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21-22 Winter SPECIAL] Full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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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5, 2022

글·인터뷰 김연우(프리랜스 큐레이터), 고성연

Exclusive Interview with_Jonas Wood


지겹도록 길어진 팬데믹의 영향일까? ‘그린 하비(green hobby)’가 소비 트렌드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예전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식물을 가꾸며 이를 통해 위안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어느덧 ‘홈 가드닝’은 가장 트렌디한 국내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식덕’ 혹은 ‘식집사’의 활약이 돋보이며, 식물에 대한 관심이 가히 뜨거울 정도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상쾌한 초록빛으로 집 안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식물의 매력에 매료된 아티스트가 있었으니,현재 동시대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조나스 우드(Jonas Wood)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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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실력과 가치를 단지 유명세나 작품값으로만 판단할 수 없지만 조나스 우드는 현재 미술계에서 ‘핫’한 스타다. 지난 수년 사이 미술 시장에서 우드의 작품 가격은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많은 아트 컬렉터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입증했다. 2019년에는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이 6인의 현대미술 아티스트와 협업해 작업한 아티카퓌신(ArtyCapucines) 컬렉션과 텍스타일 컬렉션에 참여했고, 빅뱅의 탑, 지드래곤이나 블랙핑크의 제니 같은 K-팝 스타들의 SNS에도 종종 등장하며 국내외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자신의 유명세를 그렇게 실감하지는 못한다고 말하는 그는 원래 미국 동부인 보스턴 출신이지만 어쩐지 햇빛 찬란한 여유로운 캘리포니아가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실제로 현재 서부에 거주하는데, 2003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이래 그의 ‘식물 사랑’이 줄곧 이어져왔다.
도예 작가인 부인과 공유하는 그의 집과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열대식물과 화초는 작품에 무한한 영감을 준다. 단일 식물을 그린 정물화뿐 아니라 스튜디오를 그린 실내 풍경화에서도 곳곳이 온갖 식물로 채워져 있으며, 심지어 스포츠 경기 등 다른 주제의 작업에도 패턴화된 식물이 등장하곤 한다. 회화의 평면성을 강조한 우드의 작업은 추상적이면서도 구상적이고, 낯설면서도 친근하다. 원근법을 탈피한 2차원적 화면이 앙리 마티스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스타일을 닮았다든지, 다양하고 선명한 색상이 인상파와 팝아트의 계보를 잇는다든지 하는 거창한 미술사적 의의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다채로운 색상과 감각적인 형태의 구성을 통해 그의 작품이 선사하는 시각적 즐거움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최근 홍콩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2021. 11. 23~2022. 1. 15)을 가진 그를 서면 인터뷰로 만나봤다.


StyleChosun(이하 S) 홍콩에서의 첫 개인전을 축하드립니다. 팬데믹 탓에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아시아 관객이 홍콩에서 직접 전시를 관람하지 못할 듯해 아쉬울 뿐입니다. 심지어 작가인 당신조차 홍콩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래서 이번 전시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당신의 스튜디오에서 건축 모델링을 통해 원격으로 기획됐다고 들었는데, 결과물이 어떤가요?

Jonas Wood(이하 W)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다행히 기획 단계에서 변경된 점 없이 계획한 그대로, 완벽하게 구현되었습니다.


S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작업에 더 집중하거나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그전부터 워커홀릭이면서도 꽤 가정적인 사람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당신의 삶이나 작업에 끼친 영향이 있나요?

W 코로나가 유행하는 동안 전보다 건강해졌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내려 여전히 노력하고 있지만요. 그리고 지금은 모든 것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어느 장소를 방문할 때 인원수나 시간에 제약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어요. 이제 우리는 한데 모여 포커를 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거의 2년 만에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네요.


S 오래전부터 식물을 주제로 한 독특한 풍경화를 그리거나 정물화 작업을 통해 주로 ‘식물’을 모티브로 색상과 기하학에 대한 실험을 진행해오셨죠. 이처럼 식물은 실내 풍경을 그릴 때뿐 아니라 스포츠와 관련된 작업이나 초상화 시리즈에도 배경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아요. ‘화분(pot)’ 시리즈의 경우에는 식물 자체가 주인공이 되고요. 생활 속 많은 사물 중에서 특히 식물이라는 대상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는지 궁금합니다.

W 식물의 대칭성과 비대칭성을 좋아합니다. 식물 특유의 패턴과 반복성도 좋아하고요. 패턴에 담긴 재생성도요. 그것은 항상 동일한 데서 변형된 것처럼 보입니다. 식물의 색깔과 형태도 마음에 듭니다. 이런 점들이 페인팅과 드로잉을 하는 데 재미를 선사하죠.


S 검은색 바탕으로 작업했던 예전 작업 ‘Polka Dot Orchid’(2015)를 다시 접하게 되면서, 이번 전시에서 검은 배경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이고 함께 설치하는 구성에 대해 고민했다고 들었습니다. 검은색 배경의 정물화를 다시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평소 자주 사용하는 컬러풀한 색감과는 정반대인 검은색의 어떤 부분이 흥미를 유발했는지 궁금하군요.

W 맞아요. 몇 년 전에 검은색 배경의 페인팅 작업을 했죠. (언급하신) 2015년에 선보인 그 작품은 완전히 흑백이었기 때문에 컬러로 된 여러 버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를테면 검은색 배경으로 색의 부재를 나타낼 수 있는, 검은 배경의 페인팅 연작을 만드는 데 관심이 생기게 된 거죠. 어찌 보면 검은색 배경 위에 색을 입힐수록 그 색상이 더욱 과장되는 것 같습니다.


S 당신은 자신의 작품을 ‘시각적 일기(visual diary)’ 또는 ‘개인의 역사(personal history)’라고 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이나 드로잉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은 당신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작업 주제를 선택하고 그것을 그리는 방법에 있어 당신의 작품에 영향을 준 사건이나 뉴스, 문학, 또는 미술사적 사조 등이 있는지요?

W 전 그저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모으고, 제 삶을 작업으로 표현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자라온 시대와 어릴 적 제가 눈앞에서 접했던 예술에서 많은 것을 얻었죠. 근현대미술(modern art)을 많이 보고 자랐어요. 그리고 미술관, 연주회장, 극장, 행사 등을 많이 다녔죠. 결국 부모님이 관심을 가지던 것들에 저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광범위한 답변이라는 건 알지만) 근대 회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S 아시다시피, 앙리 마티스는 패턴과 직물로 가득한 마을에서 자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들을 이용했습니다. 패턴에 대한 당신의 지속적인 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됐나요?

W 오, 바로 그거예요! 근대미술의 거장 마티스라니, 좋은 예시네요. 제 생각에 패턴에 대한 저의 관심은 회화의 역사와 정물화에 등장하는 패턴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사실 찾아보려고 하면 우리 일상에는 늘 패턴이 존재해요. 마티스의 경우 그의 뒷마당에 패턴이 있었죠. 저는 항상 일상에 존재하는 색깔과 형태를 이루는 패턴이나 블록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S 화면 구성부터 작품 완성 단계까지, 즉흥적으로 작업을 하기보다는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진행한다는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보통 진행 단계가 각각 다른 여러 페인팅을 동시에 작업하나요?

W 네, 페인팅을 할 때는 여러 그림을 각기 다른 단계로 진행하곤 해요. 한 그림을 일정 시간 작업하다가 다른 그림으로 옮겨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어떤 그림을 그리는 데 너무 많은 부담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죠. 그리다가 느낌이 오지 않을 경우엔 또 다른 그림으로 전환해서 작업할 수 있으니까요. 전 모든 과정이 마음에 들어요. 페인팅의 시작부터 중간, 그리고 마지막 단계까지 모든 과정이 소중합니다. 현재는 어떤 그림 하나를 완성시키는 데만 힘쓰고 있지만, 며칠 후에는 아마 다른 그림을 작업하고 있을 거예요.


S 어떤 작품은 잡지에서 발췌한 이미지에 당신의 다른 식물 작업 속 이미지를 재현하는 등 출처가 다양한 이미지 콜라주로 구성되어 있죠. 예를 들어 이번 전시 작업인 ‘Small Yellow Orchid with Baby Snake’(2020)에서 노란색 난초 이파리에 둥글게 말린 뱀이 둥지를 튼 모습이 보여요. 또 다른 페인팅 ‘Bball Orchid with Dots #2’(2021)에서는 난초의 꽃잎 부분이 농구공과 혼합되어 있는 특징이 눈에 띄고요. 작품을 위해 자연물과 인공적 요소를 고르고 매치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W 함께 있어야 할 것들을 그림에 같이 집어넣는 편이에요. 제가 찍은 식물 사진의 원본에 뱀이 나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쭈글쭈글한 작은 막대기 같은 형상을 보고 ‘오, 이 난초 위에 작은 아기 뱀이 있으면 멋지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여러 장의 사진이나 검색한 이미지를 살펴보죠. 꼭 사진이 아니라도 내 눈에 보이는 것 중 뭘 그리고 싶은지 먼저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하나로 묶고 싶은지 고민해요. 보통 다양한 이미지를 보고 많은 양의 드로잉을 그려본 다음 그 드로잉에서 이미지를 따오는 식으로 작업합니다.


S 제 생각에는 당신의 작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특히 저 같은 평범한 수집가들)이 당신의 판화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WKS 에디션(WKS Editions)이라는 전용 프린트 하우스를 가지고 있죠?

W 맞아요. 전 판화를 사랑합니다. 판화와 드로잉은 페인팅 작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둘 다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고민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저로 하여금 많은 것을 시도하게 해주는 듯해요. 그래서 판화 작업으로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저만의 판화를 제작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프린트 하우스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판화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S 예전에 홍콩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부인인 구사카 시오(Shio Kusaka)와 합동 전시를 선보였는데, 두 분은 서로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압니다. 당신의 작업에도 종종 부인의 작품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두 분은 예술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비평을 나누나요? 예술이 아닌 다른 가치나 사회문제에 대한 철학 혹은 신념, 예를 들어 자녀 교육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가요?

W 시오는 최고입니다. 그녀와 함께하고 아이를 키우는 건 경이로운 일이에요. 그녀는 정말로 인내심이 강하고, 똑똑하고, 그리고 굉장한 재능의 소유자입니다. 전 그녀만큼 훌륭한 사람이 되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에서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10년 넘게 한 공간을 공유했기에, 많은 걸 공유하는 일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작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비평을 나누고, 안전한 느낌을 받는 게 당연해진 거죠.


S 마지막 질문이네요. 한국에 있는 당신의 팬 중에는 빅뱅의 탑이나 블랙핑크의 제니 같은 K-팝 스타들도 있어요. 특히 탑은 대단한 아트 컬렉터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협력 기획한 2016년 소더비 경매에는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신의 작품도 출품되었죠. 어떻게 그들과 친구가 되었나요?

W K-팝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굉장히 멋져요. 최근에 제니를 처음 만났고, 탑을 안 지는 몇 년 됐어요. 그는 대단한 아트 컬렉터입니다. 그는 놀라운 플랫폼과 목소리를 보유하고 있고, 보기 드문 흥미로운 동시대 미술을 많이 공유합니다. 요새는 마크 그로찬(Mark Grotjahn)과 조엘 메슬러(Joel Mesler)에게 푹 빠져 있더군요. 열렬한 수집가로서도 참 멋지고, 그들의 음악도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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