뿐인 야외 바에서 즐기는 2달러짜리 석류주스라니! 이런 게 여행의 재미일 것이다. 목을 축이고 길을 떠나는 우리에게 그 ‘바텐더(?)’는 손을 흔들어 보인 뒤, 툴툴거리는 고물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이제 평지를 지나 로즈밸리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일대는 저무는 태양 빛을 받아 핑크빛을 넘어 붉은색으로, 다시 흑장미색으로 변해가며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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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남부 지중해, 숨겨진 ‘걷는 자의 천국’
리키안 웨이는 고대 그리스 도시 리키아 사람들이 거닐던 길이다. 그리스, 비잔틴제국, 오스만제국 등 길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그들은 흔적을 남겼고, 그 곁으로는 무심한 듯 지중해가 푸르게 넘실댄다. 안탈리아에서 페티예까지 509km를 모두 걷기는 벅찬 일. 4일에 걸쳐 하루 3시간씩 리키안 웨이의 베스트 스폿만 골라 걷기로 했다. 신화 속 괴물, 키메라의 불꽃을 보러 가는 일정은 스펙터클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개울이 길을 가로막았다. 둘러봐도 다리는 없고, 강을 가로질러 쓰러진 아름드리나무뿐이었다. 신의 영역에 다가가는 일이 어디 쉬울까. 나무를 다리 삼아 개울을 건너는 경험은 스릴 넘쳤다. ‘키메라의 불꽃’은 바위틈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가스 때문에, 고대부터 지금까지 불꽃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한참을 신기하게 바라보다 준비한 소시지와 마시멜로를 꺼내 불에 굽기 시작했다. ‘키메라’ 양념 덕분인지 가장 맛있는 추억 하나를 맛본 하루였다. 눈이 시릴 정도로 짙푸른 지중해는 리키안 웨이 트레킹이 주는 가장 로맨틱한 선물이 아닐까. 리키안 웨이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욜루데니즈의 블루라군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유령 도시’ 카야코이를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대한 블루라군이 시야에 들어왔다. 지금껏 보지 못한 푸른색! 파란 물감에 더 파란 물감을 섞고, 또 섞어 만들었을까. 검푸른 블루라군의 강렬함은 지금껏 보던 지중해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블루라군에 홀려 어떻게 걸었는지도 모르게 욜루데니즈 해변에 도착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바다에 뛰어들어 우리의 여행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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