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talgic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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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 2012

에디터 고성연

용암이 만들어낸 검은색 대지의 기운이 매혹적인 빅 아일랜드와 아름다운 와이키키 해변을 무대로 달콤한 휴식과 편리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오아후. 상반된 매력을 지닌 하와이의 두 섬에 자리 잡은 힐튼 그룹의 럭셔리 리조트에 다녀왔다. 1년에 주 단위로 일정 기간을 ‘내 별장처럼’ 사용할 수 있어 ‘공유’를 지향하는 21세기의 협력적 소비 개념에 부합하는 이른바 ‘타임셰어 리조트’다. 하와이처럼 한번 방문한 이들이 자꾸만 즐겨 찾는 ‘팬심’이 두터운 휴양지에 잘 어울리는 개념이 아닐 수 없다.


 

   

   


하와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은연중에 에디터의 마음속에 품게 됐던 ‘어쩐지 진부한 여행지’라는 고정관념이 깨진 건 2010년 여름. 영국에서 하와이 출신의 세계적인 싱어송 라이터 잭 존슨(Jack Johnson)의 콘서트를 보고 난 뒤였다. 참으로 소박한 인상과 울림 있는 말투, 진심이 전해지는 목소리의 질감. 정신없이 돌아가는 우리네 ‘쳇바퀴 인생’의 고단함을 위로하듯 따스한 ‘느림의 감성’이 묻어나는 그의 음악은 원래부터 친숙하긴 했지만, 실제로 진심을 담아 자신의 노래처럼 살아가는 듯한 풍모를 접하자 슬며시 궁금해졌다.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스타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서핑과 바람, 가족을 사랑하고, 그러한 마음을 오선지에 그대로 옮기며 살아가는 소탈한 자연인의 모습을 오랜 세월 동안 간직하게 해주는 그 커다란 섬의 기운이란 어떤 걸까.
그로부터 2년이 채 안 돼 운 좋게도 하와이행이 결정되자, 살짝 걱정이 됐다. 해변을 거닐다가 우연히 서핑이나 조깅을 하고 있는 잭 존슨을 만나면 말을 걸어야 하나(원래 인터뷰가 아닌 이상 유명인에게 일부러 말을 걸어본 적은 없다). ‘번개 인터뷰’나 ‘몰래 샷’이라도 시도해야 하나. 이러한 기우를 덜어주듯, 혹은 나무라기라도 하듯 이번 여행은 에디터에게 그러한 행운까지 허락하지는 않았지만 잭 존슨이 왜 그토록 하와이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혹됐던 요소 중 하나는 ‘바람’이다.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듯 온화하고, 짭조름한 소금기가 적당하게 담겨 있지만 끈적이지 않는 기분 좋은 공기를 실어 나르는 바람은 동서양이 섞인 하와이의 ‘칵테일 문화’ 처럼 묘하게 잘 ‘조제된’ 느낌이다. 그 바람이 때로는 쌀쌀하게 변모하더라도 더욱 멋지다고 느낀 곳은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 빅 아일랜드(Big Island). 제주도의 8배나 되는 넓은 땅이지만 불모지가 많은 탓에 인구는 15만여 명밖에 되지 않아 다소 황량한 느낌이 드는 이 섬은, 어떠한 자연의 심술과 애교도 포용할 것 같은 웅대함을 지니고 있다.

검은 용암의 흔적이 인상적인 빅 아일랜드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한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 <디센던트(The Descendants)>를 보면 하와이의 자연미를 영상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조지 클루니가 큰딸을 찾아가는 부분에서 빅 아일랜드가 잠깐 나오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검은 땅을 수놓은 도드라지게 하얀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자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OO is Here in February 2012’, ‘O Love O Forever’. 빅 아일랜드 코나공항에 내려 리조트를 향해 택시를 타고 달리면서 “와, 저게 뭐지?” 하고 궁금해했던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용암이 많아 땅이 검은데, 사람들이 해변에서 하얀 산호석을 주워와 추억이 될 문구를 낙서로 남기고 가지요. 5년, 10년 뒤에 와도 그대로 남아 있겠죠.” 택시 기사인 로이의 친절한 설명이었다. 검은색의 대지 말고도 4000m가 넘는 고봉(마우나케아, 마우나로아)과 화산국립공원, 128m에 이르는 아카카 폭포 등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볼거리가 많다. 빅 아일랜드 동쪽에는 강수량이 많아 ‘비의 도시’라고 불리는 행정의 중심지 힐로(Hilo)가 있고, 서쪽에는 세계 3대 커피 산지로 잘 알려진 휴양지 코나(Kona)가 자리 잡고 있다. 목적지는 코나의 코할라 해변에 위치한 방대한 리조트 마을 와이콜로아 빌리지(Waikoloa Village). 그중 힐튼 와이콜로아 비치 리조트는 입구에서부터 투자 규모가 한눈에 느껴진다. ‘킹스 골프 코스’와 ‘비치 골프 코스’ 등 환상적인 골프 코스는 물론 루이 비통과 티파니 등 럭셔리 브랜드까지 입점시킨 킹스 숍스(Kings’ Shops), 각종 레스토랑, 푸드 코트, 슈퍼마켓 등이 있는 퀸스 마켓플레이스(Queens’ Marketplace)와 같은 쇼핑몰도 들어서 있다. 단지 내에서 모든 게 가능한 ‘전천후 리조트’다. 자연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고 있는 진짜 돌고래들과 수영하고, 재기 넘치는 ‘묘기’를 함께 할 수 있는 ‘돌핀 퀘스트’도 이 리조트의 명물 체험이다.

진정한 휴식을 선사하는 타임셰어 리조트, 킹스랜드

하지만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에 머물게 된 것이 진심으로 행운으로 느껴진 건 킹스랜드(Kings’ Land) 때문이었다. 하와이풍으로 디자인한 3층 건물들이 흩어져 있고, 야외 수영장에서는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논다. 온갖 시름이 절로 고개를 떨군 듯 평화로운 분위기가 담뿍 느껴지는 장소다. 리조트 입구에서도 셔틀을 타고 10~15분이 걸리는 단지 안쪽에 깊숙이 자리 잡은 킹스랜드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클럽(Hilton Grand Vacations Club)에서 운영하는 타임셰어(timeshare) 리조트 중 하나. 다시 말해 1년을 기준으로 주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개인 별장식 럭셔리 리조트다. 2주의 권리를 구매한 회원의 경우, 평생에 걸쳐 해마다 14일 동안 ‘내 집처럼’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것. 재산권으로 인정돼 매매, 상속, 양도도 가능하다. 모든 객실에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침실, 거실, 현대식 주방 시설이 갖춰져 있기에 나만의 별장처럼 휴식하고 요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평생을 매번 같은 곳으로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명쾌한 해결책이 마련돼 있다. 클럽 회원이 되면 계약 조건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받게 되는데 뉴욕, 라스베이거스, 플로리다 등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포르투갈 등 전 세계 51개 직영 클럽 리조트는 물론 1백 개국에 위치한 3천7백50개 힐튼 호텔과 리조트, 5천7백 개의 제휴 호텔 등 다채로운 명단을 살펴보고 ‘찜’해 그 포인트를 쓸 수 있기 때문. 내가 선택한 ‘홈 리조트’가 존재하긴 하지만 얼마든지 다른 지역의 시설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올해 휴가를 떠나지 않을 계획이라도 고민할 필요 없다. 다음 해로 넘기면 된다. 예컨대 ‘일주일의 원 베드룸’을 계약한 회원에게는 이듬해에 체류 기간을 늘리거나 방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등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는 것. 한국에서 흔한 콘도와 비교하기에는 힐튼에서 제공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다양하고 유동적인 혜택이 엄청나다.
하와이의 이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잘만 계획한다면 한 번에 와이키키 해변이 자리한 오아후 섬과 빅 아일랜드를 다 경험해볼 수 있는 여정을 짤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코나와 오아후의 매력은 전혀 다르기에 더 가치가 있다. 먼저 킹스랜드가 있는 코나의 장점을 얘기하자면 리조트 내 스파의 테라피스트 캐럴의 증언이 보탬이 될 듯하다. 해변가의 캐노피에서 빼어난 솜씨로 지압을 해주던 캐럴은 자신이 악성 종양이 있는 딸의 건강을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이주한 ‘강한 엄마’라는 사실을 밝혔다. 순간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에디터의 얼굴을 보더니 캐럴은 “이젠 다 괜찮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스트레스 없는 코나의 환경 덕분인지 딸이 몸이 불편한데도 일을 해왔고, 최근엔 종양이 사라지는 기적을 경험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동서양의 미덕이 혼재된 칵테일 문화

그렇다고 하와이에 가는데 주도인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Oahu)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곳의 분위기는 ‘편안한 칵테일’ 같다. 본토와는 떨어져 북태평양 동쪽에 위치하고 있긴 하지만 하와이 제도는 분명히 미국의 50번째 주인데도, ‘미국적’이라기보다는 ‘아시아적’ 색채가 굉장히 강하다. 일본, 중국, 한국, 필리핀 등 아시아계가 40%가 넘는 인구 구성과 이들의 견고한 사회적 위치 때문인지 적어도 아시아인이 ‘서양’이라는 이유로 위축되지 않고 여행할 수 있다. 마음먹으면 반나절 코스로도 오아후 섬을 돌아볼 수 있는데, 맛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돌 플랜테이션에 가든, 소스의 감칠 맛이 일품인 지오바니 새우 트럭을 들르든, 미국의 유일한 궁전인 이올라니 팰리스 주변을 찾든 행동에 제약이 없는 아시아인의 천국이다. 하물며 쇼핑은 어떠하랴. 오아후는 매년 5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인 만큼 쇼핑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니먼 마커스, 노드스트롬 같은 백화점부터 아웃도어 쇼핑몰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면세점 DFS갤러리아 와이키키, 동양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와이켈레 프리미엄 아웃렛 등 쇼핑할 장소가 차고 넘치게 많다. DFS갤러리아 와이키키의 박수홍 부장은 “밤 11시까지 여는 데다 한국 직원이 많고 토리 버치, 코치, 마크 제이콥스 등 미국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영수증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A/S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변가를 무대로 한 쇼핑과 휴식, 그랜드 와이키키안

‘하와이’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단어는 ‘와이키키 비치’일 것이다. 비키니와 선글라스 차림으로 해변의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남녀들과 파도타기에 푹 빠진 서퍼들. 해변의 한쪽 끝자락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느낌이 드는 힐튼 하와이언 빌리지는 전 세계 고급 호텔 중 10위 안에 드는 대형 리조트다. 22에이커의 단지에 7개의 타워가 들어서 있는데, 그 안에 하와이의 또 다른 타임셰어 리조트인 그랜드 와이키키안(Grand Waikikian)이 둥지를 틀고 있다. 수평의 들판에 펼쳐진 듯한 느낌의 킹스랜드와 대조적으로 38층짜리 건물에서 창문으로 푸른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건 분명 다른 종류의 호사스러움이다. 부지 내에는 열대식 정원과 폭포, 5개의 수영장, 90개가 넘는 상점이 진을 치고 있다. 도보로 시내 중심가로 쇼핑하러 갈 수도 있다.
하와이를 찾는 이들은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마음에 드는 곳을 반복적으로 찾는 문화는 구미나 일본에서는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내 집처럼 지낼 수 있는 정겨운 리조트를 선호하는 수요가 많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하와이가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한풀 꺾였다가 최근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2009년 무비자 방문이 허용되면서 미국 방문객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하와이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하와이관광청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9월까지 미국 방문객 숫자는 전년 대비 4.1%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하와이 방문자는 20%가 훌쩍 넘게 증가했다고. 신혼부부들에게 유독 사랑받고 있지만 느림의 감성과 아날로그 정서를 증폭시키는 듯한 이 섬은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에게도, 싱글에게도 매력을 발산하는 요소가 많다. 영화 <디센던트>에서 조지 클루니는 “본토 친구들은 하와이가 천국인 줄 안다. 천국? 천국 같은 소리 하네”라고 볼멘소리를 냈지만 사실 그건 급작스러운 사고로 죽어가는 아내가 바람 핀 상대를 추적하느라 해변을 달려야 하는 마음의 지옥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작 그도 선조가 선물해준 천혜의 땅을 지키느라 눈앞의 이익을 버리는 용단을 내리지 않는가. 낙원이냐, 아니냐는 상황의 문제이지만 하와이는 분명 다시 가고 싶은 그리움을 잉태한 섬이다.


TIP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클럽은 차별화된 타임셰어 리조트 상담을 위해 밀레니엄 서울 힐튼 내 세일즈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문의 02-317-3770, 6 salesgallery@hgvc.com

하와이에서 오아후 이외에 다른 섬을 하나 더 보고 싶다면, 하와이안항공을 이용하면 좋다. 인천-호놀룰루 구간(9시간)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웃 섬 1회를 무료로 왕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빅아일랜드의 코나공항까지는 하와이안항공이 매일 운항하는 주내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현재 인천에서 하와이 호놀룰루 국제공항까지는 주 4회(화?목?토?일요일)에 걸쳐 직항 편이 운항되고 있고, 오는 7월16일부터는 매일 운항 체제로 바뀔 예정이다. 문의 02-775-5552, www.hawaiianair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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