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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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4, 2012

글·사진 이형준(여행가, <유럽동화마을> 저자)

음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도시, 계절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볼거리로 지구촌 가족들을 유혹하는 비엔나. 요한 슈트라우스,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베토벤과 슈베르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거장들이 사랑했던 공원과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에 낙엽이 사라질 무렵이면 이곳저곳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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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엔나 시청 광장에 자리한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
2 선생님과 나들이 나온 어린이들이 상점 앞에서 예쁜 물건을 구경하는 모습.
3 크리스마스 시장을 찾은 어린이와 산타클로스로 분장한 봉사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4 아기 예수 탄생을 주제로 만든 조형물로 구석구석에 다양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5 살아 있는 나무를 이용해 만든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아름답고 경쾌한 캐럴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물건으로 가득한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과 마주하게 된다. 아기 예수 탄생을 맞아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지, 친구에게 줄 선물과 집 안을 장식할 앙증맞은 물건을 거래하는 크리스마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거래하는 시장이 아니다. 오랜 세월 기독교 신앙을 중심으로 살아온 비엔나(Vienna) 시민들의 삶을 직접 확인하고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1278년 오스트리아 제국의 수도로 지정된 이후 줄곧 유럽 문화 중심지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비엔나. 터키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시장이 언제 유럽에 전해졌는지 알려주는 정확한 문헌은 없다. 그러나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이 개장된 시기는 제국의 수도로 결정된 13세기 후반이다. 중세 때부터 개설되어 오늘에 이르는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은 독일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시장과 더불어 지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이다. 7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은 도시의 크고 작은 광장과 주요 관광 명소를 중심으로 개설된다. 줄잡아 10여 곳에 이르는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저마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물건을 판매하고 있지만, 중심이 되는 것은 시청 앞 공원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시장이다. 11월 셋째 주 금요일에 개장해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운영되는 크리스마스 시장은 1백50여 곳에 달하는 임시 상점을 중심으로 열린다.

살아 있는 커다란 나무를 이용해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와 네온사인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판매되는 용품들은 그 종류와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온갖 모양의 트리와 집 안 장식에 사용하는 앙증맞은 액세서리, 겉으로 보아서는 도저히 인간의 재주로는 만들 수 없을 듯한유리 속에 그려 넣은 그림, 그리고 자연에서 얻은 물건을 재활용해 만든 크고 작은 물건에 이르기까지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크리스마스 시장의 가판대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하나같이 개성이 있어 어느 것이 좋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이 독특한 문양과 색상이 특징인 수공예품이다. 하트 모양의 장식용 액세서리를 필두로 천사와 산타클로스 인형, 형형색색의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1백50여 곳에 이르는 상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같은 물건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들이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까닭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성 제품보다 상점을 운영하는 주인이 특별 주문하거나 가족 혹은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물건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이 상점 주인이나 가족이 직접 만든 제품이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상당히 많은 제품에 제작자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예쁜 크리스털에 산타클로스를 새긴 장식용 액세서리를 비롯해 이중으로 된 유리공예품 안에 그림을 그려 넣은 제품 등은 단순한 장식품이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깝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끼손가락보다 더 작은 황금색 종과 앙증맞은 소품 등 보면 볼수록 충동구매를 자극할 정도로 예쁜 물건이 상점 안에 가득 차 있어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시장은 독특한 제품만큼이나 여러모로 차별화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영업시간이다. 영업시간이 일반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매년 11월 세 번째 주말 오전에 개장해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저녁까지 영업하는 크리스마스 시장은 주말이나 공휴일도 없다. 시장이 열리는 동안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꼬박 12시간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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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거래되는 흥미로운 액세서리.
7 비엔나 시청 크리스마스 시장에 만들어놓은 커다란 조형물.
8 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구입한 산타클로스 모자를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
9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개설한 우체국. 사랑하는 가족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 엽서 등을 보낼 수 있다.
10 크리스마스 시장을 찾은 시민이 물건을 살펴보면서 걷는 모습.
11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에 임시로 만들어놓은 동물원에서 놀고 있는, 아기 예수 탄생과 연관된 동물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크리스마스 시장이지만 시간에 따라 방문객이 뚜렷이 구분된다. 아침 시간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주부들이 많이 찾고, 점심때는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 여성과 관광객을 중심으로 선생님과 함께 나들이에 나선 어린 학생들, 청소년들이 주로 찾는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에 점등하는 저녁 시간에는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직장인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많다. 언제나 사람들로 혼잡하지만 오후 6∼8시가 특히 혼잡하다.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는 가격이다. 흔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열리는 시장에서 취급하는 물건이라 질도 떨어지고 가격도 비쌀 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하이 퀄리티는 물론이고, 가격도 일반 상점에서 취급하는 동일한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 트리 장식에 사용되는 네온사인은 일반 상점보다 20∼30%는 저렴하고, 손으로 직접 만든 고급 액세서리는 절반 수준이면 구입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답게 비엔나 시민은 물론 인근 도시와 시골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시장을 찾는다. 거래되는 물건만큼이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작은 종이나 양초 같은 간단한 소품은 1∼2유로면 구입 가능하고, 도시를 상징하는 독특한 문양이나 목각 제품, 인형은 10∼50유로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예쁜 그림으로 장식한 크리스털 제품이나 도시 모형 제품은 1백∼2백유로를 호가하는 것도 즐비하다. 크리스마스 시장이 모든 측면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 구입한 물건에 하자가 발생하면 시장이 개장하는 동안에는 교환과 반품이 가능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 이후에는 물건을 교환하거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고가의 제품은 임시로 개설된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건도 공방이나 상점의 연락처를 명시해 별문제가 없지만, 저렴한 액세서리는 임시로 개설된 상점에서 구입하는 것만큼 완벽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먹을거리와 볼거리인데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비엔나에는 따뜻한 차와 함께 먹는 ‘플레츠헨’이라는 쿠키가 유명하다. 시장 구석구석에서는 와인을 비롯해 옥수수, 소시지, 퐁뒤 같은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일반 와인과 다르게 따뜻하게 만들어 마신다. 와인을 따뜻하게 해서 즐기는 것은 추운 날씨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런 풍습은 비엔나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형성된 이후 7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와인을 판매하는 방법도 인상적이다. 모든 와인은 병으로 판매하지 않고 오직 잔으로만 판매한다. 일반 와인처럼 세련된 크리스털 잔 대신 투박한 머그잔을 사용하는 점도 이색적이다.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컵을 포함해 1잔에 4∼5유로 수준으로, 와인을 마신 후 기념으로 잔을 가져갈 수 있으며 반납하면 잔 값을 돌려준다.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엔 다른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것도 많다. 가족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선물, 카드, 엽서, 편지를 부칠 수 있는 우체국을 비롯해 놀이 시설과 독특한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각종 시설물과 조형물은 하나같이 친환경적인 소재를 이용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시청 앞 광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커다란 나무를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장에는 개장에 맞추어 줄잡아 10여 개의 커다란 조형물과 놀이 시설이 생겨난다. 시장에 개설되는 조형물은 작은 조형물부터 실제 사람들이 업무를 볼 수 있는 조형물까지 매우 다양하다. 가족에게 사랑의 선물을 전달해주는 우체국부터 어린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놀이시설과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 교육적인 시설이설치되는데 이 모든 것을 자연 친화적인 자재로 만든다.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은 참으로 흥미롭고 독특한 시장이다.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용품을 거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산타클로스와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시민들이 등장해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거나 마차를 태워주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렇듯 크리스마스 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전통이 이어지는 삶의 터전이자 문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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