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01, 2011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란 의미를 담은 메테오라는 그리스 북서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핀도스 산맥에 자리 잡고 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메테오라. 신비롭고 영롱한 메테오라(Meteora)는 신의 위대한 창조력을 유감없이 드러낸 대자연과 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서려는 인간의 숭고한 의지와 무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1그리스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핀도스 산맥에 자리 잡고 있는 기암괴석과 수도원.
2 14세기에 디오니시오스에 의해서 세워진 니콜라오스 수도원.
3 아무리 둘러봐도 접근이 불가능해 보이는 거대한 바위산 중간에 만들어진 은둔 수사의 수행 공간으로 지금도 옛날 방식대로 수행하며 살아가는 수사들이 거주하고 있다.
4 과거 수도사들이 그물망을 이용하여 물건을 옮긴 것과 다르게 지금은 화물용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있다.
5 메테오라 유적지를 향하여 이동하는 모습으로 메테오라 수도원을 찾는 방문객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나이 많은 여성들이다.
6 일생 동안 수도자로서 살다간 수사들의 두개골을 보관하고 있는 유골관. 성 아타나시우스와 성 이오아사프 수사의 유골도 보관되어 있다.
7 바위를 그대로 활용하여 만든 수도 공간으로 메테오라 지역에는 이런 유적지가 많다.
8 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수도원에 거주하는 수녀.
9 초기의 은둔 수사들이 신과 조우하며 스스로 정신세계를 탐구하기 위하여 만든 유적지로 바위틈이나 바위를 파 만든 작은 동굴이 대부분이다.
10과거 수사들이 음식을 만들고 먹던 식당을 개조하여 만든 보물실로 각종 필사본과 의복,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11 수도사들이 음식을 만들던 부엌으로 당시 은둔 수사들이 사용하던 각종 생활용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2 수도원에 거주하던 수사들에게 꼭 필요한 물을 보관하던 나무로 만든 1천l짜리 물통.
13 어느 곳을 방문해도 개성 넘치는 벽화 와 성화를 접할 수 있는 메테오라 수도원은 비잔틴 미술의 보고로 훗날 종교 화가와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14 메테오라를 찾은 한 방문객이 바위 위에 앉아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주변 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신을 갈구하던 은둔자들의 공간
지명조차 낯선 자그마한 산간벽지 마을 칼람바카(Kalambaka)의 우뚝 솟은 바위에 이르면 몽롱한 현기증이 밀려온다. 하늘을 향하여 우뚝 선 바위와 준봉들, 바람이라도 불면 곧장 수백 길 아래로 떨어져버릴 것 같은 수도원, 드넓은 평원을 정원으로 갖고 있는 마을까지. 거대한 바위와 인공 구조물이 어우러진 풍광은 직접 보지 않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월은 만물을 그냥 두는 법이 없다. 알프스 조산대의 충돌로 모습을 드러낸 당시 메테오라의 모양새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산맥의 일부인 지형은 수천만 년 동안 진행된 풍화작용에 의해 씻기고 깎여 여러 개의 거대한 계곡과 60여 개에 달하는 바위 조각품을 탄생시켜 놓았다. 바위들은 조물주의 빼어난 솜씨를 대변하듯 하나같이 특이하다. 어떤 바위는 뾰족한 못이나 나무 같고, 또 다른 바위는 최첨단 빌딩과 현대적인 조각을 연상시킨다. 단단한 사암층과 퇴적층으로 이뤄진 바위들은 높이가 20~4백m에 이르고 둘레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다. 메테오라의 바위들은 크기와 모양에 상관없이 하나같이 지구의 변천 과정을 담고 있다. 마치 오래된 역사책처럼. 유네스코에서도 이런 가치를 중시하여 1988년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했다.메테오라 지역에 새로운 주인이 등장한 시기는 9세기경으로, 세속과 인연을 끊고 오로지 신에게 한발 더 다가서려는 은둔 수사들이었다. 초기 은둔자들이 터를 잡은 곳은 바위산 정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5백년 넘게 바위틈과 작은 동굴에서 생활하며 기도와 명상으로 스스로를 깨닫고 신이 바라는 삶을 살았다. 초기 은둔 수사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는 도처에 흩어져 있다. 특히 아기오스 스테파노스(Agios Stef anos)와 루사누(Rousauou) 수도원 사이에는 수십 곳에 달하는 유적지가 남아 있다. 청빈과 겸손의 삶을 산 은둔자의 영역으로 접근하려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춰야 한다. 신을 갈구하던 수사들이 머물던 공간은 단순, 그 자체다. 수행과 침식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좁은 공간 외에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메테오라가 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더 이상 과거의 고적함이나 명상적인 평온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은둔 수사들이 신과 만나던 공간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과거보다 더 철저하게 세속의 끈을 단절할 목적으로 아예 접근이 불가능한 바위 중간에 토굴을 파고 수행에만 매진하는 수사도 있다. 철저한 은둔 생활을 추구하는 수사가 머무는 토굴이나 바위 유적지에는 어김없이 바람결 따라 춤추는 원색의 천이 장식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그들의 터전을 확인할 수 있다. 바위산 정상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수도원들은 모두가 세계복합유산이다. 오늘날 마주할 수 있는 수도원은 14~16세기 사이에 세워졌는데, 이미 수 세기 전부터 정신세계에 매진한 수사들의 터전이다. 이곳에 본격적으로 수사들이 몰려든 것은 세르비아의 왕 스테판 듀산이 테살리아 지역을 점령한 1340년 이후부터다. 정치적으로 격변기에 접어들자 마케도니아 지방을 비롯해 각지에서 흩어져 수행하던 수사들이 보다 안전한 은둔 생활을 꿈꾸며 메테오라로 모여든 것이다. 이 지역의 수도원을 총괄하는 메갈로 메테오로(Megalo Meteoro) 수도원은 성 아타나시우스와 그의 후계자들에 의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14세기 초반 아토스 산에서 이주해온 성 아타나시우스는 해발 5백m가 넘는 바위 꼭대기에 인간의 숭고한 신앙심과 무한한 능력을 보여주는 위대한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다. 1356년 시작한 건축은 33년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1388년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무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수도원이 처음 완성 당시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소박했다. 수도원이 완성되면서 수사들이 몰려들자 각 수도원에서 새로운 공간을 하나씩 건설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방문할 수 있는 여섯 곳의 수도원도 수 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의 증축 과정을 걸쳐 완성된 건축물이다.
태초의 자연과 맑은 영혼의 울림
메테오라 수도원은 15~16세기경에 전성기를 맞았다. 이 시기에는 바위산 끝자락에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낸 수도원이24곳이나 세워졌다. 천혜의 마천루에 터를 잡은 인간의 경이로운 흔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사라져 지금은 메갈로 메테오로 수도원을 중심으로 바를람(Varlaam), 루사누, 아기오스 니콜라오스(Agios Nikolaos), 아기오스 트리아다(Agios Triada), 아기오스 스테파노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멀리서 바라본 수도원은 마치 굴뚝 위에 지어놓은 새들의 보금자리를 연상시킨다. 지금은 계단과 다리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수도원은 세속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수도원과의 통로는 긴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를 고정해 만든 줄사다리와 도르래를 이용한 그물망이 전부였다. 태초의 자연과 때 묻지 않은 영혼이 공존한 수도원에는 특이한 유물과 예술품이 가득하다. 수도원 가운데 가장 다채로운 보물을 보유한 곳은 수도원장이 상주하는 메갈로 메테오로 수도원이다. 크레타 화풍의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한 주 예배당을 축으로 과거 수사들이 식당으로 사용하던 장소를 활용한 보물실에는 수사들이 제작한 아이콘(聖畵)을 비롯해 전례(典禮)용품, 수사 의복, 아름다운 삽화가 그려진 필사본 등이 보관되어 있다. 한편 성 니콜라우스와 루사누, 바를람 수도원에도 수사들이 그려 놓은 멋진 프레스코 벽화와 삶의 흔적이 녹아 있는생활용품이 즐비하다. 이곳 수도원을 장식한 프레스코 벽화는 바티칸이나 아비뇽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광채를 발산하는 것이라곤 조금 밝은 색상의 벽화가 고작이다. 하지만 평생 지극히 맑은 정신세계를 갈구한 수사들이 하느님께 봉헌한 작품답게 어떤 종교화보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워 훗날 종교화를 화폭에 담은 화가는 물론이고 많은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선물했다. 또한 각 수도원마다 수사들이 사용한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있다. 신과 인간이 함께 만든 메테오라 인근에는 고대 그리스인이 가장 중요시한 유적지 델포이(Delphoe)가 있다. 델포이에는 그리스인이 세상의 중심으로 믿은 배꼽이란 의미를 간직한 ‘옴팔로스’가 있다. 신전 중앙에 있는 이 돌은 신성시한 돌이다. 이 돌은 신 중의 신으로 불리던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노소스가 토해낸 돌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세상의 중심을 상징하는 이런 돌이 문명이 발생한 곳마다 모두 있다는 사실. 잉카제국의 마지막 수도였던 쿠스코는 케추아어로 ‘배꼽’을 의미하는데, 잉카인들은 쿠스코를 세상의 중심이자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집트 카이로 북쪽에 해당하는 헬레오폴리스도 이집트 신화에서 세상의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유대교의 성지인 이집트의 시나이 산, 인도 메루 산 등이 신화와 종교에서 세상의 중심으로 묘사되고 있다. 시간의 법칙에 얽매이지 않은 채 바위 위에 위태롭게 매달린 수도원 유적지와 조물주의 위대한 창조력이 어우러진 메테오라. 그곳에 서면 태초의 자연과 맑은 영혼의 울림이 느껴진다.
Tip
가는 길
인천에서 아테네까지 직항편이 없어 터키의 이스탄불이나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해 가야 한다. 소요 시간 11~13시간.
아테네 공항에서 메테오라까지 공항에서 렌트카를 이용하거나 아테네 버스 터미널에서 ‘칼람바카’까지 이동한 후 메테오라행을 이용해야 한다. 렌트카 이용 4시간 대중교통 이용 6시간 30분 소요.
숙박
수도원이 위치한 메테오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고급 숙소부터 저렴한 숙소까지 20곳에 달하는 숙박 시설이 있다.
Divani Meteora Hotel
그리스의 디바니 그룹에서 운영하는 고급 숙박 시설로 유적지가 보이는 웅장한 바위 아래 자리한 호텔이다. 아름다운 조망권과 편리한 시설을 갖춘 현대적인 숙박 시설이다. 2인 1실 1백20~2백80유로 수준. www.divanis.com/meteora
Meteora Hotel
메테오라 중심에 위치한 고급 호텔로 유적지와 마을로 접근이 편리하고 가격 대비 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편이다. 2인 1실 기준 80~1백50유로 수준. www.meteorahotels.com
먹을거리
그리스 내륙 지역에 자리한 메테오라는 수도원에서 직접 만든 와인과 치즈, 채소를 이용한 샐러드, 새끼 염소로 요리한 타스 카보브 등의 요리를 즐겨 먹는다. 메테오라 마을에는 그리스 전통 선술집인 타베르나부터 디바니 호텔에서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음식점이 있다.
Meteora
주인이 직접 요리하는 레스토랑으로 무사카스와 구이 요리를 중심으로 샐러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OKipos
향토색이 진한 레스토랑으로, 옛날 분위기 그대로 맛보기에 적합하며 그리스 내륙 지방의 코스 요리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Divani
디바니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새끼 염소 요리를 비롯하여 고기를 다져 만든 수추카키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쇼핑
메테오라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는 화려한 성화와 토산품정도가 전부다.
즐길 거리
메테오라는 수도원을 제외하고는 딱히 볼거리는 없다. 따라서 여타 도시와 유적지에 비해 여흥 문화가 발달해 있지 않다. 주요 명소 메테오라 최고의 명소는 수도원이며, 인근에는 그리스 신화의 중심이자 신탁으로 잘 알려진 델포이 유적지가 있다.
기타 정보
여행 시기 연중 어느 때 방문해도 나름대로 독특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메테오라지만 봄에 해당하는 4~6월경이 가장 아름답다. 여행 정보 정부 웹사이트
www.visitgreece.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