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ennale di Venezia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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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1, 2015

글 이소영(<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저자)

이번 휴가는 베니스로 떠나는 것이 어떨까?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그 화려한 막을 올렸기 때문. 물의 도시 베니스를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인데, 세계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까지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작가들도 대거 참석하는데 문경원, 전준호 작가의 작품으로 한국관을 채웠으며, 국제전에는 김아영, 남화연, 임흥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11월 22일까지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요 전시와 베니스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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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지법과 비행술

진정한 여행가라면 축제가 열리는 도시를 다음 행선지로 삼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베니스는 올해 꼭 가봐야 하는 도시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휘트니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현대미술뿐 아니라 건축, 음악, 연극 등 다채로운 독립 행사가 열리는 최고의 축제다. 1895년에 이탈리아 국왕의 결혼 2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개최한 만국박람회에서 유래되었으며, 올해 56회를 맞았다. 올해는 특히 미술가 백남준과 많은 한국 미술가들의 노력으로 베니스에 한국관이 설립된 지 20주년이 된 해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한국관은 베니스의 중심부인 자르디니 공원에 위치한다. 이번 한국관 출품 작가로는 문경원, 전준호 작가가 선정되어 ‘축지법과 비행술’이라는 7채널 영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관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지구가 물에 잠겼다는 가정하에 물 위를 떠도는 한국관을 통해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진 가상의 미래 공간을 보여준다. 배우 임수정이 노 개런티로 주연을 맡았는데, 그녀는 2012년 카셀 도쿠멘타에 출품한 문경원, 전준호 작가의 작품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에서도 연기를 보여준 바 있어 더욱 반갑다. 문경원, 전준호 작가는 ‘축지법과 비행술’을 위해 한국관의 세트를 그대로 재현해 주인공이 보여주는 미래의 하루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중성적인 주인공은 미래의 인류를 대변합니다. 사실 베니스라는 도시는 원래 물에 잠긴 도시인데, 미래의 종말적인 상황을 가정해 지구 전체가 물에 잠겼다고 상상을 한 것이지요. 생존을 위협받는 극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은 한국관에서 고독한 하루를 보냅니다. 한국관에서는 각기 다른 10분, 30초짜리 영상 7개가 동시 상영되는데, 이 시간은 주인공의 하루이자 평생, 그리고 찰나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올림픽처럼 현대미술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작가들은 한국관과 베니스 비엔날레의 역사에 주목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다. 이번 작업은 베니스 비엔날레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큐레이터 오쿠이 엔위저(Okui Enwezor) 예술감독이 기획한 국제전 <모든 세계의 미래>와도 긴밀한 연장선상에 있다. ‘“축지법과 비행술’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가공의 기술인 ‘축지법’과 순간 이동과 공간 이동에 대한 초자연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비행술’ 개념을 통해, 상상력으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내포한 작품입니다.”
축지법과 비행술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꿈꾸고 경탄하며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 예술의 속성과 비슷하기도 하다. 문경원, 전준호 작가는 미래를 상상하지만 현재를 고민해야 하는 현대미술 작가로서의 딜레마가 베니스 비엔날레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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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상과 은사자상의 주인공들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렇듯 89개국의 국가관 전시와 국제전, 병행 전시 등 크게 세 가지 전시로 나뉜다. 국가관 중에서 30개국의 전시관은 한국관과 마찬가지로 자르디니 공원 내에 있고, 나머지 국가의 전시관은 베니스의 다양한 장소에 흩어져 있다. 병행 전시는 베니스 곳곳에서 진행되는 전시인데, 팔라초와 운하를 건너 아름다운 전시관을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여행자들에게 의미 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옛 조선소 건물인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열리는 국제전에는 세계 54개국 1백36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김아영, 남화연, 임흥순 작가가 6년 만에 초대받았다. 국제전은 예술감독 기획전의 하이라이트로, 전시 주제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를 중심으로 현재의 불안이 예술가들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평가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비엔날레가 오픈하자마자 영예의 수상자들이 발표되었는데,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아르메니아, 본전시 황금사자상은 미국 출신 미술가 에이드리언 파이퍼(Adrian Piper)가 차지했다. 또 한국 최초로 임흥순 작가가 은사자상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백남준 작가가 1993년 독일관 대표로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한국 국적의 작가가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노동자의 삶을 자료 화면으로 만들어 과거에 고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흐름이라는 유동성과 맞물려 굴레처럼 되풀이되는 역사의 지속성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임흥순 작가의 작품 ‘위로공단(Factory Complex)’은 가볍지만 시적인 영상미를 갖춘 다큐멘터리의 형태로 여성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임흥순 작가는 40년 동안 봉제 공장의 ‘시다’로 일한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 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하는 여동생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한국의 여성 노동자 수십 명과 나눈 인터뷰와 실험적인 이미지를 교차 편집한 영상으로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역시 국제전에 초청된 김아영은 ‘제페트, 그 공중 정원의 고래 기름을 드립니다, 쉘 3’를 선보였으며, 남화연은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튤립포마니아(tulipomania)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8분짜리 2채널 퍼포먼스 영상인 ‘욕망의 식물학’을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남화연 작가의 작품은 튤립 구근의 가격이 폭등하던 17세기의 욕망을 21세기의 금융 시대와 병치한 영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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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멀리 이동한다

올해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아르메니아 대학살 발발 1백 주년이라는 비극에 헌정되었다. 아르메니아공화국은 시리아, 레바논, 이집트, 터키, 아르헨티나 등 각국에 흩어져 있는 아르메니안 이주민(Armenian diaspora) 작가들의 화해와 정의를 다룬 작품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아르메니아 국가관은 자르디니 공원이 아닌 수 세기 동안 아르메니아 가톨릭 수도원이 있던 베니스의 작은 섬, 산 라자로(San Lazzaro degli Armeni)에 마련됐는데, 베니스 시내에서 1시간이나 걸려 번거롭지만 꼭 들르길 권할 만큼 감동이 크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 1백50만 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올해 1백 주년을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www.armenity.net).
미국 출신의 여성 작가 에이드리언 파이퍼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Everything will be taken away)’라는 문구를 써넣은 사진 연작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흑백사진을 샌드 페이퍼로 일부 지운 후 그 위에 ‘Everything will be taken away’라는 문구를 써넣었으며, 칠판에도 같은 글귀를 끊임없이 써넣어 관객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거장으로서의 날카로운 감성과 관객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한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우리나라의 거장들도 병행 전시를 위해 베니스를 찾았는데,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Palazzo Contarini Polignac)에서 열린 <단색화(Dansaekhwa)>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등 거장들이 베니스를 직접 찾아,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성과로 평가되는 단색화를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전시장에는 거장들의 작품 70여 점뿐 아니라 관련 서적, 도록, 시청각 자료까지 전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가 열리는 베니스의 유서 깊은 건축물인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은 15세기에 건축가 조반니 부오라의 설계로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었으며, 20세기 초에는 폴리냑 공주의 살롱으로 이용되어 음악가 스트라빈스키, 에델 스미스가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www.venice-dansaekhwa.com).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또 다른 거장인 김수자, 하종현, 정창섭, 배병우 작가의 작품이 악셀 페르부르트 베니스(Axel Vervoordt, Venice) 갤러리에서 <프로포르티오(PROPORTIO)> 전시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벨기에의 유명 갤러리인 악셀 페르부르트가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를 맞아 준비한 전시로 한국 미술가뿐 아니라 아니시 카푸어, 로버트 인디애나, 솔 르윗, 빌 비올라, 알레르토 자코메티 등 세계 스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www.axel-vervoord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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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베니스로 가는가?

장외 전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술가 마크 웰링거(Mark Wallinger)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베니스, 이상과 현실 사이(Sleepers in Venice)>와 거장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Paradise)>를 놓치지 마시라. 베니스의 랜드마크 리알토 다리 옆 전시장(Calle del Carbon, San Marco 4179)에서 열리는 <베니스, 이상과 현실 사이>는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의 대표 작가였던 마크 웰링거가 곰으로 분장하고 미술관을 배회하는 영상 작품과 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김승민 큐레이터가 기획한 작품. 한국의 젊은 작가 강임윤, 김덕영, 구혜영, 우디 킴, 이현준, 장지아, MR36 등이 참여해 비엔날레의 특징과 모순을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전라의 여성이 서서 소변을 보는 장지아 작가의 사진 작품과 적외선 카메라를 쓰고 춤을 추는 무용수의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는 우디 킴의 작품이 특히 시선을 끈다. <파라다이스>에서는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미국 미술가 사이 톰블리의 작품을 다시 베니스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9월 13일까지 카 페사로(Ca’ Pesaro) 현대미술 갤러리에서 열린다. 83세의 나이로 로마에서 눈을 감은 사이 톰블리의 작품은 그림과 낙서가 어우러진 서정적인 추상화로, 이번 전시에서는 전 생애에 걸친 그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www.gagosian.com).
마지막으로 유명 미술가 단 보(Danh Vo)가 직접 큐레이팅을 맡아 화제를 모은 <슬립 오브 더 텅(Slip of the Tongue)> 전시를 소개한다. 12월 31일까지 푼타 델라 돈가나(Punta della Dongana)와 팔라초 그라시(Palazzo Grassi)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로니 혼, 피에로 만초니, 피카소, 시그마 폴케, 안드레아스 세라노,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등의 스타 작가들의 작품이 총출동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고대로부터의 큐레이터의 의미에 주목하며, 베니스의 역사성까지 아우르는 대형 전시를 선보이는 단 보의 역량이 한껏 드러난 재미있는 전시다(www.palazzograssi.it).
이렇듯 르네상스 시대 귀족의 집인 팔라초와 전설을 담고 있는 다리, 운하와 성당 등 도시 전체가 미술 작품인 베니스는 굳이 미술관을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이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니, 특별한 계획 없이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지금 베니스는 조르조네, 틴토레토, 티치아노 등 베네치아 거장들의 작품과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이 공존하며 과거와 현재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숭고한 여행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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