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S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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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4, 2020

객원 에디터 남지현

SF 영화 속 첨단 기술이 점철된 미래로 그려졌던 2020년. 패션은 테크놀로지 대신 사람 냄새나는 것들을 탐닉했다.

여자의 몸에 대한 찬양, 손맛을 살린 장식, 자연과의 교감, 지나간 시대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2020년 S/S 시즌 트렌드를 소개한다.

trend 1_Denim Affair

실용적이고, 멋 내기 쉽고, 기본 중의 기본인 데님에 보내는 디자이너들의 사랑은 끝이 없다. 이번 시즌은 패치워크하거나 워싱한 빈티지 데님부터 그런지한 ‘찢청’, 깔끔한 인디고 데님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사랑받을 예정. 실루엣의 폭도 넓다. 샤넬은 버뮤다 데님 팬츠를, 셀린느는 1970년대 플레어 실루엣을, 보테가 베네타는 스트레이트 데님을 선보였다. 아래위를 모두 데님으로 입는 ‘더블 데님’ 스타일링. 물론 ‘댓츠 오케이’.

trend 2_Business in Bermuda

동시대적인 페미니즘은 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반영하는 것.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적 요소를 다방면으로 탐구하며 테일러링 슈트를 온전히 ‘여성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팬츠 길이에 주목해야 한다. 무릎을 살짝 덮는 기장의 버뮤다팬츠 수트가 유행할 전망. 잘 만든 세련된 수트는 신뢰감을, 활기차고 유쾌함을 더한 버뮤다팬츠는 유연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보테가 베네타, 지방시, 클로에, 알투자라 등의 컬렉션을 참고하자.

trend 3_Neon Sign

이번 시즌 유행 컬러를 한 가지만 꼽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모든 색이 다 유행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채로운 색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색이 있으니, 바로 ‘형광’이다. 눈부시게 발광하는 네온은 극도로 세련된 럭셔리 의상에 젊음과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발렌티노의 섬세한 실크 소재 형광 드레스 시리즈와 남부 프랑스의 시골 마을을 하이패션의 세계로 바꾼 자크뮈스의 컬렉션이 대표적인 예.

trend 4_Craft Work
할머니의 감성을 담은 핸드메이드 크로셰, 손으로 짠 투박한 니팅,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라피아 소재의 마크라메 등 느림의 미학을 전하는 수공예가 유행의 정점에 올랐다. 모던함을 대표하는 질 샌더는 크로셰와 프린지 장식 드레스를 선보였는데, 이는 역설적이게도 투박함이 세련됨이 되는 순간이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기법을 전수하듯 코바늘로 뜬 로에베의 톱, 라피아 꽃이 활짝 핀 크리스챤 디올의 스커트도 럭셔리 크래프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trend 5_70’s is Back

패션계는 197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재킷 위로 꺼낸 커다란 칼라, 롱 & 린 실루엣, 밑단이 살짝 퍼지는 플레어 팬츠, 지오메트릭 패턴, 얼굴을 덮는 베티 카트루스 스타일의 선글라스 모두 1970년대를 가리킨다. 촌스러움을 현대식으로 재정립한 브랜드는 빅토리아 베컴, 루이 비통, 그리고 생 로랑. 빅토리아 베컴은 부드러운 컬러의 톤온톤 매치로, 루이 비통은 파리의 벨 에포크 서정을 더해, 생 로랑은 특유의 날카로운 재단으로 2020년대식 레트로를 완성했다.

trend 6_Spring Leather
가죽에 대한 편견 두 가지를 버려야 한다. 가죽은 주요 가을 소재이고 블랙이나 브라운이면 족하다는 것. 매끈하고 부드러운 질감과 고급스러운 광택이 어우러진 가죽은 다양한 색을 입고 뉴욕부터 파리까지 런웨이를 메웠다. 진한 녹색, 톤 다운된 하늘색, 깊은 적갈색 등의 컬러를 입은 가죽은 봄 옷차림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더불어 지방시, 보테가 베네타, 마르니,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제안한 것처럼 토털 룩으로 입는다면 완벽하다.

trend 7_ Body Confidence

옷 입는 방식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비중으로 결정된다. 올여름은? 여성성의 대승리. 성적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들은 이렇다. 잘록한 허리를 드러내는 코르셋, 당당하게 가슴을 강조하는 재킷과 브라렛의 조화, 풍요의 상징인 엉덩이를 구조적으로 강조한 드레스, 손바닥만 한 아찔한 핫팬츠, 어디든 보여도 상관없는 시스루 란제리. 여성 고유의 신체적 특징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자유로이 관능의 날개를 펼치길.

trend 8_Tropical Effect
세계 곳곳에서 자연의 역습을 받는 21세기.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디자이너들은 자연을 향한 애타는 애정을 드러냈다. 마르니가 대표 주자. 업사이클 소재와 유기농 면을 사용해 열대우림의 초록을 컬렉션에 풀어냈다. 컬렉션 의상의 75%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스텔라 맥카트니의 플라워 프린팅, 앙리 루소의 화풍을 연상시킨 발렌티노의 정글 프린트 등도 지금 우리가 화두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킨다.

trend 9_Polka Dots

올봄 패션 키워드는 ‘촌스러움의 대반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고풍 ‘땡땡이’, 즉 물방울무늬가 돌아왔다.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화려한 지오메트릭 패턴과 컬러풀한 도트 무늬를 매치해 극적인 효과를 노린 드리스 반 노튼이나 스타킹마저 물방울무늬로 중무장한 발렌시아가의 구조적인 의상은 현실에서 소화하기엔 다소 무리일 터. 블랙 & 화이트의 도트 패턴을 똑똑하게 활용한 막스마라, 발망, 마이클 코어스의 센스를 빌리는 것이 좋겠다.

trend 10_Well-Vested
1970년대와 수트의 대유행으로 수혜를 입은 것은 ‘조끼’, 즉 베스트다. 어지간해서는 입을 일 없는 베스트가 올봄 메가 하우스들의 컬렉션에 빠짐없이 등장했다. 버버리, 막스마라는 엄격하고 고전적인 스리 피스 수트를 위해, 구찌, 마크 제이콥스, 루이 비통은 1970년대 레트로풍 수트의 기폭제로, 셀린느와 생 로랑은 히피가 지닌 자유로움의 표현으로 각자 베스트를 선택했다. 선택의 폭이 넓으니 올봄엔 베스트를 하나 더하는 것만으로도 입체적인 룩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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