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LV X YK in Tokyo_Magical Enco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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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4, 2023

글 고성연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는 생존 작가 목록을 놓고 지구상에서 대중성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가치로 따지자면 아마도 0순위에 꼽히지 않으면 서럽기 그지없을 이름일 것이다. 아니, 혹여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 해도 쿠사마표 ‘땡땡이(polka dots)’나 호박 무늬’를 보면 대다수가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겠는가. 사실 이 살아 있는 신화 같은 유명세에는 2012년 루이 비통과 함께 선보인 센세이셔널한 ‘쿠사마 컬렉션’도 한몫했다. 온갖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미국행을 결단한 뒤 파란만장한 굴곡을 겪으며 성장한 배경이라든지 가슴 아픈 개인사까지 더해져 그 효과는 더 커졌을 테고 말이다. 워낙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터라 외려 자칫 간과할 수도 있는 그녀의 예술 세계를 동시대 흐름에 잘 어울리는 참신한 소통 방식으로 조명하는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일본 도쿄 시내를 창조적으로 수놓은 그 현장을 다녀왔다.


연말연시를 맞이한 도쿄의 도심 풍경은 유난히 빛이 난다. 그저 ‘자본주의 불빛’으로 바라보기에는 뭉클할 정도로 황홀한 네온사인, 다채로운 조명과 장식의 묘하게 아름다운 조화가 바삐 길을 걷다가도 절로 멈춰 서서 빤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지난 12월 초, 아직은 그렇게 강렬한 추위를 느낄 수 없는 날씨에 늘 붐비는 도쿄 역 근처는 휴대폰을 꺼내 든 채 허공에 대고 흔들면서 사진과 영상 찍기에 여념이 없는 인파로 더 북적거렸다. 다가가보면 유유자적 스케이트를 타는 이들이 보이는 아담한 아이스링크를 배경으로 예쁘장한 글라스 박스가 놓여 있다. 가만히 지켜보노라니 그 신나는 풍경 속 대다수는 ‘LV’ 로고가 새겨져 있는 사각 유리 박스 앞에 비치된 QR코드를 활용한 증강현실(AR)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귀여운 핑크빛 물고기 모양의 푸드 트럭에서 따뜻한 생강차를 홀짝이며 마시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바로 그 핑크빛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춤추는 듯한 ‘퍼레이드’ 화면을 AR로 즐겨볼 수 있는 경험. 바로 다시금 나래를 펼치고 있는 체험 경제 시대의 겨울날에 루이 비통이 오랫동안 협업의 역사를 이어온 위대한 예술가 쿠사마에게 경의를 표하고, 동시대인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도쿄 역을 비롯해 시내 곳곳을 다니면서 저마다 다른 설치 작품을 만나며 ‘쿠사마’를 몸소 감상할 수 있는 역동적인 협업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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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명소들을 쿠사마 야요이와 함께!
어느덧 나이 아흔을 훌쩍 넘긴 쿠사마(1929년생)가 꾸준히 걸어온 작업 여정을 ‘발품’으로 함께하는 루이 비통의 재기 어린 발상을 창조적으로 풀어낸 선택지들은 일부러 도시 기행을 하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명소들이기도 했다. 이 중 도쿄 타워를 콧대 높은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듯한 유서 깊은 조조지 사원, 그리고 바로 옆에 자리한 시바 공원은 한 묶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이다. ‘LV X YK’ 모티브로 가득한 이 명소들은 평일에 들렀는데도 ‘예술 산책’을 즐기는 다국적 방문객들로 활기를 내뿜고 있었다. 예컨대 멀리 도쿄 타워를 올려다보면서 시바 공원에서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원형의 메탈 좌대에 검정 바탕의 노란색 땡땡이가 박힌 쿠사마표 호박이 사뿐히 올라앉아 있는가 하면 황갈색을 띠는 잔디 위에 우주선처럼 흩어져 있는 은색의 원형구가 표면에 반사된 ‘도시 풍경’을 작은 마법처럼 담아내고 있다. 조조지 사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거대 불상이 있는 사찰 앞으로 걸어가다 보면 쿠사마 특유의 알록달록한 물방울과 LV 로고가 결합된 대형 설치물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다채로운 색조와 고전적인 주변 배경의 대조미가 절로 ‘클릭’을 부른다. 이 깜찍한 조합의 미학 역시 AR로 누릴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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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쿠사마와의 컬렉션 협업  
‘LV X YK 프로젝트’의 전시 장소로는 전통적인 명소만이 아니라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대중이 즐겨 찾는 도쿄의 번화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신주쿠와 시부야, 그리고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게 늘어선 긴자까지 섭렵했다. 한국에서도 ‘패션 피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긴자의 복합 쇼핑몰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는 주로 빨간 호박에 둘러싸여 있는 커다란 코끼리를 1층 쇼윈도에서 만날 수 있고, 신주쿠와 시부야로 진입하면 지하철역이 있는 사거리의 고층 건물에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쿠사마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과 전위적인 예술가다운 자태로 등장하는 옥외 광고가 몇 분 간격으로 계속 흘러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오는 봄 전격 공개될 그녀와 루이 비통과의 협업 컬렉션 중 일부가 영상에 가끔 노출된다. 이번 협업의 제품 목록은 마치 작가의 방대한 이력과 작업 스펙트럼을 아우르듯 가방은 물론이고 남성/여성복, 선글라스, 향수 등 그야말로 ‘라이프스타일’ 패키지다. 며칠 동안 비교적 따스하고 맑은 날이 지속되며 날씨 운도 따랐던 ‘예술 산책’의 대미를 장식한 건 마지막 목적지였던 신주쿠에서 잠깐 쏟아진 비의 세레나데였다.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물방울이 곱게 입혀진 가방이 나오는 스크린 위로 빗방울이 살포시 겹치니 운치 있는 영화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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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협조 루이 비통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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