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최욱경의 대규모 회고전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 전시 풍경. 미발표작을 포함해 작품과 자료 2백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2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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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0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욱경(1940~1985)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63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크랜브룩 미술 아카데미와 브루클린 미술관 미술학교 등에서 수학한 다음 1968년 뉴햄프셔에 위치한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의 조교수로 임용되면서 화가이자 미술 교육자로서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영향을 받은 작가’ 혹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추상미술가’로 주로 소개되어왔지만, 사실 최욱경은 추상에 대한 다채로운 실험을 거듭하면서도 구상적인 작업 역시 지속적으로 해온 작가다. 구상 작업의 기초가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었다.
●● 최욱경의 자화상은 자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듯 그린 작품부터 재료의 사용과 기법적 실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을 띤다. ‘나는 세 개의 눈을 가졌다’(1966)는 종이를 잘라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인데, 본인의 영문 이름과 ‘나는 세 개의 눈을 가졌다(3 Eyes I Do Have)’라는 영문 텍스트를 도입한 점 등에서 1960년대 중엽 최욱경이 시도했던 재료와 기법적 실험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시기의 대표작이다. 동시에 이 작품은 아시아 여성이라는 소수자로서 신의 존재를 세 개의 눈을 가진 것과 다름없는 이질적인 존재로 표현한 점에서 미국 체류 시기의 최욱경을 가장 잘 포착한 자화상으로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그린 자화상 중에서는 초상 사진을 이어 붙이거나 여러 각도에서 본 자신의 모습을 함께 그린 경우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여러 얼굴을 한 화면에 그린 자화상이 인상적이다. ‘자화상 연작-계속되는 나와 나의 생각들’(1976)은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이 작품을 제작한 1976년까지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연속해서 그린 작품이다. 당시 자신의 생각을 일기 쓰듯 자화상 옆에 써 내려간 독특한 형식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품들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지역을 오가면서 화가이자 미술 교육자, 시인이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채 활동했던 최욱경의 복합적인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 최욱경에게 자화상은 전시용 작품이라기보다는 그가 시를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던 것처럼, 그 시기의 자신을 시각적으로 포착해 기록하는 수단에 가까웠다. 자화상을 주로 제작한 1960~70년대에 그는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적인 작가로, 미국에서는 아시아 출신의 외국인이자 여성 작가라는 특정한 정체성으로 규정됐다. 그가 다수의 자화상을 그린 것은 어쩌면 자신을 평가하는 여러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바라본 본인의 모습을 그리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자화상은 최욱경을 비췄던 과거의 시선을 벗어나 작가 자신의 시점에서 그리고 지금 현재의 시점에서 그를 바라볼 기회를 제공할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세 개의 눈을 가졌다’(1966), 종이에 그래픽 잉크, 105 X 105.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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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연작-계속되는 나와 나의 생각들’(1976), 모눈종이에 연필, 200 X 91㎝, 뮤지엄 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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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 ’21-22 Winter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