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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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2, 2020

에디터 고성연

늦가을, 책 향기를 가득 품은 공간에서 떠나는 사색적인 비행!















이솝(Ae-sop)의 문화 예술 마케팅 감각은 늘 참신하지만 ‘비대면’으로 뒤덮여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올해의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욱 기지가 돋보이는 행사가 가을의 하루를 모처럼 충만하게 만들어줬다. 장소는 서울 청담동의 프라이빗 도서관으로 입소문이 단단히 난 소전서림(素磚書林). 평소에는 장서로 가득한 커다란 방 한가운데 탑을 쌓듯 책을 높이 올리고, 그 꼭대기에 의자 하나를 ‘화룡점정’으로 놓아둔 설치 작품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 주위에는 각기 다른 제목과 일러스트를 담은 재활용 재료로 만든 상자들을 놓아뒀다. 여기에는 ‘감각의 연대기’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저마다 다른 구성의 연말 기프트 컬렉션이 들어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캐서린 맨스필드, 이자벨 에버하르트 등 5명의 다국적 작가가 쓴 작품을 QR코드로 접할 수 있는 ‘문학 여행’ 초대권이 함께 담겨 있으니까. 여행이 녹록지 않은 작금의 상황에 집을 떠나지 않고도 다른 세계에 접속해 마음과 감각의 항해를 떠날 수 있도록 초대한다는, 깜찍한 취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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