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심플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가구 디자인은 메르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진다. 3 활짝 열린 옷장, 정리되지 않은 침대, 마치 젊은 현대 여성의 방 같은 홀은 연극 무대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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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클래식함과 모던함. 다양한 믹스 매치의 조화는 공간의 하모니를 깨지 않으며 아름답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6 창가에 자리 잡은 남성복 코너. 마리 프랑스가 선택하는 의상의 주요 콘셉트는 편안함이다.
11 숍의 지하 1층에 위치한 생활 도구 코너. DIY 도구에서부터 각종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을 전시한 이곳은 남성들에게 인기 있다.
12 매장에서 판매 중인 소파는 직접 앉아보고 편안한 시간을 즐기며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14 채광이 잘되는 유리 천장은 숍의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메르시는 프랑스 디자인 아동복의 대명사인 봉푸앙(Bonpoint)의 창시자 마리 프랑스 & 베르나르 코엔(Marie-France & Bernard Cohen) 부부가 설립했다.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 꿈을 꾸며 메르시를 구상했다. 3년 동안 메르시를 이끌 멤버들을 모으며 그들은 각자 스타일이 다른 디자이너들과 작가들을 각계각층에서 섭외했다. 그중 메르시 메종(Maison, 집) 컬렉션을 위해 영입한 파트너는 장 뤽 콜로나 디스트라(Jean-Luc Colonna d’Istra)와 다니엘 로젠스트로슈(Daniel Rozensztroch)이다. 그들은 이미 파리에서 선풍적인 관심을 모은 다수 숍의 콘셉트와 스타일을 정립한 인물이었으며 전 세계 스타일 숍의 컨설턴트이다. 다니엘 로젠스트로슈는 현재 <마리 끌레르 메종>의 스타일 디렉터로 활동함과 동시에 메르시 숍의 스타일 디렉터이며, 장 뤽 콜로나 디스트라는 프랑스와 일본, 영국을 오가며 숍 컨설턴트 활동과 메르시 메종의 디렉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멤버들이 모여 만든 메르시는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 즉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의 이미지에서 에센스만을 뽑아놓은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기도 하다. 콘셉트 스토어 솔리데르(Concept Store Solidaire), 즉 연합한 콘셉트 스토어가 그 첫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 3년을 공들여 설계한 거대하고도 획기적인 발상, 강렬한 낙천주의가 탄생시킨 이름이 바로 메르시(Merci)였다.
메르시는 19세기 원단 공장과 창고를 개조해 만든 1500㎡의 공간이다. 메르시의 입구는 모두 세 곳이다. 왼편의 플라워 숍에서 시작되는 길목의 입구, 오른편의 북 카페 카페 부키니스트(Cafe′ Bouquiniste)로 연결되는 두 번째 입구가 있고, 작은 안마당을 통해 진입하는 주 입구는 현대 설치미술 작품이 놓인 작은 안뜰로 이루어졌다.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냄과 동시에 각각의 개성과 취향에 맞게 서로 부딪힘 없이 공간의 동선을 유도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유리로 된 중앙부의 천장은 숍 곳곳에 빛을 전달해 전체적으로 활기를 불어넣는다. 중앙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로 넓은 홀에는 숍의 콘셉트를 상징하는 제품들이 전시의 형태를 띠고 설치되어 있다. 곧이어 지하와 2층이 이어지는데 코너를 돌면 다양한 제품을 종류별로 마주하게 된다. 마치 한 집의 서재와 응접실, 거실과 침실, 드레스 룸, 주방, 정원 그리고 차고와 창고를 드나드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가지고 쇼핑할 수 있다. 건축가 발레리 마제라(Valerie Mazerat)는 공장이었던 건물의 특성을 살려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하나로 이어진 공간에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고유성을 해치지 않는 공간의 배분이 필수적이었으며,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하나의 커다란 정신을 떠받들 수 있게 한 아이디어는 바로 우리가 사는 모습의 재현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작은 불빛이 주위를 밝게 물들이듯 중앙 홀의 유리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는 빛은 모든 공간을 하나로 모은다. 그리고 그 내부는 서로 다른 개성과 취향을 지닌 갖가지 상품들로 채워져 있다. 이렇듯 메르시는 참으로 다양한 것들이 한곳에 어우러져 창조해내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한다.
메르시의 주인 베르나르와 마리 프랑스 코엔이 컬렉션하는 메르시의 패션 파트는 크게 빈티지와 새로운 디자인 컬렉션으로 나뉜다. 새로운 디자인 컬렉션은 여성복과 남성복, 아동복으로 다시 세분화된다. 이는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폴 스미스(Paul Smith), 마르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봉푸앙(Bonpoint) 등의 디자이너들이 메르시만을 위해 새롭게 만드는 컬렉션으로 메르시 숍에서만 만날 수 있다. 메르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이들의 컬렉션 라인은 특별히 메르시 스텔라, 메르시 폴 등으로 새롭게 명명되는데 여기에는 메르시를 위해 일해준 디자이너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빈티지의 의상들 또한 일반 벼룩시장의 제품이 아니라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 모델들이 입었던 의상으로, 메르시를 위해 기부된 물건들이다. 이들의 티켓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어 구매자들이 그들의 소장품을 소유한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했다. 또 메르시에서 자체 디자인한 상품들은 최고의 소재로 만들었지만 중저가의 가격으로 판매해 돈은 넉넉하지 않지만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젊은 층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2층의 한 코너에 위치한 작은 아틀리에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장인들을 초대하는 레지던시의 형식을 띠고 있어, 선발된 작가가 그곳에서 작업을 한 후 자신의 작품을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한편 메르시 아닉으로 판매되는 여섯 가지의 향수는 프랑스 최고의 조향사 아닉 구탈 사에서 메르시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메르시 메종 파트는 1천5백여 가지의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를 종류별로 소개하고 있다. 역시 디자이너 제품과 과거의 빈티지 산업 제품을 조화롭게 혼합했으며 1930년부터 유럽에서 꾸준히 생산되고 있는 독특한 스타일의 제품들, 오스카 지에타(Oskar Zieta), 카펠리니(Capellini)의 프랑수아 아잠부르(FranCois Azambourg), 비트라(Vitra)에서 생산하는 의자들을 디자인한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 등 다양한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 산업 빈티지 제품으로는 새로운 용도로 사용되는 제품과 디자인을 메르시 숍에서 다량으로 만날 수 있는데, 그중 프랑스에서는 메르시가 독점 판매하는 톨릭스(Tolix)의 새로운 디자인 의자가 눈길을 끈다. 또 메르시에서 자체 생산하는 식기와 항아리, 19세기 프랑스 데코 스타일의 전통 제품 등 매우 다양한 아이템을 디자이너와 시대, 사조별로 갖추고 있다. 그뿐 아니라 생활의 편리함을 더하는 작은 아이디어 상품들을 지하에 전시해 도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머무는 놀이터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최근 관심이 더욱 높아져가고 있는 식물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각양각색의 화분과 화병 그리고 부케를 판매한다. 부케는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플로리스트 크리스티앙 토르튀(Christian Tortu)가 디자인했다. 수천 권의 책으로 둘러싸인 북 카페는 유명 작가와 문학인, 에디터에게 책을 기부받아 5유로에서 20유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재판매되고 있다. 책의 첫 장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으며 빈티지 의상과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들이 소장하던 책을 대중이 다시 소유하며 그들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현실화했다. 사람들은 현실과 이상이 늘 동떨어진 각각의 객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우리의 사회는 그 두 생각의 만남을 통해서 서서히 발전해왔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어디엔가 그것을 실생활 속에 현실화하는 사람들도 늘 있어왔다. 프랑스어의 콩비비알리테(convivialite, 친목, 우정, 친애, 흥겨움, 들뜬 기분, 술잔치 등을 가리키는 말로 유쾌하게 함께 어울린다는 뜻을 내포한다), 솔리다리테(solidarite, 단결, 결속, 연대 의식 등을 가리키는 말로 모두가 함께 행복을 추구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먼 산을 바라보듯 현실과는 동떨어진 차원에서 상상한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상상으로 끝날 수 있는 그 단어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매우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단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그 빛나는 아이디어는 메르시 숍을 들어서는 순간 당신의 마음속을 가득 채울 것이다. Merci 111, boulevard Beaumarchais 75003 Paris France Tel +33(0)1 4277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