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06, 2016
에디터 고성연
갤러리스트로 커리어 첫 행보를 내딛을 만큼 아트를 사랑했던 천재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 50대 초반에 유명을 달리한 짧은 생애였지만 오트 쿠튀르의 세계를 평정했던 그의 컬렉션을 이루는 정체성의 근간도 예술이었다. 영국의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애지중지했다는 디올의 상징적인 백 ‘레이디 디올’을 매개체로 한 흥미로운 아트 컬렉션에서도 그러한 DNA를 느낄 수 있다. 한국 작가 4인을 포함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빛나는 창조적 협업의 결실, 디올 서울 부티크에서 열리고 있는 <Lady Dior as Seen by>전을 소개한다.
1 이완_ 한국 여자(Korean Female), 2016
– 대학 졸업 뒤의 미래를 걱정하는 20대 중반의 여성.
– 낮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이 여성이 서 있는 곳은 새벽달이 뜰 때까지 불 꺼질 일이 거의 없는 한국의 평범한 길이라고.
2 수잔 헤퓨나(Susan Hefuna)_ Bag Drawing, 2012
– 이집트-독일계 혈통의 작가로 배경 덕분에 늘 ‘경계’의 문화에 서 있어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레이디 디올 백의 골격을 연상케 하는 알루미늄으로 주조된 조각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3 잭 라벤더_ Birchington Special, 2013
– 대랑생산된 오브제로 조각, 콜라주, 설치물 등을 만드는 미국의 젊은 작가(1983년생). 만화책, 잡지, 파티용품점 등에서 모은 공산품과 제품 패키지, 플라스틱 강아지용 장난감까지 다양한 소재를 겹쳐놓으면서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하는 기법을 자주 구사한다.
4 최정화_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그러하리니: 끝없는 세상, 2016
– 제목이 긴 이 조각은 스스로를 발전시켜 특정한 구조로 이어지는 유기적 패턴을 활용해 완성했다고. 이는 ‘만다라(힌두교, 불교 등에서 우주 법계를 상징하는 그림)’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고 한다.
5 황란_ 영원한 뮤즈(Eternal Muse), 2016
– 단추라는 수수한 소재를 활용해 시각적으로 탁월한 작품을 빚어냈다.
– 작가는 절정의 순간을 맞은 매화도 언젠가 지고 사라지고 말 유약한 존재라는 점을 인간의 존재에 빗대어 되새겨보라고 조언한다.
– 대학 졸업 뒤의 미래를 걱정하는 20대 중반의 여성.
– 낮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이 여성이 서 있는 곳은 새벽달이 뜰 때까지 불 꺼질 일이 거의 없는 한국의 평범한 길이라고.
2 수잔 헤퓨나(Susan Hefuna)_ Bag Drawing, 2012
– 이집트-독일계 혈통의 작가로 배경 덕분에 늘 ‘경계’의 문화에 서 있어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레이디 디올 백의 골격을 연상케 하는 알루미늄으로 주조된 조각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3 잭 라벤더_ Birchington Special, 2013
– 대랑생산된 오브제로 조각, 콜라주, 설치물 등을 만드는 미국의 젊은 작가(1983년생). 만화책, 잡지, 파티용품점 등에서 모은 공산품과 제품 패키지, 플라스틱 강아지용 장난감까지 다양한 소재를 겹쳐놓으면서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하는 기법을 자주 구사한다.
4 최정화_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그러하리니: 끝없는 세상, 2016
– 제목이 긴 이 조각은 스스로를 발전시켜 특정한 구조로 이어지는 유기적 패턴을 활용해 완성했다고. 이는 ‘만다라(힌두교, 불교 등에서 우주 법계를 상징하는 그림)’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고 한다.
5 황란_ 영원한 뮤즈(Eternal Muse), 2016
– 단추라는 수수한 소재를 활용해 시각적으로 탁월한 작품을 빚어냈다.
– 작가는 절정의 순간을 맞은 매화도 언젠가 지고 사라지고 말 유약한 존재라는 점을 인간의 존재에 빗대어 되새겨보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많은 이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던 <에스프리 디올 – 디올 정신展>을 접한 이들이라면, 그래서 크리스챤 디올이라는 디자이너의 경이로운 예술혼에 반했다면 아마도 이 브랜드의 아트에 대한 순정을 다분히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 청담동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디올 부티크에서 열린 <Lady Dior as Seen by>라는 작지만 알찬 전시에도 관심을 가졌을법하다. 디올은 건축, 사진, 조각, 비디오 등 장르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엄선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브랜드를 상징하는 핸드백 ‘레이디 디올(Lady Dior)’을 소재로 작업을 해온 이력이 있는데, 그 결실을 눈으로 만끽할 수 있는 ‘아트 컬렉션’ 전시다. 세기의 패션 디자이너였을 뿐만 아니라 열정적인 아트 애호가이기도 했던 크리스챤 디올의 정체성을 계승해온 브랜드답게 이 전시는 단순한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으로 불리기에는 서운할 정도로 남다른 품격과 예상을 뛰어넘는 흥미를 선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가방을 재해석하는 관점과 소재를 선택하고 버무리는 방식 등이 워낙 다채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든든한 호평을 의지한 채 올해도 <Lady Dior as Seen by>가 서울을 찾아왔다. 최정화, 황란, 수 써니 박, 이완 등 새롭게 디올의 아트 컬렉션에 합류한 걸출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 4점과 더불어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찬사를 받은 17점의 조각과 8점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작품이 꽤나 인상적인 오라를 발산한다. 전시장 입구에 다다르면 오른쪽 벽면에 걸려 있는 ‘무제’ 작품은 언뜻 검은색 위주의 추상화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핸드백의 다양한 면면을 솜씨 있게 조합해낸 사진이다. 뷰티와 정물 사진을 주로 찍는 도쿄 태생 사진작가 고이치로 도이(Koichiro Doi)의 2012년 작품으로 미학적 쾌감을 준다. 중국의 신성 첸만(Chen Man)의 작품 ‘예약된 자존심’은 그냥 지나치기 힘든 강한 흡인력을 뿜어낸다. 머리 한가운데로 탄 가르마와 이마에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독특한, 토속적인 느낌의 여인이 묘한 눈빛을 한 채 레이디 디올을 양손으로 들고 있는데, 자신만의 ‘비주얼 언어’가 매혹적이다. 눈을 왼쪽 벽면으로 돌리면 평범한 듯 비범한 분위기로 은근히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 작품이 또 하나 있다. 학원, 소주방, 식당 등이 들어선 거리를 배경으로 근사한 블랙 원피스를 입고 레이디 디올 백을 든 젊은 여성. 주목받는 한국 작가 이완의 ‘한국 여자’라는 작품이다. 시간대와 배경이 다른 사진을 합성한 작품으로 경쟁 사회에서 ‘스펙’에 압도되면서 ‘무한 질주’하는 젊은 세대의 초상을 담아냈다고. 이완 작가 말고도 한국 작가 3인의 2016년 작품 저마다 다른 매력을 빚어낸다. 플라스틱, 비닐 등 일상의 사물을 활용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예술을 인지시키는 ‘그만의’ 언어로 잘 알려진 최정화 작가는 강철을 용접한 유기적인 패턴이 인상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투명한 백에 단추를 수놓아 만개한 매화를 아름답게 표현한 황란 작가의 ‘영원한 뮤즈’는 곧 떨어져 사라질 꽃을 통해 삶의 덧없음과 유한함, 일상 속 단순한 것들의 가치를 음미해볼 것을 주문한다. 구조적인 느낌이 범상치 않은 ‘그물 무늬의 레이디’는 러시아 구성주의 영향을 받아 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는 젊은 재미 작가 수 써니 박에 대한 큰 기대를 품게 한다. 이 밖에도 소재나 기법, 메시지 등에서 신선한 감흥과 미학적 만족을 안겨주는 작품이 풍성하게 펼쳐져 있는 이 전시는 디올 서울 부티크(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64)에서 오는 8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작품이 꽤나 인상적인 오라를 발산한다. 전시장 입구에 다다르면 오른쪽 벽면에 걸려 있는 ‘무제’ 작품은 언뜻 검은색 위주의 추상화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핸드백의 다양한 면면을 솜씨 있게 조합해낸 사진이다. 뷰티와 정물 사진을 주로 찍는 도쿄 태생 사진작가 고이치로 도이(Koichiro Doi)의 2012년 작품으로 미학적 쾌감을 준다. 중국의 신성 첸만(Chen Man)의 작품 ‘예약된 자존심’은 그냥 지나치기 힘든 강한 흡인력을 뿜어낸다. 머리 한가운데로 탄 가르마와 이마에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독특한, 토속적인 느낌의 여인이 묘한 눈빛을 한 채 레이디 디올을 양손으로 들고 있는데, 자신만의 ‘비주얼 언어’가 매혹적이다. 눈을 왼쪽 벽면으로 돌리면 평범한 듯 비범한 분위기로 은근히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 작품이 또 하나 있다. 학원, 소주방, 식당 등이 들어선 거리를 배경으로 근사한 블랙 원피스를 입고 레이디 디올 백을 든 젊은 여성. 주목받는 한국 작가 이완의 ‘한국 여자’라는 작품이다. 시간대와 배경이 다른 사진을 합성한 작품으로 경쟁 사회에서 ‘스펙’에 압도되면서 ‘무한 질주’하는 젊은 세대의 초상을 담아냈다고. 이완 작가 말고도 한국 작가 3인의 2016년 작품 저마다 다른 매력을 빚어낸다. 플라스틱, 비닐 등 일상의 사물을 활용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예술을 인지시키는 ‘그만의’ 언어로 잘 알려진 최정화 작가는 강철을 용접한 유기적인 패턴이 인상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투명한 백에 단추를 수놓아 만개한 매화를 아름답게 표현한 황란 작가의 ‘영원한 뮤즈’는 곧 떨어져 사라질 꽃을 통해 삶의 덧없음과 유한함, 일상 속 단순한 것들의 가치를 음미해볼 것을 주문한다. 구조적인 느낌이 범상치 않은 ‘그물 무늬의 레이디’는 러시아 구성주의 영향을 받아 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는 젊은 재미 작가 수 써니 박에 대한 큰 기대를 품게 한다. 이 밖에도 소재나 기법, 메시지 등에서 신선한 감흥과 미학적 만족을 안겨주는 작품이 풍성하게 펼쳐져 있는 이 전시는 디올 서울 부티크(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64)에서 오는 8월 31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