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easure of a Child’(2021), Hand-stitched silk collage, 111 X 152cm.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빌리 장게와의 실크 콜라주 작품. 작가의 개인전 <흐르는 물(Running Water)>과 <혈육(Flesh and Blood)> 이 리만머핀 런던과 서울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서울 전시는 1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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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세한 손바느질로 엮은 실크 천 조각으로 이뤄진 빌리 장게와(1973~)의 우아한 콜라주는 믿기지 않을 만큼 로맨틱하다. 평범한 가정의 모습을 조형적으로 구성한 그의 작업에는 노동과 놀이, 일과 여가의 경계가 흐릿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풍경이 담겨 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상에 꼭 들어맞는 것이기도 하다. 장게와는 만물을 관통하는 ‘상호 연계성(interconnectedness)’이라는 요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포용함으로써 자신의 작업을 떠받치는 힘과 목적의식을 얻었다. 작가 개인의 우선순위는 모성, 가족, 집, 자유, 마음의 평화와 같은 소재 선택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 장게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관람자에게서 어떠한 반응이나 동의도 바라지 않은 채 자신의 삶에 오롯이 몰두하고 있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보다 단단한 내면의 힘을 갖게 된 작가 개인의 성장과 성숙을 반영한다. 이 같은 변화는 작품 속 인물의 배치와 그들의 몸짓에서도 나타난다. 장게와가 담아내는 (천 캔버스 속) 인물들은 어떠한 연기도 하지 않는다. 관람자는 그저 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창을 제공받을 뿐이다.
●●● 장게와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영감 넘치는 방식으로 재봉을 하는 아프리카 남부 국가 보츠와나(Botswana)의 여성들 사이에서 성장했다. 이 여성들의 바느질 작업은 삶과 가정,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 전체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근간임에도 때때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비가시적 노동에 대한 물리적 증거가 되었다. 이 같은 어린 시절의 경험은 장게와의 마음속에 줄곧 머물러왔다. 작가는 “사회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뒷받침하는 동력이지만, 자주 간과되고 경시되거나 무시되곤 하는 여성의 일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고치에서 뽑아낸 생사(生絲)로 짠 천과 바늘땀, 해진 천 가장자리 같은 요소는 모두 이러한 상징성을 강화하며, 항상 해낼 일이 더 남아 있다는 느낌을 증폭시킨다.
‘In Times of Trouble’(2021), Hand-stitched silk collage, 136 X 26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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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Eyes’(2021), Hand-stitched silk collage,153 X 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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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 ’21-22 Winter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