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세의 거리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탈리아 최고의 미식 도시 ‘볼로냐’ 시내 중심부, ‘마조레 광장’.
4 치즈 표면에 스텐실로 제품 마크와 생산 연월일을 새기고, 숙성 후 엄격한 검사에 합격하면 정품 인정 도장을 받는다.
5 매일 아침 엄선된 주변 농가에서 수집한 신선한 생유를 이용해 치즈를 만든다.
6 프레시 크림치즈의 일종으로 숙성시키지 않는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모습. 부드럽고 가벼운 단맛이 난다.
7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시식용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 공장 견학 마지막의 작은 즐거움이다.
9 볼로냐 최고의 식재료상 ‘탐부리니’에 가득한 다양한 발사믹 비니거, 올리브 오일, 소스.
10 좋은 재료, 최소한의 소스, 음식 본연의 맛을 찾는 프레시 파스타, ‘탈리아텔레’.
11 최상품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숙성의 시간을 견디는 발사믹 비니거.
13 레스토랑, 식자재상 어디에나 주렁주렁 걸려 있는 살라미, 소시지, 프로슈토 생 햄.
14 카페테리아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다양하고 저렴한 볼로냐 음식들.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na) 주의 대표 도시 볼로냐(Bologna).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곳 사람들을 ’라 그라사(La Grassa)’라고 부른다. ‘뚱뚱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이런 별명을 갖게 된 이유가 이곳 음식이 너무 맛있어 뚱뚱해질 때까지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음식의 본고장으로 손꼽는 이탈리아에서도 볼로냐를 중심으로 한 에밀리아 로마냐의 음식이 최고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밀라노와 피렌체 사이,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이탈리아 제일의 곡창지대이다. 포강 유역을 따라 펼쳐진 평야에서 풍부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 사육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아드리아해에 접해 해산물도 풍족하다. 그야말로 모두의 배를 만족시켜주는 황금의 땅, 미각의 향연이 펼쳐지는 미식가들의 천국이다. 당연히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대표 식자재들도 이 지역에 모여 있다. 파르마(Parma)의 짜지 않은 생 햄 프로슈토와 나폴레옹도 가장 좋아했다는 ‘치즈의 황제’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가 대표적이다. 또 볼로냐(Bolona)는 볼로네제 스파게티라고 불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파스타의 고향이다. 모데나(Modena)는 전통 방식으로 숙성시키는 최고급 발사믹 식초로 유명하다.
파르미자노 레자노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도 등장할 만큼 1천3백 년의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치즈다. 그 긴 세월 동안 사랑을 받고, 정성을 다해 만드는 만큼 그 맛은 최고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파르마와 레조에밀리아, 두 도시에서 생산되어 ‘파르미자노 레자노’ 라는 긴 이름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옛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지고 있다. 원칙에 따라 관리, 사육한 젖소의 신선한 젖에 소금을 첨가해 응고시킨 후, 2년 정도 숙성시킨다. 커다란 원통 모양으로, 숙성 기한에 따라 부드러운 맛에서 진한 맛까지 다양한 맛을 내며 숙성 기간과 정도, 향 등 여덟 가지의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켜 합격된 치즈만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다. 한 덩어리의 무게가 30kg이 넘는다는데, 나무로 된 망치를 든 까다로운 심사관이 치즈를 두드려보고 그 소리로 합격을 판정한다. 현지에서도 합격한 치즈 한 덩어리의 가격은 4백~5백유로. 한국에서는 2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치즈다.
한국을 비롯한 이탈리아 밖에서는 ‘파르메산 치즈’로 불리며 피자나 파스타에 뿌려 먹는 가루 치즈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파르미자노 레자노는 ‘부엌의 남편’이라 불릴 만큼 이탈리아인들이 애용하는 식탁의 필수품이다. 파스타는 물론 고기 요리 등 어디에도 빠지지 않으며 와인, 빵과 곁들이는 데도 최고다. 파르마의 치즈 공장에서는 예약을 하면 매일 아침 전문 가이드와 함께 신선한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와 리코타 치즈 만드는 과정을 직접 견학할 수도 있다.
‘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는 스페인 햄 ‘하몽(Jamon)’ 과 함께 전 세계 미식가들이 손꼽는 최고의 돼지고기 요리. 사람의 손길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연에 맡겨 만드는 원조 웰빙 음식이다. 한 덩어리로 잘라낸 돼지 넓적다리에 통째로 소금을 골고루 문지른 후, 통풍이 잘되는 창고에 거꾸로 매달아 최소 12개월간 자연 바람에 말린다. 그런데 특히 흥미로운 것은 햄을 만드는 데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를 먹여 키운 돼지의 고기만 이용한다는 점.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파르마의 자연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파르마만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르마 특산 햄 중 또 하나를 소개한다면 돼지 엉덩이 살로 만든 쿨라텔로(Culatello)도 있다. 오직 포강 유역의 9개 마을에서만 만들어지는 이 햄은 ‘왕 중의 왕’,파르마산 햄 중에서도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일반 프로슈토보다 오래 말리고 포도주에 보존 처리한 것으로, 국가의 특별 관리 대상이 되는 햄이기도 하다. 파르마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 잊지 말고 챙겨 먹어보아야 할 품목이다.
‘발사믹’이란 이름을 쓰려면, 이탈리아의 모데나 지방에서 나온 포도 품종으로 이 지방의 전통적인 기법에 따라 식초를 만들어야 한다. 발사믹은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좋다’는 의미. 모데나의 많은 가정에서는 아직도 식초를 직접 만드는데, 그것은 한 집안의 자랑이자 즐거움이 된다. 모데나 시내에 들어서면 숙성된 발사믹 비니거의 향기가 봄날의 꽃향기처럼 넘쳐나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가 더욱 충만해진다. 색이 짙고 기름처럼 걸쭉하며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발사믹 비니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슈토나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처럼 오랜 시간 기다리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단맛이 강한 포도즙을 나무통에 넣고 목질이 다른 통에 여러 번 옮겨 담으며 숙성시켜 만드는데, 적어도 12년 이상 끈기 있게 참으며 기다려야 한다. 숙성 기간이 길면 길수록 향기와 풍미가 좋아져 강렬하고 농축된 맛을 만들어낸다. 12년에서 25년 숙성된 것은 ‘트라디지오날레(Tradizionale)’, 25년 숙성된 것은 ‘엑스트라베치오(Extravecchio)’라 불리며, 현지가 아니면 쉽게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하다. 레드 발사믹 식초는 떫은맛이 있으며 깊은 맛을 내 드레싱이나 조림용 소스로 사용하고, 화이트 발사믹 식초는 산뜻하고 깔끔해 마리네(절임)의 재료로 주로 이용되고 생선 요리에 잘 어울린다.
피자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이자 이탈리아인의 주식인 파스타. 그 종류만도 재료에 따라 1백50여 가지, 면의 형태상으로 6백여 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크게 보면 반죽으로 바로 만들어 먹는 생 파스타와 말려 보관해두고 먹는 건조 파스타로 나눌 수 있는데 날씨가 더운 탓인지 남부 사람들은 건조 파스타를 애용하는 반면 북부는 생 파스타를 선호한다. 버터, 달걀 등 이탈리아 중북부의 풍부한 유제품은 생 파스타와 어울려 더욱 풍부한 맛을 낸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에서는 이 생 파스타 중에서도 특히 ‘탈리아텔레 알라 볼로네제(tagliatelle alla Bolognese)’와 ‘토르텔리니(tortellini)’가 유명하다. ‘탈리아텔레 알 라구’로도 불리는 탈리아텔레 알라 볼로네제는 세계적으로는 ‘볼레네제 스파게티’로 불리는 미트 소스 파스타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든, 넉넉한 토마토소스에 간 고기를 넣은 스파게티와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우선 탈리아텔레가 스파게티보다는 훨씬 두껍고 넓적하며 ‘라구’라 불리는 볼로냐 특산 고기소스는 토마토보다 고기가 많고 소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토르텔리니는 햄, 소시지, 고기, 치즈, 향신료 등으로 다양하게 속을 채워 넣은 작은 반지 모양의 만두 같은 파스타이다. 크림소스와 함께 먹거나 맑은 쇠고기 국물에 담가 먹는다. 두 파스타 모두 느끼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음식 본고장의 대표 요리였던 만큼 전 세계 어느 문화권 사람이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TIP Restaurants 1 탐부리니(A.F Tamburini)
이탈리아 맛의 수도 볼로냐에서도 가장 먼저 손꼽히는 식료품상이자 카페테리아. 볼로냐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으로 1932년 문을 열어 80년 가까이 볼로냐 미식가들의 입맛을 책임져왔다. 파스타, 치즈, 발사믹 식초, 올리브 오일, 햄 등 수많은 종류, 최상의 식자재를 판매하며, 원하는 음식을 골라 담아 계산하고 먹는 카페테리아 방식으로 운영해 간단하게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이미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버린 탐부리니 씨의 호쾌한 모습도 방문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2리스토란테 일 리골레토(Ristorante il Rigoletto)
모데나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전원 속 그림 같은 18세기 저택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 신선한 에밀리아로마냐 현지 식자재에 셰프만의 창의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토마토 스파게티, 단호박 라비올리, 발사믹 비니거를 곁들인 크림 브륄레 등 단순한 요리에서 최고의 맛을 끌어낸다. 미슐랭 가이드의 2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면서 ‘Relais&CHATREAUX’의 그랜드 셰프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3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
미식의 도시 모데나에 있는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2012년 세계 50대 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 중 4위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현대 요리를 대표하는 스타 셰프 중 한 명인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가 선보이는, 기존의 틀을 깬 도전적인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4트라토리아 델 트리부날레(Trattoria del Tribunale)
이탈리아 최고의 생 햄, 치즈의 본고장 파르마에서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들에게 가장 큰 호평을 받는 활기찬 레스토랑. 일반 가정집 건물을 고쳐서 만든 레스토랑이라 현지의 가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래된 낡은 접시에 무심한 듯 담겨 나오는 소박한 음식이지만 그 맛은 일품이다. 입에서 녹는 프로슈토와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든 다양한 생 파스타 요리, 말고기나 쇠고기 스테이크 등이 특히 사랑받는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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