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volution of Great Her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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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4, 2025

글 윤정은


대한민국 최초의 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다시 태어난다. 그 첫 번째 열쇠는 ‘더 헤리티지’의 개관이다.유서 깊은 1930년대 건축물을 복원하고, 글로벌 브랜드와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채웠다. 더불어 본관은 ‘더 리저브’로, 신관은 ‘디 에스테이트’로 재단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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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에도 수명이 있다. 그러나 간혹 어떤 건축물은 가치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작업을 통해 또 다른 생명을 얻기도 한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은 파리의 오르셰 기차역이 대표적인 예다. 한때 기차 운행이 중단되며 버려진 공간이었다가 1986년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현재는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파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서울의 중심, 남대문과 명동 사이에 자리한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도 한동안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잠들어 있었다. 1935년 처음 준공된 이 건축물은 한국산 화강석으로 마감한 네오바로크 양식의 대표작이다. 은행 건물로는 국내 최초로 철골·철근 구조를 사용했고, 한국전쟁 중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준공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화려한 듯 우아한 비례와 균형을 보여주며, 특히 천장에 장식된 꽃 모양의 석고 부조가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역사·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9년에는 서울시 유형문화재(제7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 세기 가까이 서울의 역사를 목도한 증거물이자 명실공히 우리나라 건축사의 기념비적인 건축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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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더 헤리티지’
이 특별한 공간에 신세계백화점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더 헤리티지(The Heritage)’라는 이름으로 국내 럭셔리 유통 시장을 이끌 랜드마크를 개관한 것이다. 주변 일대가 신세계백화점의 탄생 배경이라는 점 또한 의미 있다. ‘재생 건축’이라는 지속 가능한 행보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국내 대표 유통 기업의 야심 찬 포부가 엿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0년간 서울시 국가유산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업했고, 30차례 이상의 자문을 통해 기존 건물을 최초의 모습과 90% 가깝게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1층의 꽃 모양 석고 부조를 원형 그대로 재현한 점이 눈길을 끈다. 과거 은행에서 사용했던 금고의 문 또한 고스란히 되살려 전시장으로 옮겨놓았다. 물론 단순히 복원에만 치중하지 않고 신세계만의 현대적 해석도 가미했다. 하얀색 강철 패널로 제작한 남측 커튼 월은 뉴욕의 ‘더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에서 영감을 받은 것. 건물에 트렌디한 느낌을 더하는 동시에 기존 화강암 외벽과 해사한 조화를 이룬다. 옥상에는 태양열 집열판을 해체하는 대신 도심 속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야외 정원을 조성했다. 또 이동 약자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신설하는 등 고객의 편의에도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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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랜드와 한국의 전통을 한자리에
‘더 헤리티지’ 1층과 2층에는 세계적인 패션 명가인 샤넬의 플래그십 부티크가 자리 잡았다. 하우스와 오랜 시간 협업해온 세계적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매장 설계를 맡아, 건축물의 역사적 요소에 샤넬의 DNA를 접목한 색다른 공간을 선보인다. 넓은 공간을 활용한 효율적 배치도 장점이다. 레디투웨어(RTW)와 핸드백, 슈즈를 위한 전용 공간을 확보하고 워치 & 하이 주얼리 살롱도 따로 마련했다. 여기에 피터 마리노가 직접 선정한 70여 점의 예술 작품과 오브제가 어우러져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 건축학적 보전 가치가 높은 ‘더 헤리티지’ 4층은 역사관과 갤러리로 꾸몄다. 역사관에서는 대한민국 근대 유통을 이끌어온 신세계의 다양한 소장품과 유물, 사료 등을 전시한다. 갤러리 개관전으로 1930∼50년대 남대문과 명동 일대를 조망한 사진전 <명동 살롱: The Heritage>가 열리고 있다. 한영수, 임응식, 성두경 등 사진가 3명의 시선을 통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그 당시 풍경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최상부인 5층에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가 자리한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신세계의 안목으로 풀어낸 공간이다. 국내의 여러 장인 및 작가와 협업해 한국적 요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한국의 보자기 문화를 조명하는 전시 <담아 이르다>를 진행 중. 원데이 클래스와 강연, 워크숍 등도 주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안쪽으로는 정갈한 분위기의 ‘하우스 오브 신세계 디저트 살롱’이 이어진다. ‘신세계 한식연구소’가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오랫동안 한국의 디저트를 연구하고 재해석해 자체 개발한 30여 종의 메뉴를 선보인다. 전래 음식 연구가 서명환, 티마스터 김동현이 힘을 보탰다. 계절을 담은 한과와 시그너처 티, 18세기 저서 <부풍향차보>에 기초해 개발한 오리지널 블렌드 티 등을 맛볼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한국의 헤리티지를 선물할 수 있는 공예 기프트 숍을 마련했다. 장인·작가와 협업해 완성한 독점 상품은 물론,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의 정체성을 담은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관심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반가운 추천 코스가 될 전망이다. 지하 1층에는 프랑스의 럭셔리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와 ‘라리끄’, 실버웨어 브랜드 ‘크리스토플’,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 등도 자리해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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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바꾸는 서울 풍경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더 헤리티지’ 개관에 맞춰 기존 본관과 신관에도 신선한 변화를 꾀했다. 본관을 ‘더 리저브(The Reserve)’로, 2005년 개관한 신관 역시 ‘디 에스테이트(The Estate)’로 새롭게 명명한 것. ‘디 에스테이트’는 지난달 리뉴얼을 거쳐 명품과 식음료 분야를 강화했으며, ‘더 리저브’ 또한 올 하반기 중 새 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오픈할 계획이다. 고객들의 보다 편리한 접근을 위해,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 이상의 고객을 위한 ‘더 헤리티지 발렛 라운지’도 신설했다. 디 에스테이트에 마련한 ‘퍼스트 프라임 라운지’, 더 리저브에 곧 오픈할 ‘트리니티 라운지’ 등과 더불어 한층 격조 높은 VIP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 박주형 대표는 “신세계의 모든 역량과 진심을 담아 더 헤리티지를 개관했다”라고 전하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관광의 즐거움과 쇼핑의 설렘, 문화의 깊이까지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세심하게 준비한 만큼 반응도 뜨겁다.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중장년층부터 핫 플레이스에 열광하는 젊은 층, 관광 시즌에 맞춰 한국을 찾은 외국인까지. 단순한 쇼핑을 넘어 공간과 스토리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간 우리의 전통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한국적 헤리티지를 고급스럽게 풀어낸 공간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 리저브’까지 새롭게 개관하면 타운화가 완성되는 것은 물론 서울 주변부까지 보다 역동적인 활기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가 바꿔나갈 2025년 서울의 풍경이 기대되는 바다.


“‘재생 건축’이라는 지속 가능한 행보 속에,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국내 대표 유통 기업의 야심 찬 포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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