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막해 전 세계의 관심이 향했던 개최지 경주에 다른 차원에서도 눈길을 받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서울과 경주, 청주에 흩어져 있던 6점의 신라 금관과 금 허리띠를 처음으로 한 데 모아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한편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우리나라 동시대 미술을 접할 수 있는 무게 있는 기획전이 열려서다. 보문관광단지에 자리한 경주솔거미술관에서는 <신라한향(新羅韓香)>전이 열리고 있는데(2026년 4월 26일까지) 소산 박대성의 대형 회화를 비롯해 경주 출신의 승려이자 불화의 대가인 불화장(佛畵匠) 송천 스님, 전통회화 수복 전문가 겸 작가인 김민, 폐유리를 예술품으로 거듭나게 하는 박선민 유리공예 작가 등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 박대성 화백이 선보인 높이 5m의 신작 ‘반가사유상’은 경북대 박물관에 소장된 보물 ‘봉화 북지리 석조반가상’을 그린 작품으로, 실제로는 하반신만 남아 있지만 상상력을 발휘해 상반신까지 담아냈다. 신라시대 화가 솔거(率居)의 이름을 딴 솔거미술관은 박대성 화백이 작품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건립이 추진되었고,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공립미술관이다. 건축가 김종성이 설계한 우양미술관은 지난여름 새 단장을 마치고 재재관했는데, 백남준 작가의 1990년대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기획전 <백남준: Humanity in the circuits>을 선보이고 있다. APEC에서 제안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연결, 혁신 그리고 번영’이라는 비전은 1980~1990년대 테크놀로지를 인류 정신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공동체적 사유를 본격화한 백남준의 예술적 전환기와 철학적으로도 ‘접속’된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고. 특히 그의 주요 비디오 설치 연작인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 중 ‘나의 파우스트 – 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 – 영혼성’은 국내 최초로 공개되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월 30일까지.
위: 박대성, ‘반가사유상’(2025). 사진 제공_경주솔거미술관
아래: 백남준, ‘나의 파우스트 – 영혼성’(1992). 사진 제공_우양미술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