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노이(Amanoi) a gem tucked in the 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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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5, 2023

글 고성연

조용하지만 충성스럽고 강한 팬덤을 유지해온 리조트 브랜드 아만(Aman)의 장점으로 꼽히는 한 가지는 일단 ‘위치’다. 접근성이나 땅값을 따져 최고의 자리를 꿰찬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니, 어떻게 저기에 리조트를 지을 생각을 했지?”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천혜의 자연 속에 주로 자리 잡기에 때로는 아주 외딴 장소가 되기도 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도심의 호텔조차 일상을 벗어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위치를 기막히게 선정하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려고 무던히도 공을 들인다. 리조트 디자인은 아름답지만 유난스럽게 포장하지 않는다. 절경을 품은 자연과 자연스레 호흡하듯 절제의 미학을 담아 머무는 이들이 평온을 누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진심 어린 환대를 선사하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세심한 배려로 완성도에 정점을 찍는다. 아만이 고수해온 이 같은 철학에 동의한다면 베트남 남동쪽의 아기자기한 산과 바다를 끼고 있는 아만노이(Amanoi) 역시 마음에 담지 않기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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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의미는 각자에게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 부루마불이나 모노폴리 같은 게임판처럼 세계를 휩쓸고 다닌 증거인 여권을 훈장처럼 자랑하는 이도 있고, 현지의 사회와 문화를 파고들고자 체류하는 이도 있고, 심신의 안정과 휴식을 위해 도피처럼 떠나는 이도 있다. “여행으로 도피해봤자 우리 존재의 역사상 가장 불행한 모습과 대면하기밖에 더하겠는가?”라고 씁쓸하게 내뱉었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곱씹어보면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다수는 저마다의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또 우리에게 하늘길의 구속을 처절하게 겪게 한 팬데믹을 거치면서 ‘떠남’에의 갈망은 한결 더 짙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떠나는 이유와 목적이 각자 다르더라도 낯선 곳에서 되도록 편히 쉬어 가게 해주는 ‘여행의 공간’이 중요하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아예 호텔이나 리조트 자체를 ‘집’처럼 머물면서 즐기는 방식이 여행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 꽤 되기도 했지만, 점차 다채로워지는 수요에 맞춘 ‘여행의 공간’ 설계는 민첩하게 진화하고 있다. 진정으로 몸과 마음에 평온을 선사하고 싶은 이들이 즐겨 찾는, 혹은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는 리조트 브랜드 아만(Aman). ‘도장 깨기’처럼 아만을 찾아다니는 이들에게 베트남의 건기(4~9월) 또는 겨울철에 방문하기를 권하고 싶은 곳이 아만노이(Amanoi)다(사실 우기를 피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여름철은 고온다습하지만 아만노이가 자리한 누이추아(Nu′i Chu′a) 국립공원 지역은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리조트 내에 주로 머문다면 쾌적함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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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스펙트럼의 산악 곶에서 바라보는 푸른 바다
바다 혹은 산 전망 중 굳이 선택하라면 필자는 바다든 호수든 물을 멀리서 내다볼 수 있는 ‘숲세권’을 제일 ‘애정’한다고 말하겠다. 세상의 녹색은 다 가져온 듯한 ‘그린 스펙트럼(green spectrum)’이 오묘하게 반짝이는 풀숲에 둘러싸여 있되 벌레는 멀리하기를 바라고, 바다색 물결이 일렁이는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기만 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아만노이는 바다와 산과 숲을 다 품고 있는, 아만의 명성에 걸맞은 탁월한 입지를 지녔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구역으로 규모가 29,000ha나 되는 누이추아(Nu′i Chu′a) 국립공원의 산악 곶에 자리해 독특한 암석으로 둘러싸인 빈히만(Vinh Hy Bay)을 유유히 내려다본다. 빈히만 역시 해양 보호구역의 일부다. 수 세기에 걸쳐 현재의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의 해안선은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내고, 바위가 많은 곶은 살짝 뒤로 물러나 금빛 백사장을 보호해주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으며, 거무스름한 푸른빛을 머금은 언덕이 묵묵히 해안을 보듬어주고 있다. 드론을 띄워 아만노이를 내려다보거나 특정한 각도에서 올려다보면 산자락에 수십 채의 집이 흩어져 있는, 신비감마저 깃든 평온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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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합체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의 미학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문을 연 아만노이는 이처럼 근사한 자연의 미는 물론 서식지 환경을 해치지 않고되도록 함께 어우러지도록 설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아만의 건축 프로젝트를 다수 맡아온 장-미셸 게티(Jean-Michel Gathy)가 운영하는 회사인 데니스턴 인터내셔널(Denniston International)이 총괄했는데, 각 시설의 적절한 위치를 ‘풍경이 정하도록 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아만노이 디자인의 본질은 건축 구성 요소와 바위, 초목과 전망을 나란히 두는 것이었습니다. 드라마틱한 입지와 세련된 건축 언어 사이에 항상 존재하는 대조미가 있지요. 또재료를 선택할 때 최대한 신중을 기했습니다. 회색 타일로 초목과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고 지붕 곡선은 구불구불한 땅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장-미셸 게티의 설명이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레이어(layer)의 미학’은 아만노이에서 하룻밤만 묵더라도 단번에 체감할 수 있다. 테이블 뒤에 창, 그 뒤에 격자, 나무 줄, 산이 보이는 식의 레이어가 이어지면서 작은 드라마가 전개되는 듯하다. 아만노이는 온전한 쉼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모든 숙소를 독립형으로 설계했는데(가장 작은 파빌리온의 면적이 95m²다), 실제로 커다란 침대에 누워 시선을 수평으로 두면 야트막한 수납장 너머로 안락한 소파가 보이고, 그 뒤로 휴식 같은 욕조가 있는 욕실, 그리고 그 위 창밖으로 아련하게 펼쳐지는바다 전망이 기분 좋은 여운을 빚어낸다(전망은 호수, 산, 바다 등 다양하다). 레지던스의 경우 5채의 숙소와 공용 공간, 야외 풀까지 갖추고 프라이빗 버틀러가 상시 대기해 미소로 보살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같은 구역 내에 머무르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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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다채로운 여가 활동을 품은 고요한 안식처
아만노이는 한국에서 간다면 직항 노선이 있는 나트랑 공항에 내려서 1시간 30분가량 자동차로 들어가야 하는 산속에 위치한 셈이라 숙소에 머물 때는 도시 구경은 포기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리조트 내에 다채로운 체험 거리가 마련되어 있거니와 인근 마을을 방문한다거나 유적지를 돌아보는 로컬 체험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스포츠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고요하고 수려한 해변 옆 화강암 절벽이 내려다보이는 ‘비치 클럽’이 가장 매력적인 ‘멀티 플랫폼’이다. 레스토랑에서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미식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해양 스포츠와 액티비티도 얼마든 경험할 수 있다. 스피드 보트를 타고 가까운 어촌을 방문해 싱싱한 생선을 구경하거나 식도락을 만끽할 수 있고, 서핑, 스노클링, 카약 등도 인기 있는 해양 스포츠다. ‘궁사의 피’가 흐른다면 자그마한 양궁장도 갖춰져 있음을 기억해두자. 시차 적응이 다 되지 않았다거나 아침형 인간이라면 ‘일출’을 겨냥해 짧은 하이킹 코스인 ‘고가(Goga)’ 봉우리에 올라 탁 트인 장관을 목도해볼 법하다. 정적인 웰니스 활동을 원한다면 연꽃 가득한 호수 위에 떠 있는 요가 파빌리온이나 그 옆에 자리한 출중한 스파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그리고 다채로운 역사와 지역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근교 투어의 백미라 할 만한 명소가 있다. 아만노이에서 자동차로 45분 남짓 달리면 ‘바람과 태양의 도시’로 불리는 닌 투언(Ninh Thuan) 지역의 주요 민족 집단인 참(Cham)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과 사원, 탑이 있다. 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참족의 역사는 언어, 문화, 건축, 공예 등으로 찬란하게 꽃피웠다가 17세기 중반 영토 분쟁으로 크게 쇠퇴했지만 오늘날에도 16만 명 정도가 존재하며, 닌 투언 지역에 7만 명가량이 살고 있다고 한다(아만노이 직원 중에도 참의 후손이 있다고). 참족은 힌두교를 따르는 참 발라몽(Cham Balamon), 이슬람과 민속신앙이 섞인 참 바니(Cham Bani), 이슬람교인 참 이슬람(Cham Islam) 등 세 그룹으로 나뉘는데, 자녀들이 모친의 성을 이어받고 여성이 가장 역할을 하는 모계사회다. 위대한 참족 왕의 이름을 딴 ‘포 끌롱 자라이(Po Klong Garai)’ 사원은 100m 높이의 언덕 위 공원에 자리해 360도 파노라마 전망을 선사하는데, 13세기 후반에 지은 붉은 벽돌 탑의 미려한 자태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아만노이에서는 참족 특유의 의식을 관찰하듯 약식으로 참여하고, 그들의 요리법을 따른 미식을 경험해볼 수도 있다.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에 커다란 화강암 바위로 둘러싸인 전망이 자못 매혹적인 록 스튜디오(Rock Studio)에서의 만찬은 아만노이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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