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하면 작지만 강한 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왠지 재미와는 거리가 먼 나라처럼 느껴졌다. 그런 싱가포르가 변화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핫하고 재미있는 도시를 꼽으라면, 서슴없이 싱가포르를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가장 놀랍고도 매혹적인 건축물, 마리나 베이 샌즈가 있다. 또 다민족 국가다운 다양성과 동남아시아의 독특한 식재료가 잘 어우러진, 트렌디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들이 가득해 싱가포르를 떠오르는 ‘고메 시티(gourmet city)’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All New Singapore!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모두 없애줄 다이내믹한 도시, 싱가포르로 떠나보자.
1 아시아의 새로운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의 전경.
2 샌즈 스카이파크.
3 레스토랑 와쿠 긴.
4 와쿠 긴의 데쓰야 와쿠다 셰프.
5 와쿠긴의 시그너처 디시, ‘Marinated Botan Ebi with Sea Urchin and Oscietra Caviar.
6 레스토랑 산티.
7 산티의 산티 산타마리아 셰프.
8 레스토랑 피프티 스리.
9 장-난 춘 주방장.
10 팻덕 출신의 피프티 스리 수 셰프.
11 티플링 클럽의 라이언 클리프트 셰프.
12 레스토랑 이지스.
13 뎀시 힐 롱 비치의 진입로.
14 레스토랑 채터박스.
마리나 베이 샌즈는 엔터테인먼트, 쇼핑, 비즈니스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멀티 콤플렉스이다.
독특한 구조의 호텔 건물 3개동을 연결한 맨 꼭대기 공간에는 축구장 3개 넓이와 맞먹는 규모의 샌즈 스카이 파크가 있다. 그 밖에 길이가 150m나 되는 세계 최대의 야외 수영장 인피니티 풀, 2천5백 개가 넘는 객실과 2백30개의 스위트룸을 보유한 호텔, 6백 개가 넘는 테이블 게임과 1천5백 개의 슬롯머신이 설치되어 있는 카지노, 6만6천 개의 LED 조명이 설치되어 있는 크리스털 샹들리에, 세계적인 미슐랭 스타 셰프 여섯 명의 셀러브리티 레스토랑, 워터 프런트 산책로와 쇼핑몰까지 모든 것을 갖추었다. 아시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손색이 없는, 놀랍고도 위대한 건축물 마리나 베이 샌즈 덕분에 지금의 싱가포르는 2~3년 전에 만난 싱가포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1982년에 작은 여행 가방 하나를 들고 요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일본을 떠나 시드니에 도착한 데쓰야 와쿠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데쓰야는, 적어도 4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레스토랑 중 하나가 되었다. 이처럼 입지전적인 성공 신화를 쌓아온 그가 호주 밖에서는 처음으로 마리나 베이 샌즈에 와쿠 긴(Waku Ghin)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그는 와쿠 긴이 단순히 시드니 데쓰야의 복제(duplicate)가 아니라, 진화(evolution)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데쓰야의 기반 위에 싱가포르만의 식재료와 풍미를 가미해, 그 어느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는 와쿠 긴. 특히 혀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듯한 재료의 섬세한 풍미는 미식에서 ‘1%’ 극상의 차이를 구분 짓게 하는 요소가 바로 ‘식감’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코스에 따라 네 군데의 서로 다른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을 옮겨 다니며, 나만을 위해 정성껏 준비된 음식들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콘셉트도 매우 독특하다. 메뉴는 셰프 테이스팅 코스 한 가지. 비용은 1인당 4백싱가포르 달러.
카탈로니아의 미슐랭 3스타 셰프, 산티 산타마리아(Santi Santamaria). 스페인에서는 최초로 1994년에 3스타를 받은 요리의 명인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자연’에 가까운 요리를 추구하는 셰프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다.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고향 스페인 산 셀로니(Sant Celoni)의 레스토랑 칸 파베스(Can Fabes)를 떠나지 않으며, 지난 30년간 묵묵히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지켜나가고 있는 고집스러운 셰프다. 그런 그가 마드리드, 두바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마리나 베이 샌즈에 레스토랑 산티(Santi)를 오픈했다. 음식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나는 재료 그 자체라는 그의 철학을 온전히 반영한 산티의 메뉴는, 싱가포르의 로컬 식재료와 스페인의 풍미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궁극의 카탈로니아 맛을 경험하는 방법은 단 하나, 스페인 산 셀로니의 레스토랑 칸 파베스를 찾아가서 산타마리아 셰프의 손맛을 직접 느껴보는 것.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이곳 산티에서 어느 정도 근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티플링 클럽(Tippling Club)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전위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손꼽힌다. 헤드 셰프는 라이언 클리프트(Ryan Clift). 영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이제 34세밖에 되지 않은 젊은 셰프다. 그의 양팔에 새긴 문신과 범상치 않은 외모를 보면, 선뜻 셰프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티플링 클럽을 이끌어나가는 또 한 명의 파트너는 헤드 바텐더 매슈 박스(Matthew Bax). 그는 호주 멜버른의 유명한 바, 데어 라움(Der Raum)의 오너로, 분자 칵테일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실력을 지닌 믹솔로지스트다. 이 둘이 의기투합해 만든 티플링 클럽의 콘셉트는 한마디로, ‘The New Progressive Tapas and Cocktail’. 즉, 모든 메뉴가 ‘푸드 앤드 드링크 페어링(Food and Drink Paring)’으로 구성되는 독특한 콘셉트다. 키친이라기보다는 랩(lab) 같은 분위기에서 만들어내는 이들의 아방가르드한 요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니크하고 창의적이며, 기존의 틀을 여지없이 깬다.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영국 팻덕 출신의 셰프 마이클 한(Michael Han)의 레스토랑, 피프티 스리(Fifty Three). 2009년 1월에 문을 열었으니, 이제 오픈한 지 1년 9개월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부터 이곳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한 평론가는 마이클 한을 최근 20여 년간 새롭게 등장한 로컬 셰프들 중 최고라고 극찬할 정도. 마이클 한은 전직 변호사라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로, 최근 유럽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팻 덕(Fat Duck), 노마(Noma), 무가리츠(Mugaritz) 등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다. 깔끔하면서도 내추럴한 모노톤이 인상적인 다이닝 홀은 테이블이 1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전형적인 부티크 레스토랑이다.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그리고 디저트까지 모든 요리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데, 특히 각종 허브와 꽃들을 가니시로 곁들인 플레이팅은 거의 예술 작품 수준이다. 자연으로 회귀하는 최근의 복고 트렌드를 거부감 없이 아주 예쁘게 표현해낸 피프티 스리는, 어찌 보면 가장 자연 친화적이면서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레스토랑이 아닐까 싶다.
이지스(Iggy’s)는 ‘2010 World’s 50 Best Restaurants Awards’ 순위에서 프렌치 런드리, 마틴 베라사테구이, 데쓰야, 알랭 뒤카스 등 세계 유수의 레스토랑들보다도 높은 순위인 28위에 랭크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컨템퍼러리 레스토랑이다. 중앙에 위치한 바(bar) 테이블에 앉으면 오픈 키친의 유리창 너머로 바쁘게 요리하는 셰프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이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을 신선한 상태로 바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하마치(방어), 아지(전갱이), 아유(은어) 등 일식을 응용한 생선 요리가 훌륭하고, 샐러드와 디저트도 특색 있다. 심플한 공간에서 트렌디한 음악을 들으며 멋쟁이 손님들과 함께 식사를 즐기다 보면, 마치 싱가포르가 아닌 맨해튼 한가운데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라이스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채터박스(Chatterbox)는, 예상외로 로컬 푸드코트나 호커센터가 아닌 오차드 로드의 메리터스 만다린 호텔 안에 있다. 채터박스는 1971년에 문을 열었는데, 원래는 싱가포르 최초의 커피 하우스였다고 한다. 그런데 커피보다는 홈 스타일로 만든 치킨라이스가 유명세를 타면서 ‘만다린 치킨라이스’ 라는 고유명사가 생겨났고, ‘전설의 맛(Taste of Legend)’ 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심플해 보이는 치킨 요리의 담백함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치킨라이스의 백미는 바로 밥 그 자체. 치킨 소스와 재스민 향의 풍미가 무척 매력적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다시 한 번 맛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생기는 요리는, 파인 다이닝보다는 로컬 푸드인 경우가 많은데, 이 치킨라이스가 바로 그렇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로컬 푸드인 크랩을 맛볼 수 있는 롱 비치(Long Beach)는 점보(Jumbo), 노 사인 보드(No Sign Board)와 함께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크랩 하우스이다. 특히 뎀시 힐의 롱 비치는 녹음이 우거진 진입로가 아름답고, 공간도 쾌적해서 추천할 만하다. 대표 메뉴는 페퍼 크랩. 칠리 크랩의 담백한 양념 맛도 좋지만, 페퍼 크랩의 감칠맛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로컬 맥주인 타이거 비어와 고수를 곁들이면 훨씬 더 이국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트래블 앤 레저(Travel+Leisure)> 선정, 전 세계 호텔 14위에 랭크된 특급 호텔, 포시즌스 싱가포르에 위치한 중식당 장-난 춘(Jiang-Nan Chun). 약간은 생소한 ‘Jiang‐Nan Chun’이란 이름은, ‘양쯔강 남쪽의 어느 봄날’이라는 뜻을 지닌 무척 시적인 이름이다. 실제로 양쯔강 남쪽 기슭은 옛날 중국의 왕이나 관료들이 시를 읽으면서 휴식을 취하던 곳이라고 하는데, 이름만큼이나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다이닝 홀이 멋스럽다. 장-난 춘은 싱가포르 내에서 딤섬으로도 꽤 유명한데, 특히 주말 오리엔탈 브런치는 다양한 딤섬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이 밖에 모든 요리들이 플레이팅도 아름답고, 기름지지 않아 담백한 맛이어서,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화이트 티(White Tea)와 함께 여유롭게 맛볼 수 있는 중국식 디저트들도 수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