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ery Romantic French We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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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 2012

글 지은경(칼럼니스트?유럽 통신원)

인생에서 가장 로맨틱한 순간인 웨딩마치 그리고 로맨틱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프랑스인들. 최고로 로맨틱한 두 주인공이 만나면 과연 어떤 풍경을 자아낼까?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와 젊은 광고 회사 사업가가 4년간의 연애 끝에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다. 그들의 결혼식에는 지금껏 함께해온 수많은 날들의 추억이 모두 녹아 있다. 정해진 격식을 차린 것도, 호화로운 것도 아니지만 그 누구의 결혼식보다도 특별하고 아름답다. 자신들만을 위한 결혼식을 위해 오랜 시간 차근차근 준비해온 이 프렌치 커플의 결혼식을 엿보는 동시에 프랑스의 아름다운 결혼 문화를 경험해보자.



 


로돌프 봉트롱 불레(Rodolphe Vonthron Boulay, 36세-광고 회사 CEO)와 디안 부티용 드 라 세르브(Diane Bouthillon de La Serve, 34세-그래픽 디자이너)는 4년간의 열애 끝에 지난 늦여름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 파리지앵이다. 럭비 월드컵 오프닝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 만난 첫날부터 데이트를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마법 같은 날이 지나면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날도 찾아오는 법. 모든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드디어 두 사람은 인생을 끝까지 함께해보기로 약속한다. 2010년 밸런타인데이에 로돌프는 딘 반(Din Vahn)에서 구입한 심플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디안에게 건네며 청혼했다. 일을 마치고 늦게 귀가한 디안은 로돌프에게 깜짝 선물을 받았다. 향기로운 아로마 초가 욕실 한가득 불을 밝히고 욕조에는 새하얀 거품과 장미꽃잎이 담겨 있었다. 그저 로맨틱한 밸런타인데이 깜짝 선물로만 여긴 디안은 피로를 풀기 위해 따뜻하고 향기로운 욕조에 몸을 담갔다. 로돌프는 샴페인 한 잔과 함께 몽롱한 기분의 목욕을 만끽하던 디안에게 다가오더니 작고 귀여운 반지를 하나 내밀었다. “결혼해줄래?” “Oui!(그래!)”
이후 두 사람은 결혼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기 시작했다. 초대장과 결혼식에 입을 수트, 드레스를 디자인하고, 친구들에게 받을 도움 리스트를 작성했으며, 결혼식 장소를 물색했다. 자칫 지치기 쉬운 우리나라 결혼 준비와는 달리 이들은 결혼 준비 과정을 매우 즐겁게 보낸 듯하다. ‘디안과 로돌프의 결혼식’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준비 진행 상황을 꾸준히 업로드해 주위 사람들의 끝없는 관심을 이끌어냈고, 즐거운 이야깃거리와 도움이 가득한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외 대부분의 유럽 국가의 결혼에는 공통된 것이 한 가지 있다. 구청장이 보는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바로 혼인신고 절차를 대신한다는 사실이다. 이때 결혼하는 당사자와 더불어 지인들이 증인을 서 결혼 서약서에 사인을 하면 결혼이 성사된다. 신랑 들러리는 총각 파티를 주최하고 혼인 서약의 증인 역할을 한다. 또 신부 들러리는 결혼 전 신부의 드레스를 고르는 일과 그 외 잡다한 일을 어시스트해주거나 기획해주고, 결혼식에서는 신랑 들러리와 마찬가지로 증인이 된다. 구청에서 결혼을 끝내면 부모님이나 자신들의 집에서 파티를 진행한다. 따라서 우리처럼 비싼 예식장을 빌리거나 그와 함께 강제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여러 가지 옵션으로 가득한 결혼 문화를 찾아볼 수 없다. 의외로 간소한 결혼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리모니를 디자인할 수 있어 훨씬 의미 깊고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다. 구청 결혼식이 끝난 후 종교적인 결혼식을 원한다면 교회에서 다시 한 번 결혼식을 올린다. 이때는 목사나 신부가 주례를 서고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진 파티가 밤새 이어진다.
디안과 로돌프는 이탈리아에 있는 로돌프의 어머니와 프랑스 파리 외곽에 사는 디안의 부모님을 위해 결혼식을 두 번 올리기로 결심했다. 간소한 결혼식인 파리 결혼식에서 디안은 귀여운 미니드레스를 입었다. 유럽에서는 웨딩드레스를 빌리기보다는 구입해서 대대로 물려주거나 간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가격의 디자이너 드레스를 구입하는데, 최근에는 파티용으로 변형해서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드레스를 많이 구입하는 편이다. 디안이 선택한 드레스 디자이너는 영화 코스튬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셀레스티나 아고스티노. 그녀는 맞춤 드레스와 더불어 심플한 디자인의 기성복 드레스를 제작해 일반인들도 저렴한 가격에 디자이너 드레스를 구입할 수 있게 했다. 디안의 부모님이 거주하는 파리의 외곽 페로-쉬르-마르느(Perreux-sur-Marne)의 구청은 클래식하게 꾸민 홀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디안과 로돌프는 결혼식이 열릴 구청과 홀을 방문해 공간과 잘 어울리는 색과 디자인으로 행사를 계획하고 하객들의 드레스 코드 또한 면밀하게 검토해 초대장을 보냈다. 결혼식 이후 뱅센 숲 근처에 위치한 디안 부모님의 저택 정원에서 조촐한 칵테일 파티로 이날의 행사를 마감했다.
이탈리아 남부까지 이동하기가 수월치 않은 관계로 디안과 로돌프는 7월 말 바캉스 기간을 이용해 또 한 번의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마을 콘베르사노(Conversano)는 오래된 교회와 집들, 끝없이 펼쳐진 밭, 아름다운 지중해, 그리고 그 위를 비추는 강렬한 햇살이 어우러진 완벽한 여름의 마을이다. 15세기에 건립된 마을 중앙의 작은 교회가 디안과 로돌프의 이탈리아 결혼식 장소였다. 프랑스 결혼식이 발랄하고 귀여운 분위기였다면 이탈리아의 결혼식은 클래식하고 우아한 스타일로 행해졌다. 오간자와 실크 레이스가 겹겹이 달린,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신의 옷 같은 드레스와 그래픽 디자이너의 감각을 살린 빨간색 킬힐은 모든 이의 찬사와 주목을 받았다. 로돌프는 파리 결혼식에서는 짙은 청색의 클래식한 수트를 입어 디안의 미니드레스와 함께 경쾌한 리듬감을 살려주었으며 이탈리아 결혼식에서는 우아한 엠파이어 스타일 드레스에 어울리는 라이트 그레이 수트를 입었다. 예식이 끝난 후 교회 문을 나선 신랑과 신부에게 하객들이 꽃가루와 쌀가루를 뿌렸다. 결혼식 이후 파티는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열렸다. 디안과 로돌프는 빨간색 미니 피아트 자동차(너무 작고 귀여워 ‘요구르트 차?라고도 불린다)를 타고 파티 장소로 이동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친구와 지인들은 디안과 로돌프를 위해 그해 여름 바캉스 기간을 이탈리아에서 보내기로 했다. 세리모니 전에 도착한 친구들은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이탈리아 시골 마을을 산책하고 밤에는 조촐한 파티를 열어 내내 즐거운 기분을 만끽했다. 하객을 위한 선물로는 디안과 로돌프의 이름과 결혼 날짜가 찍힌 레이블을 붙인 콘베르사노 화이트 와인을 준비했다. 그해에 수확한 첫 화이트 와인이라는 점과 디안과 로돌프의 결혼을 지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기억할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신선한 이탈리아 해산물과 와인, 샴페인, 상큼한 과일 디저트를 즐기는 동안 신랑과 신부는 하객들의 테이블을 차례로 방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객들은 바구니에 신랑과 신부를 위한 축하 메시지와 선물 리스트를 담아 건넸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사랑에 빠진 신랑 신부의 일생이 담긴 코믹하고도 짤막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 이후 즐거운 음악이 흐르고 신랑과 신부, 하객들은 춤을 추었다. 곧이어 이탈리아 파티시에가 멋진 웨딩 케이크를 직접 들고 입장했다. 신랑 신부가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샴페인 잔을 기울여 건배한 다음 파티는 밤이 새도록 이어졌다. 치렁치렁한 신부 드레스의 밑단에는 포도밭의 흙이 잔뜩 묻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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