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World of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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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 2025

객원 에디터 이민정

1847년, 루이-프랑수아 까르띠에는 파리 몽토르게유(Montorgueil) 거리에 작은 보석 아틀리에를 열며 메종 까르띠에의 역사를 시작했다. 그 공방은 오늘날까지 1백70여 년의 시간을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주얼리 하우스이자 워치메이커로 성장했다. 까르띠에는 주얼리뿐만 아니라 워치, 향수, 가죽 제품, 액세서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독자적 세계인 ‘까르띠에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메종의 역사는 단순한 보석의 연대기가 아니라 예술과 시간, 그리고 인간의 열정이 엮어낸 거대한 유산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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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ier Archives © Cartier
1백7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까르띠에는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기보다 언제나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며 럭셔리의 기준을 재정의해왔다. 화약공 집안에서 태어난 루이-프랑수아 까르띠에는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남달랐고, 세공사로서의 섬세한 기술과 감각을 인정받았다. 1847년 스승 아돌프 피카르의 공방을 인수해 자신의 이름을 건 아틀리에를 열며 까르띠에의 역사가 시작됐다. 메종 까르띠에가 탄생한 19세기 중엽 파리 사교계에서는 화려한 주얼리에 주목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배경에 맞춰 까르띠에는 탁월한 세공과 새로운 조형미를 발판으로 주얼러로서 빠르게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1874년, 창립자의 아들인 알프레드 까르띠에가 경영을 이어받으며 메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알프레드는 세공 장인으로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경영적 감각을 더해 브랜드의 체계를 확립했다. 1899년에는 파리의 중심가 뤼 드 라 뻬(Rue de la Paix) 13번지로 이전하며 메종의 정체성을 완성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알프레드는 세 아들인 루이 조제프, 피에르 까미유, 자크 테오뒬에게 하우스의 해외 경영을 맡기면서 까르띠에는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가기 위한 도약을 시작했다. 루이 조제프는 파리에서 혁신을 주도했고, 자크 테오뒬은 런던에서 귀족 사회와의 관계를 강화했으며, 피에르 까미유는 뉴욕 5번가에 까르띠에 맨션을 열어 프랑스 예술 정신을 미국에 전했다. 세 형제의 협업과 감각은 까르띠에를 왕실의 보석상에서 세계적인 메종으로 도약시키는 발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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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ier Archives © Cartier
Archives Cartier Paris, André Taponier © Cartier
왕의 보석상, 보석상의 왕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King Edward VII)는 까르띠에를 일찍이 “왕의 보석상, 보석상의 왕(Jeweller to Kings, King of Jewellers)”이라 칭송했고, 1902년 자신의 대관식을 위해 까르띠에에 27개의 티아라를 주문했다. 이듬해 영국 왕실은 까르띠에를 왕실의 공식 주얼러로 임명했고, 곧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 태국, 이집트 등 세계 각국의 왕실에서도 같은 영예를 부여했다. 또 프랑스 내에서도 까르띠에는 일찍부터 귀족과 황실 주변의 후견을 받았다. 나폴레옹 3세의 황후인 외제니 드 몽티조(Eugénie de Montijo)도 메종의 주요 고객이었으며, 우아한 디자인과 정교한 세공을 갖춘 작품들이 당시 파리 사교계와 상류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프랑스 사교계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까르띠에는 황실이라는 공식 의전 무대뿐만 아니라 고급 사교 공간에서도 문화적 위상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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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Welsh, Cartier Collection © Cartier
아이콘의 탄생
까르띠에의 디자인 철학은 ‘모든 창작은 형태에서 시작된다’는 확고한 신념에 기반한다. 메종의 모든 작품은 하나의 드로잉에서 출발하며, 그 안에서 기능적 완성도와 감성적 표현이 공존한다. 이러한 철학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아이콘이 바로 ‘트리니티(Trinity)’, ‘LOVE’, ‘팬더(Panthère)’ 컬렉션이다.
트리니티는 1924년 창립자의 손자인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가 시인 장 콕토를 위해 세 가지 금속이 맞물린 반지를 제작하며 탄생했다. 화이트·옐로·핑크 골드가 각각 우정, 충실함, 사랑을 상징하는 이 반지는 현재도 메종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조형미는 까르띠에 디자인의 본질을 보여주는 예로 손꼽힌다.
자유분방한 1970년대의 감성을 반영한 디자이너 알도 치풀로(Aldo Cipullo)는 ‘LOVE’ 브레이슬릿과 ‘저스트 앵 끌루(Juste un Clou)’를 선보였다. ‘LOVE’ 브레이슬릿은 사랑을 ‘고정’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현대적 낭만을 표현했고, 못(nail) 형태의 ‘저스트 앵 끌루’는 일상의 사물을 예술로 변환시킨 혁신적 디자인으로 평가받았다. 두 컬렉션 모두 시대를 초월한 상징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까르띠에를 대표하는 아이콘 컬렉션 중 하나다.
1914년, 브레이슬릿 워치의 반점 무늬로 처음 등장한 팬더는 까르띠에의 독창성이자 메종의 영혼을 상징하는 존재로 입지를 다졌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쟌느 투상(Jeanne Toussaint)은 팬더를 우아함과 독립성, 강인함을 겸비한 여성의 상징으로 재해석해 컬렉션을 확장시켰다. 이후 팬더는 단순한 동물 모티브를 넘어 여성성과 자유의 은유로 발전했고,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메종의 독창적인 아이콘으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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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ier Archives © Cartier
Cartier Archives Londres © Cartier
시간을 조각한 메종
까르띠에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해왔다. 1904년, 루이 까르띠에는 비행사 알베르토 산토스-뒤몽(Alberto Santos-Dumont)을 위해 세계 최초의 현대적 손목시계 산토스(Santos)를 제작했다. 비행 중 시간을 보기 위해 주머니 시계를 꺼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실용적인 발상이 결국 손목시계 시대의 서막을 연 것이다. 이후 탱크(Tank), 베누아(Baignoire), 발롱 블루(Ballon Bleu), 파샤(Pasha) 등 시대를 대표하는 컬렉션을 잇따라 선보였다. 탱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차 실루엣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으로 절제된 직선미를 보여줬고, 베누아는 타원형 케이스를 통해 우아한 곡선을 강조했다. 까르띠에의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을 디자인하는 예술 작품으로 진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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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inard Bétaille © Cartier
Cecil Beaton Archive © Condé Nast
아름다움의 윤리를 실천하는 메종
오늘날 까르띠에는 예술과 사회적 가치를 아우르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84년 설립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은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자유로운 실험과 교류의 장을 제공하며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재단은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고 다양한 문화 간의 대화를 촉진함으로써 까르띠에가 추구하는 ‘창조의 정신’을 오늘날의 언어로 확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까르띠에 우먼스 이니셔티브를 통해 창의적인 여성 기업가를 지원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실질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또 책임 주얼리 위원회 활동을 통해 공정한 생산과 윤리적 조달,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지속 가능한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까르띠에는 단순히 아름다운 주얼리와 워치를 만드는 메종이 아니다. 그들이 빚어내는 모든 창조물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책임에서 비롯된다. 예술을 통해 시대를 비추고 그 아름다움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 까르띠에가 1백70년 넘게 지켜온 진정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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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s Cartier Paris, André Taponier ©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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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Welsh, Collection Cartier © Cartier
© Cartier

“모든 창작은 형태에서 시작되고, 그 형태는 결국 까르띠에의 세계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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