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 론칭 기념 파티

갤러리

러시아 프리미엄 보드카 벨루가가 남성 구두 편집 매장 유니페어에서 국내 론칭 기념 파티를 진행했다. 벨루가는 시베리아 330m 지하에서 끌어올린 청정수와 러시아 평원에서 재배한 보리로 만든 몰트를 담은 순도 100% 보드카다. 노블 라인은 30일, 골드 라인은 90일 숙성 과정을 거쳐 부드러운 질감과 은은하며 고급스러운 풍미를 선사한다. 문의 02-2175-0024 계속 읽기

한옥의 재발견

갤러리

글 이소영 ('사진미술에 중독되다' , '서울, 그 카페 좋더라'의 저자)" /] 한옥 건축가들은 죽기 전에 꼭 한번 한옥에 살아보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양옥보다 수명이 긴 한옥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스타일리시하게 변신하고 있다. 한옥 갤러리, 한옥 호텔이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국내외 관광객들은 한옥을 방문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break][/break]
1
2
3
4
 
한옥의 매력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가 서도호의 대표작은 한옥에서 탄생되었다. 폴리에스테르 패브릭(Polyester Fabric)으로 만든 거대한 조형물은 바람이 불면 산들산들거리며 관람객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는다.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은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기에 그의 작품으로 발현되었을까? 작가는 알려졌다시피 부친(父親) 서세옥 화백이 직접 지은 성북동 한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0~80년대는 우리나라가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였기에 한옥보다는 양옥을 선호했다. 그래서 창덕궁 연경당 사랑채를 본떠 지은 한옥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는 우리와는 다소 다른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갖게 되었고, 이는 작가가 세계적인 미술가로 발돋움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옥에는 도대체 어떤 장점이 있을까? 한옥 건축가로 유명한 조정구 대표(구가도시건축)가 한옥에 살고 있는 경험자로서 한옥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한옥은 전문가로서 평가할 때 건축학적 요소를 제대로 갖춘 집입니다. 평범한 한옥일지라도 공간 구성과 건축 요소가 유명 건축가가 지은 현대 건축물보다 우수합니다. 하늘이 보이고 땅을 밞을 수 있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집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지요.” 한옥은 창과 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한지로 마감한 창과 문은 집 안과 밖의 구분을 개방적으로 확장시킨다. 돌과 나무, 종이로 이루어진 집 안에서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양옥은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여 안과 밖의 구분이 분명해 자연과 단절되고 폐쇄적 사고를 유도한다. 그래서인지 한옥에서 영감을 받은 미술가 서도호의 천으로 만든 집은 한옥이든, 뉴욕의 집이든 간에 방 안에서 밖이 보이고 밖에서도 안이 들여다보인다. 한옥에서 보낸 행복했던 경험이 작품을 통해 재현된 것이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옥이 출품된 이유
우리 가옥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옥은 레미콘이 시멘트를 쏟아부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만들고 수리해야 하는, 정성을 담은 건축물이기에 더욱 정감이 간다. “우리 가족은 서대문 근처의 한옥에서 살고 있지요. 1958년에 지은 ㄷ자 모양의 한옥은 듬직한 2칸 대청에 방이 크고 햇살이 잘 듭니다. 마당에는 장독대와 감나무 한 그루가 있어 가을이면 어른 주먹만 한 감들이 주렁주렁 열리지요.” 건축가 조정구는 4명의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고, 겨울에는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마당을 아랫목에서 바라본다. 조정구 대표는 편안하지만 아름다운 한옥의 무덤덤함 속에서 건축가로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그가 한옥을 건축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은 ‘마당’이다. 크고 작은 마당을 어떻게 정하고, 부엌과 방과 대청이 어떻게 소통하게 하느냐가 설계의 기본이 된다. 그런 점에서 한옥의 마당은 단순히 빈 공간이 아니라 빨래를 널고, 시래기를 말리고, 잔치를 벌이며, 햇빛과 바람이 통하는 공간인 셈이다. 2000년부터 북촌의 한옥을 시작으로 한옥 건축가로서 많은 작품을 선보인 조정구 대표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서대문 한옥을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선보이며 외국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옥이 이렇게 매력적임에도 보편화되지 않는 것은 한옥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한옥은 화재에 취약하며, 치안에 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옥은 구조가 견고해 화재가 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나무에 불이 붙으면 자체적으로 지연 효과를 내다가 한참 후에야 불에 타기 시작한다. 또 도시 한옥은 처마가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도둑이 담을 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한옥은 양옥보다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 서울에 남아 있는 한옥은 40~80년 전에 지은 것들이 대부분인데 여전히 거뜬하다. 오히려 아파트와 같은 현대 건축물들은 20년만 지나면 재건축을 고려해야 하지만, 한옥은 1백50년은 버틸 수 있다. 부분부분 수리해준다면 2백 년 이상도 거뜬히 버틸 수 있다고 한다.
  [break][/break]
5
6
7
우리도 한옥에 살고 싶다
점차 입소문이 나다 보니 한옥에 살고 싶어 서촌이나 북촌으로 이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이사하기 어려운 이들이라면 한옥을 개조한 병원이나 동사무소, 레스토랑을 이용하면서 특유의 운치를 느껴보아도 충분하다. 한옥의 다채로운 공간은 각기 매력적이지만, 한옥의 장점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갤러리가 아닐까 싶다. 소격동의 학고재 갤러리, 가회동의 가회동 60 갤러리, 안국동의 아트 링크 갤러리, 서촌의 류가헌 등은 볕이 잘 들고 오픈된 구조로 관람객의 동선이 자유로운 한옥의 매력이 잘 드러난 매혹적인 건축물이다. 덕분에 그곳에 전시된 작품들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최근엔 한옥을 주제로 한 전시도 이어졌다. 가회동 178번지 한씨 가옥에서는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과 일본 미술가 미야지마 다쓰오의 전시가 열렸으며,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린 컨템포러리 한옥 전시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씨 가옥에서 열린 <한옥을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이 특별했던 것은 평소에는 개방되지 않은 개인 소유의 오래된 한옥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두 달 동안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일본 나오시마에서 미야지마 다쓰오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마음 깊이 감동한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은 그의 작품을 서울에서 전시하기로 결심했다. 북촌 한옥마을 가는 길에 위치한 한씨 가옥은 평상시에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닫혀 있다. 서울시 민속자료 제14호이기도 한 이곳은 조선 정조 때 병조판서 최주보의 첩이 아들과 함께 눈물로 밤을 지새던 비운의 고택으로 알려져 있다. 한옥의 매력은 바로 이런 역사성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몇 번의 수리를 거쳐 여전히 아름다운 이 고택에서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의 한복을 입고 미야지마 다쓰오의 첨단 LED를 소재로 한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재미를 제공했다. 밤에 더욱 아름다운 LED 소재인 만큼 전시는 오후부터 시작되었는데, 한씨 가옥의 정원은 낮에 보아도 아름답다. 작약과 창포가 형형색색 아름다운 정원은 과연 조선 시대 세도가의 집답다. 미야지마 다쓰오의 작품으로 고택의 현판을 대신했는데, 작가는 거울 같은 현판에 관람객의 얼굴이 비치는 순간을 시간과 작품과 공간이 모두 투영되는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고택의 숨겨진 이야기들
바로 근처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잠시 거주했던 곳으로 유명한 부티크 호텔 ‘취운정’이 있다. 원래의 취운정은 일제강점기에 헐렸고, 취운정이 있던 일대가 취운정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 취운정은 명문 세가들이 교류했던 곳이며, 19세기에는 김옥균, 홍영식 등 우국지사들이 구국 활동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앞에서 잠시 이야기했던 병조판서 최주보가 취운정에서 동성애 논란에 휩싸인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첩에게도, 정실 부인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던 최주보는 아름다운 남자, 가무별감 이색과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고 한다. 질투하던 정실 부인이 이색을 유혹했고, 결국 모두가 파멸에 이르렀다. 현재의 부티크 호텔 ‘취운정’이 그 정기를 이어받았으니 그곳에 가면 조선 시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자꾸만 떠오를 것 같다. 취운정은 한옥 호텔이지만 간간이 전시도 연다. 지난해 열린 <봄 한옥에서의 오수>는 취운정에 전시된 이정섭 목수가 만든 탁자와 의자를 구경한 후 1시간 30분 정도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체험 전시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렇듯 북촌의 취운정, 락고재 등 한옥 호텔이 주목받고 있으며, 한옥은 더 이상 불편한 건축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널리 인식된 것 같아 반갑다. 특히 경주의 한옥 호텔 라궁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 <식객>, <선덕여왕> 등에 등장해 더욱 인기가 높아졌는데, 현대적으로 지은 한옥 건축물이어도 운치는 여전하다. 각 객실마다 설치한 노천탕에서 스파를 즐기는 것은 21세기적인 즐거움이지만, 노천탕에서 올려다보이는 처마와 파란 하늘은 한옥의 또 다른 낭만을 느끼게 해준다.
[break][/break]
8
9
현대 한옥은 진화한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열린 은 현대의 생활 방식에 따라 진화한 도시 한옥을 대표 건축가 4인의 프로젝트를 통해 살펴보는 전시이기에 한옥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좋은 기회였다. 한옥 건축가로 유명한 김용미, 김종헌, 조정구, 황두진 등 4명의 작품을 실사 혹은 모형으로 전시했고, 한옥에서 영감을 받은 백승호와 윤준환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최정은 관장은 옛 건축물로서 한옥의 매력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한옥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려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옥은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집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은 더 이상 집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 전시는 한옥은 옛것이 아니라, 현대 생활에 적응하고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더욱 진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현대적 한옥은 전통 한옥을 계승하는 데 더 이상 목적을 두지 않는다. 한옥과 양옥의 장점을 결합한 대표적인 건물로는 김용미 건축가의 서울남산국악당을 꼽을 수 있겠다. 외관을 보면 영락없는 조선 시대 사대부의 으리으리한 집이다. 하지만 그 내관은 현대적인 콘서트 홀이라 놀랍다. 김용미 건축가는 지하의 현대식 문화 시설과 지상의 전통 한옥의 구조를 결합한 이 작품으로 2009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목재 수축에 의한 하자 발생을 차단하고, 대규모 공간 건립을 가능하게 하는 공학 목재를 사용합니다.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기계치목과 조립 방식을 채택했고, 고단열 고기밀 벽체, 유리와 한식 창호를 결합한 고기밀 창호를 사용해 저에너지 공학 한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건축가의 고민으로 이렇게 한옥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한 2011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에 포함된 조정구 건축가의 롯데부여리조트 백상원은 현대적 리조트에 한옥 회랑을 결합한 특별한 작품. 서양식 건축물인 리조트 건물에는 서도호 작가의 작품처럼 한옥 한 채가 뾰족이 튀어나와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21세기 건축물에 18세기 한옥이 타임머신을 타고 충돌한 것 같다. 과거의 것을 똑같이 계승한다고 해서 찬사받는 시대는 지났다. 조정구 건축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 한옥이 우리에게 새로움을 선사한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한옥에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면, 한옥에서 체험하는 즐거움이 신선하지 않다면 굳이 그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한옥의 지속 가능한 매력과 한옥을 다시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옥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건축가들에게는 도전 의식을 고취시킨다. 겉으로는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안에 앉으면 상상하지 못한 다른 풍경이 보이는 것, 그것이 한옥의 매력이자 우리 문화

한옥 건축가들은 죽기 전에 꼭 한번 한옥에 살아보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양옥보다 수명이 긴 한옥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스타일리시하게 변신하고 있다. 한옥 갤러리, 한옥 호텔이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국내외 관광객들은 한옥을 방문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계속 읽기

은평뉴타운에 주목하자

갤러리

아마도 올 한 해 동안 ‘힐링’이라는 단어처럼 한국 땅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도 없지 않을까 싶다. 대도시 내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청량한 공기와 평온한 기운, 그리고 푸른 전원의 분위기가 돋보이는 서울 북서쪽 은평뉴타운은 바로 이러한 ‘치유의 미학’을 거론할 수 있는 장소일 것이다. 편리함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은퇴 주거지’를 찾는다면 이곳에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 계속 읽기

하이엔드 오디오의 발자취와 현주소

갤러리

글 나상준(‘오디오갤러리’ 대표, www.audiogallery.co.kr) | 에디터 고성연

현장의 연주가 아니라 오디오 기기로 재생되는 소리일 경우, 우리는 과연 ‘있는 그대로’ 흡수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우리는 따스함이나 편안함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을 수도, 설령 거북하더라도 자연음에 가까운 소리를 접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대부분 ‘좋은 소리’를 원한다는 것이다. 저·중·고역이 저마다 제 몫을 하면서 균형 있고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며 맑고 투명하면서도 생동감이 있는 소리를 내는 시스템! 하이엔드 오디오가 추구해온 진솔한 소리의 미학을 둘러싼 세계의 발자취와 현주소를 짚어본다. 계속 읽기

비엔나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갤러리

글·사진 이형준(여행가, <유럽동화마을> 저자)

음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도시, 계절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볼거리로 지구촌 가족들을 유혹하는 비엔나. 요한 슈트라우스,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베토벤과 슈베르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거장들이 사랑했던 공원과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에 낙엽이 사라질 무렵이면 이곳저곳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계속 읽기

코르트리크 인테리어 디자인 비엔날레

갤러리

글 지은경(유럽 통신원)

최근 들어 벨기에 디자인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벨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 각종 페스티벌, 신진 디자이너와 실험 정신 가득한 아방가르디스트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 비엔날레의 영향으로 많은 디자인 전문가들이 미래 디자인 산업의 중심으로서 벨기에를 조명한다. 그중 전 세계 인테리어에 관계된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실험의 장, 벨기에 코르트리크 인테리어 디자인 비엔날레의 분위기를 한번 엿보자. 계속 읽기

상하이에서 열린 에르메스 여성복

갤러리

럭셔리 패션 하우스가 아시아 시장에 두는 의미는 점점 더 무게를 더한다. 럭셔리 그 이상의 브랜드로 인식되는 에르메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 상하이와 에르메스, 이 두 ‘거물’의 만남은 그 규모와 특별한 전시 내용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역시 ‘거장’이 되어가는 크리스토프 르메르가 직접 디렉팅한 상하이에서의 스펙터클하고 예술적이었던 2012-13 F/W 여성복 컬렉션과 예술적 향취로 가득했던 액세서리 전시회 이야기. 계속 읽기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의 협업

갤러리

에디터 이예진

최고의 크리스털을 생산하는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와 슈즈 디자이너의 만남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까? 지난 9월 상하이에서 열린 ‘스파클링 콘트라스트 캡슐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건축적인 디자인의 플랫폼 슈즈부터 매니시한 로퍼, 클래식한 발레 슈즈까지. 클래식과 초현대적인 판타지를 넘나드는 눈부신 창조물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계속 읽기

발렌타인의 세번째 시그너처

갤러리

에디터 배미진

발렌타인 위스키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고혹적인 부드러움, 그 기저에는 꿋꿋하게 전통을 수호하는 동시에 의미 있는 혁신을 추구해온 밀튼더프 증류소가 버티고 있다. 그리고,
이 천혜의 땅에서 빚어진 밀튼더프 몰트의 따스한 감각을 중심으로 새롭게 완성된 블렌딩의 미학이 영롱한 오렌지 골드 컬러로 빛나는 미각의 결정체를 또 하나 탄생시켰다. 발렌타인 시그너처 디스틸러리 에디션, 그 세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계속 읽기

백화점은 왜 식품관에 몰두할까

갤러리

에디터 고성연" /]
18세기를 주름잡았던 프랑스의 법관이자 대단한 미식가였던 브리야 사바랭은 도덕적 관점에서 “미식은 조물주의 질서에 대한 암묵적인 인종(忍從)”이라고 했다. 살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인간에게 조물주는 ‘미식’을 식욕으로 권고하고, 맛으로 지원하며, 쾌락으로 보상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늘날,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맛난, 진정한 미식의 세계를 둘러싼 경제 논리에 자극받아 움직이는 주체들도 반가워할 만한 대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레스토랑과 마켓, 고메 숍을 총망라한 ‘미식의 메카’ 푸드 콤플렉스(food complex)가 각광을 받는 가운데, 국내 주요 백화점이 펼치는 ‘강남 스타일’의 프리미엄 식품관 경쟁이 흥미롭다.

[break][/break]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 욕구에는 한계가 없다. 음식물 섭취량에는 한계가 있지만, 음식물을 둘러싼 문화 체계는 무한하다.”더 맛나고 더 좋은 음식을 끝없이 갈망하는 인류의 허영기 어린 ‘식탐’을 두고 20세기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했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이렇게 꼬집었다. ‘소비가 현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 이라는 전제 아래, 음식도 결국에는 계급을 나타내는 소비 메커니즘에 부속되는 상징물일 뿐이라는 보드리야르의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하지만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이들, 아니 이처럼 극단적인 미식가들은 차치하더라도, ‘입에 들어가는 건 함부로 고르지 않는다’는 식철학(食哲學)을 고수하려는 ‘건강한 미식가(healthy foodie)’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배경에는 다른 동인들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건강의 소중함, 툭하면 불거지는 음식 스캔들에서 비롯된 먹거리에 대한 불신, 눈물 나도록 맛난 요리의 스펙트럼 확대 등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미식 소비’는 믿을 수 있는 식료품을 수긍할 수 있는 가격에 사서 즐기고 싶은 바람에서 행해지는 것이지 단순한 과시욕이나 사치 성향의 발현만은 아닌 것이다. 물론 18세기 프랑스혁명이 발발하기 전후로 싹튼 레스토랑 문화는 부르주아들에게 꽤 사치스러운 ‘즐길 거리’였다. 그러나 혁명이 스쳐 지나가도 미식은 남았으며, 곧이어 예술의 경지에 오를 정도의 ‘가스트로노미의 세계’가 찬란하게 펼쳐졌다. 프랑스 미식 혁명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일본의 저널리스트 나가오 켄지는라는 저서에서 20세기 중반부터 미식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상업과 밀접하게 결합된 비즈니스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화려한 장식이나 지나치게 풍성한 메뉴에 대한 각성과 함께 ‘작은 레스토랑의 부상’이나 ‘가정의 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를 가리켜 누군가는 ‘가스트로노미의 민주화’라고 부르기도 했다. 보통은 레스토랑에서나 접할 수 있던 파인 다이닝을 ‘작은 레스토랑’에서 간소한 외식 버전으로 즐기거나 가정에서 약식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생겨난 것이다. 세기의 미식가였던 브리야 사바랭은 미식을 식탐이나 대식과 혼동하지 말 것을 권고하며 ‘폭식, 폭음은 미식가의 명단에서 제명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는가.
자본주의가 낳은 미식의 허브, 모든 걸 갖춘 푸드 콤플렉스
오늘날에도 수백 년 전 기지개를 켰던 방식의 ‘작은 레스토랑’ 문화가 살아 있다. 요리사의 기술과 정성이 농축된 좋은 음식을 안락한 분위기에서 합리적인 가격대에 접할 수 있는 비스트로노미(bistronomie)니 가스트로펍(gastropub)이니 하는 ‘하이브리드 음식점’이 그러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또 대개 선진국일수록 발달한다는 ‘웰빙’에 초점을 맞춘 가정식 조리 문화도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를 한데 모아놓은 ‘미식의 메카’와도 같은 곳이 백화점이나 대형 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푸드코트(food court)’일 것이다. 특히 백화점의 고급 식료품점이 아니라 마켓형 식품관의 ‘일취월장’하는 모양새가 흥미롭다. 산지에서 ‘막 도착한’ 싱싱한 식재료가 즐비한 시장형 슈퍼마켓과, ‘물 건너’ 온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공품이 그득한 수입품 부스, 엄선된 레스토랑, 조리에 필요한 아기자기한 물품을 진열해놓은 고메 숍 등 식문화에 관련된 최신 트렌드를 집결해놓은 듯한 이른바 ‘푸드 콤플렉스’다. 그야말로 ‘음식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저렴하지도 않지만, 요즘 대세인 ‘로컬 소싱(local sourcing)’ 철학을 바탕으로 신선함을 필요로 하는 재료일수록 지역 산물을 고집한 데 따른 맛과 질의 조화를 고려하면 반드시 비싸다고만 할 수도 없는 ‘합리적인 럭셔리(affordable luxury)’인 셈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최근 뉴욕과 토리노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탈리(Eataly). 해산물, 치즈, 델리, 파스타, 베이커리, 와인 등 온갖 산해진미를 모아놓은 듯한 다채로운 푸드 섹션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신선한 재료로 버무려진 ‘미각 체험’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품질 좋은 식료품과 주방·리빙 용품 쇼핑, 그리고 실용성 넘치는 요리 강좌까지 ‘섭렵’할 수 있다. ‘이탈리아’와 ‘먹다’라는 단어를 합친 이름이 암시하듯 프리미엄 ‘이탤리언 퀴진’을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일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혀 예약을 따로 받지 않기에 줄지어 기다리면서 먹는 광경이 흔하게 펼쳐진다. 이탈리에 들어선 레스토랑에서 테이블을 얻기엔 1시간이 훌쩍 넘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므로 부카티니 파스타(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우동같이 굵은 파스타)와 나르디니 와인과 같은 이탈리아 명물을 ‘획득’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 가스트로노미의 민주화란 표현이 나름 와 닿는 장면이다.
흥미진진한 식품관의 끝없는 진화
이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 국내에서도 유서 깊은 전통의 맛집이 아닌 백화점 슈퍼마켓이나 식품관에서 길게 줄지어 선 광경을 꽤나 자주 볼 수 있다. 신세계 강남점을 예로 들자면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독일 로텐부르크의 전통 과자라는 ‘슈니발렌’을 사고자 북새통을 이루고, 주말에 폴 바셋 커피를 주문하려면 수십 분을 기다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 7월 신세계가 ‘프리미엄 푸드 부티크’를 표방하며 청담동에 야심 차게 문을 연 SSG 푸드마켓에는 소위 ‘개장 효과’도 작용하긴 한다지만 일본 명장의 노하우로 유명하다는 베이커리의 케이크와 감칠맛이 일품인 성게 소바 등을 맛보기 위해 방문한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서는 바람에 발레파킹이 마비되는 사태도 종종 빚어졌다. 지금도 유기농 사료를 먹고 ‘티 없이’ 자란 토종닭이 새벽에 낳았다는 ‘재래 토종 방사 유정란’과 뿌리째 캔 ‘피트모스 채소’와 같은 품목은 금방 동이 나기 일쑤라고. 최근 대대적인 리뉴얼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연 갤러리아의 새 식품관 ‘고메 494’에 가면 자리가 없어 점심시간이면 1시간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운 좋게 자리를 잡아 일식당 스시마츠모토의 인기 메뉴 치라시 덮밥을 시켰다고 하더라도 디저트 코너로 이동해 라즈베리 에클레어를 품절되기 전에 구하는 건 또 다른 ‘타이밍의 미학’이 도와줘야 하는 문제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식품관의 슈퍼마켓 매출로만 연간 1천억원대를 기록했다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또 어떠한가. 이 동네 주부들 사이에서 소문난 김치 장인을 ‘브랜딩’ 작업을 통해 슈퍼마켓에 들여놓는 등 고객의 수요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월등한 실력 때문에 압구정본점은 ‘반찬의 메카’로 통한다. 이처럼 열광적인 반응에는 호기심도 작용했겠지만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의식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맛나고 건강한 먹거리야말로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이 가치를 두는 품목에 상대적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트레이딩업(trading up)’ 소비의 주 대상이 될 만하지 않은가. pan lang=EN-US>’와 ‘먹다’라는 단어를 합친 이름이 암시하듯 프리미엄 ‘이탤리언 퀴진’을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일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혀 예약을 따로 받지 않기에 줄지어 기다리면서 먹는 광경이 흔하게 펼쳐진다. 이탈리에 들어선 레스토랑에서 테이블을 얻기엔 1시간이 훌쩍 넘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므로 부카티니 파스타(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우동같이 굵은 파스타)와 나르디니 와인과 같은 이탈리아 명물을 ‘획득’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 가스트로노미의 민주화란 표현이 나름 와 닿는 장면이다.  
강남 3인방의 경쟁, 미식 르네상스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를 수놓고 있는 이들 3인방의 미식 경쟁은 저마다의 특장점이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갤러리아 명품관 주소의 번지수에서 이름을 착안한 고메 494. 마켓(grocery)과 식음 시설(restaurant)’을 합친 ‘그로서란트(grocerant)’라는 개념을 내세운 고메 494는 상대적인 공간의 협소함을 인식해 ‘바이 빅, 바이 스몰’이라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쌀, 기저귀, 화장지처럼 부피가 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59개 품목의 생활용품을 대상으로 물건 대신 진열된 ‘빅 카드’라는 상품 주문 카드만을 집어 결제하면 포터맨이 차량까지 ‘운반’을 책임진다. 품질 좋다는 계약재배 쌀 1kg짜리와 앙증맞은 미니 버전의 ‘본마망’ 잼이나 ‘기코망’ 간장 등 싱글족이나 단기 체류자를 위한 상품을 구비해놓은 ‘바이 스몰’ 코너의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바쁘거나 혹은 게으른 현대인의 성향을 고려해 구매한 농산물을 무료로 손질해주고 고구마, 감자 등 ‘영양 간식’을 즉석에서 굽거나 쪄서 판매하는 ‘컷앤베이크(Cut & Bake)’ 코너도 재미나다(실제로 황금고구마는 오후에 가면 떨어질 정도로 인기 만점인 품목). 수경 재배한 친환경 쌈채류를 뿌리째 가져다놓은 ‘텃밭형 진열’도 이채롭다. 갤러리아는 특히 외식업체의 구성이 눈에 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태원의 명소인 비스테까(스테이크)와 디부자(피자)를 비롯해 장안에 소문난 맛집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SSG 푸드마켓은 해외에 체류해본 경험이 있다면 향수를 지닌 이들도 꽤 될 법한, 홀 푸즈 마켓(Whole Foods Market)이나 트레이더 조(Trader Joe’s) 같은 유기농 전문 식품 매장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뉴욕의 명물 첼시 마켓의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런던 해로즈 백화점 식품관의 룸투룸(room-to-room) 형태의 진열 방식을 도입하고, 구역별로 인테리어에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3백여 개 브랜드를 취급하는 방대한 그로서리 존과 명인들의 손길을 거쳤다는 50여 종의 장류를 모아놓은 ‘장방’, 3백여 종류의 치즈와 살라미를 거느린 ‘치즈 셀러’ 등을 자랑한다. SSG 관계자는 “룸에서 룸으로 이동하는 공간을 넓게 배치한 건 마치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강조해 고객에게 차별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층엔 ‘패스트 슬로푸드’를 내세운 다국적 요리를 선보이는 카페형 레스토랑인 ‘그래머시 홀’과 맞춤형으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베키아에누보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현재 이 상권의 최강자인 현대 압구정본점이 단지 ‘일인자의 여유’로 넋  놓고 있을 리 없다. 구매력을 갖춘 미식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곳은 바이어들이 전국에 숨어 있는 전통 식품 명인과 맛집을 찾아다니는 가운데 발굴하면서 구축한 탄탄한 프리미엄 상품군에 큰 자부심을 품고 있다. 월 1회 VVIP 고객을 5~6명 초청해 한우, 제철 과일, 생선 등 생식품의 맛을 타사 점포의 상품과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비교, 평가할 정도로 신선 식품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30분 타르트’라 불릴 정도로 금세 다 팔려 나가는 타르트로 유명한 빵집 르알래스카를 지난해 입점시킨 데 이어 올봄엔 독일 천연 식품 브랜드 크레센도, 8월엔 할리우드 배우, 글로벌 기업 CEO 등 유명인들이 애용한다는 페닌슐라 호텔의 푸드 부티크를 들여오기도 했다. 또 얼마 전 3백70여 개 제품을 갖춘 수입 치즈 숍 ‘라 프로마제리’도 개장했다.
백화점이 프리미엄 식품관에 애정을 쏟는 이유
이처럼 백화점이 ‘미식 경쟁’에 열을 올리는 건 단지 자존심 싸움이 아니다. 일단은 식품관의 실적 기여도가 높은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어둠의 터널을 좀처럼 벗어날 것 같지 않는 불황의 늪에서도 현대 압구정본점 식품관의 매출은 지난 수년간 꾸준한 성장곡선을 타왔다. 식품관 내 슈퍼마켓 매출을 보자면, 지난해에는 두 자릿수(14.3%) 성장을 기록해 1천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천1백억원대를 넘보고 있다. 특히 지역 밀착형 백화점의 이점으로 슈퍼 매장의 매출 효율은 압구정본점 평균 평당 매출에 비해 3배 이상 될 정도로 높은 편이라는 통계가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의류, 가방, 보석 등 명품 브랜드가 백화점의 품격과 힘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식품이 명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일주일에 1회 이상 식품 매장을 이용한 고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2.5%라는 위력적인 수치가 말해주는 게 무엇이겠는가. 이에 따라 식품관의 위상이 지니는 상징성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파리 봉 마르셰 백화점의 럭셔리 식료품 매장인 그랑드 에피스리(Grande Epicerie)가 뿜어내는 고급스러운 오라와 이미지를 생각해보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관계자는 “내점 고객의 절반 이상이 슈퍼마켓을 다녀가기 때문에 식품 매장은 백화점 전체의 격과 이미지를 좌우한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출신의 40대 CEO 등용으로 화제가 된 갤러리아의 박세훈 대표는 “식품관은 백화점의 심장”이라고 단언하며 고메 494를 무기로 1990년대의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는 ‘제2의 성장판’을 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갤러리아는 동종 업계에 입점되지 않은 맛집 브랜드를 유치하면서 본연의 품질을 떨어뜨리기 않기 위한 방어책의 하나로 업체에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고 수수료율을 낮춰주는 등 상생의 전술까지 구사했다. 신세계가 반포 지구의 핵심 상권에 위치한 강남점을 시작으로 미국의 프리미엄 식료품 브랜드인 딘앤델루카(Dean & Deluca)와 영국의 하이엔드 슈퍼마켓 브랜드 웨이트로즈(Waitrose)을 국내에 들여오는 동시에 SSG 푸드마켓과 같은 부티크 형태의 슈퍼마켓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적극적인 행보도 비슷한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누군가를 식사에 초대하는 것은 그 사람이 당신 집에 있는 동안 그 행복을 책임진다고 하는 것”이라는 금언이 있다. 확실히 먹거리의 내실과 품격, 그리고 창조성은 소비자에게도, 유통업자에게도, 재배를 하는 농가에게도 ‘풍요와 행복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나 자신의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호스트이며

18세기를 주름잡았던 프랑스의 법관이자 대단한 미식가였던 브리야 사바랭은 도덕적 관점에서 “미식은 조물주의 질서에 대한 암묵적인 인종(忍從)”이라고 했다. 살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인간에게 조물주는 ‘미식’을 식욕으로 권고하고, 맛으로 지원하며, 쾌락으로 보상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늘날,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맛난, 진정한 미식의 세계를 둘러싼 경제 논리에 자극받아 움직이는 주체들도 반가워할 만한 대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레스토랑과 마켓, 고메 숍을 총망라한 ‘미식의 메카’ 푸드 콤플렉스(food complex)가 각광을 받는 가운데, 국내 주요 백화점이 펼치는 ‘강남 스타일’의 프리미엄 식품관 경쟁이 흥미롭다.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