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 x JK Masters of artistic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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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7, 2017

글 고성연

당대 최고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컬래버레이션의 달인’으로 불리곤 하는 루이 비통이 이번에는 제프 쿤스와 손을 잡았다. 소위 ‘잘나가는’ 동시대 작가들 중에서도 작품가가 압도적으로 비쌀뿐더러 늘상 화제를 몰고 다니는 현대미술계의 ‘브랜드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것도 ‘키치의 제왕’이라는 명성답게 이름만 들어도 입이 딱 벌어지는 고전 거장들의 작품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가방에 녹여냈으니, 과연 예술계 최고의 이슈 메이커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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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아티스트가 손을 잡는 협업 프로젝트는 이제 좀 지겨울 정도로 흔해진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어떤 아티스트와 어떤 브랜드의 만남인지가 시선 집중도를 정하게 마련이다. 동시대 미술을 활용한 아트 컬래버레이션의 장인이라 할 수 있는 루이 비통이 최근 절로 눈길을 잡아끄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빈치(Da Vinci), 티치아노(Titian), 루벤스(Rubens), 프라고나르(Fragonard), 반 고흐(Van Gogh) 등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 5명의 회화 작품을 브랜드의 가방 클래식 라인 전반에 녹인 ‘마스터즈 컬렉션(Masters Collection)’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미술사를 통틀어 쟁쟁한 대가들의 명작을 가방과 액세서리의 세계로 모셔 왔으니 패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도 일단 시선을 줄법하다. 더구나 루이 비통은 2000년대 초반부터 무라카미 다카시, 구사마 야요이, 리처드 프린스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브랜드 이미지도 격상시키고 작가들의 개성도 드러나는 ‘상생’의 협업을 해오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역사의 흐름을 결정지은 위대한 ‘올드 마스터’를 끌어오는 건 아무리 루이 비통이어도 지나치지 않냐는 시선을 낳을 수도 있는 꽤나 용감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만만치 않은 협업의 주인공이 제프 쿤스(Jeff Koons)라면 얘기가 좀 달라질 것 같다. 주요 경매에서 천문학적인 가격에 작품이 팔리는 ‘비싼 작가’ 제프 쿤스는 기성 예술의 엄숙주의를 조롱하는 ‘키치(kitsch)의 제왕’으로 불리는 인물이 아닌가. 만 여덟 살 때부터 옛 거장들의 그림을 모사해 ‘제프리 쿤스’라고 서명한 후 부친의 가게 진열장에 전시하곤 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감상적이고 값싼 복제품, 저렴한 일상용품이라 여겨지는 오브제나 이미지를 과감히 차용해 키치를 예술의 범주로 끌어들인 영리한 예술가, 포르노 배우 출신의 이탈리아 국회의원과의 결혼과 1년 만의 이혼 등으로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현대미술계 최고의 ‘브랜드’ 작가. 호오(好惡)를 떠나 대가들의 명작을 다루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에 제프 쿤스만큼 잘 어울리는 작가를 떠올리기 힘든 이유다.
제프 쿤스는 수년 전부터 명화에서 영감을 얻은 연작 ‘게이징 볼(Gazing Ball)’을 선보여온 작가이기도 하다. 다빈치, 고흐, 루벤스 등의 명작을 확대한 뒤 그 위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푸른색 공을 놓아둠으로써 마치 관객이 작품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 시리즈다. 이번에 루이 비통과 협업해 완성한 마스터즈 컬렉션은 바로 이 시리즈를 토대로 삼고 있다. 다만 푸른색 공 대신 거장의 이름을 메탈 소재로 표현했으며, 루이 비통 특유의 모노그램을 최소화함으로써 명화 본연의 분위기를 나름 살렸다. 각각의 제품에는 거장의 이름뿐 아니라 작가의 이니셜도 새겨져 있다. 루이 비통의 L과 V를 겹친 패턴처럼 작가의 이니셜 J와 K를 조화시켜 가방 양 귀퉁이에 배치했는데, 지금껏 상징적인 모노그램 패턴의 변화를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브랜드인 만큼 은근한 묘미를 선사하는 변주가 아닐 수 없다. 모든 백에는 40년 동안 작가의 모티브가 돼온 토끼 모양의 액세서리 태그가 걸려 있으며, 안에는 작품 원작자의 전기와 초상화가 담긴 책자가 들어 있다.
이번 마스터즈 컬렉션은 제프 쿤스와 루이 비통이 함께 진행하는 다채로운 창조적 협업의 신호탄이라고 하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궁금해진다. 둘의 첫 번째 궁합은 매장만이 아니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오는 8월 27일까지 열리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 비통(Volez, Voguez, Voyagez?Louis Vuitton)> 전시에서도 직접 볼 수 있다. 물론 아무런 조건 없이 자유롭게 작업했다는 협업의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할지, 또 작가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감상하는 이의 자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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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논란과 인기를 함께 불러일으키는 제프 쿤스. 말끔한 차림으로 나름 ‘패셔니스타’로도 유명한 그는 명품 브랜드와의 창조적 협업을 어떻게 대했을까? <스타일 조선일보>에서는 뉴욕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이번 컬렉션을 위한 작업에 임하고 있는 제프 쿤스와의 대화(Q&A) 내용을 6월호의 아트+컬처(Art+Culture) 특별 기획에 단독으로 소개한다.


Q1 루이 비통과의 협업 프로젝트로 선보인 첫 번째 백 시리즈는 당신의 최근 작품인 ‘게이징 볼’ 시리즈의 그림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왜 루이 비통과의 협업 프로젝트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 ‘게이징 볼’ 시리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고 자신의 외부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때, 진정한 탁월함을 갖출 수 있고 더욱 폭넓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가방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다른 누군가의 작품 세계를 높이 사며 존중한 아티스트들을 선택했다. 그들은 “이 작가는 나보다 더 흥미로운 것 같다”, “이 작가 역시 뛰어난 누군가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아티스트들을 높이 평가했고, 자기 자신의 외부에서 자신보다 더욱 위대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한 형태이며, 우리 모두 일상생활에서 이를 수행하고 있다. 뭔가를 초월해 탁월해지고 싶다면, 우리 외부에 있는 가장 단순한 혹은 가장 복잡한 것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한계는 더욱 확장된다.
Q2 이 컬렉션에 등장한 5개의 작품은 어떻게 선택한 것인가? 5개의 이야기로 협업을 통해 성취하고자 한 바를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강렬하면서도 감동적인 루벤스의 ‘호랑이 사냥(Tiger Hunt)’을 골랐다. 다빈치의 ‘모나리자(Mona Lisa)’도 그중 하나다. 프라고나르의 ‘소녀와 강아지(Girl with Dog)’, 티치아노의 ‘마르스, 비너스와 큐피드(Mars, Venus and Cupid)’,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A Wheatfield with Cypresses)’도 있다. 우리는 풍경만이 아니라 역동적인 그림, 또 바로크 회화만이 아니라 사랑을 다루는 작품 등 이 프로젝트의 깊이를 온전하게 전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고심했고, 현대적 관점에서 본 예술사를 폭넓게 다뤘다. 아티스트들 사이에도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 루벤스의 ‘호랑이 사냥’이 레오나르도의 ‘앙기아리 전투(Battle of Anghiari)’에 기반을 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긴밀한 연결성을 내 DNA의 일부로 생각하고 싶다.
Q3 당신의 그림을 컬렉션으로 옮겨 오는 과정에서 게이징 볼은 사라졌다. 가방 디테일 중 하나로 게이징 볼을 넣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인간의 몸과 가방이 연결되기 때문에 굳이 ‘게이징 볼’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방을 메고 거리를 걸어 다닐 때 이미 그들 간의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토끼를 넣었는데, 내가 함께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일종의 나만의 상징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Q4 왜 아티스트의 이름을 가방 위에 커다랗고 반짝이는 글자로 넣을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아티스트 이름을 반사되는 형태로 넣은 것은 ‘게이징 볼’ 시리즈에서 게이징 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하지만 가방과 연결된 사람에 대한 반영도 존재한다. 당신이 외부에 있는 무언가를 존중하고 높이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뭔가를 지니고 다니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반사, 반영(reflectivity)이라고 할 수 있다.
Q5 당신은 과거에 당신 작품이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길 원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마스터즈 컬렉션’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기를 원하나? 루이 비통과 작업을 하면서 정말 즐거웠던 점은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를 대중, 가방 주인, 그리고 가방을 바라보는 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장인 정신, 소재, 디테일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저 완벽한 스티치를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다. 나는 디테일을 위한 디테일이 아니라, 그것을 감상하는 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가방을 소유하거나 보는 이가 비단 그걸 만든 아티스트뿐 아니라 폭넓은 감정적 연결 고리를 느낄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가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반 고흐 백을 소유했다면 그 연결 고리는 반 고흐와만 이어지는 게 아니다. 반 고흐는 고갱(Gauguin)을 비롯해 네덜란드 거장들, 그리고 루벤스를 사랑했다. 결국, 모든 게 연결되는 셈이다.
Q6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는 가방을 소유한 사람을 아티스트, 그들이 높이 산 다른 아티스트들, 그리고 당신 자신이 포함된 연결 고리 안으로 데려오는 것인가? 즉, 모든 이들을 이 네트워크에 포함하는 것인가? A 젊은 시절부터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동참이다. 나는 그룹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피카소(Picasso), 달리(Dal), 피카비아(Picabia)와 함께 아방가르드를 선도하는 한 부분이 되고 싶었다. 그 후 예술사를 알면 알수록 더 큰 그룹에 속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나는 그저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를, 그리고 우리 모두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일종의 가족 의식을 즐기고 있다. 주변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를 감동시키고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것과 사람들 모두 말이다.
Q7 당신은 제프 쿤스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토끼를 넣었다고 언급했다. 토끼가 아티스트로서의 당신에 대해 어떤 것을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하는지? 관대함(generosity)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다른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플레이보이의 토끼를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활의 상징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가장 아이코닉한 이미지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토끼를 사용했다. 나는 “이것이 바로 제프 쿤스 백이군. 제프가 이 가방을 만들었군”이라고 한눈에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눈에 띄는 뭔가를 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루이 비통 모노그램의 상징성과 어우러지는 무언가를 원했다.
Q7 당신은 이 컬렉션을 예술로 보는가, 아니면 패션으로 보는가? 굳이 분류한다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인생과 잠재력, 그리고 우리가 될 수 있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해준다. 예술은 결코 오브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계속해서 좀 더 다양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나는 루이 비통의 제품이 그러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루이 비통은 제품,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재료와 장인 정신을 통해 이를 전달해왔다. 나 역시 내 예술 작품 속에서 아이디어와 장인 정신을 발휘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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