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풍경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조경의 미학’으로 한 획을 그은 선구자 정영선의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식목일인 4월 5일 막을 올린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다. 한국 1세대 조경가로 ‘땅 위에 시를 쓰듯’ 반세기를 살아온 정영선은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 된 호암미술관 ‘희원(1997)’을 위시해 아시아선수촌(1986), 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 선유도공원(2001), 서울식물원(2014), 경춘선숲길(2015~2017), 두내원(2025) 등 수많은 주요 공공 프로젝트를 맡아왔다. 1970년대 대학원생 시절부터 현재 진행형인 프로젝트까지 60여 개 국내외 사례를 총망라한 이번 전시에서는 조경 설계 도면과 사진, 모형, 영상, 수채화, 청사진 등 기록 자료 5백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7개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영선의 조경이 그러하듯 경계가 느슨한 최소한의 구획을 통해 관람객이 서 있는 자리에서 각 프로젝트의 맥락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전시의 초점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작가의 태도와 담백한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꾸안꾸의 미학’에 맞추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서울관 야외 종친부마당과 전시마당에는 실제로 한국 고유의 자생식물을 식재한 정원을 조성해 관람객에 휴식처를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 8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프로젝트 얘기를 하며 열정의 눈빛을 내뿜는 정영선 조경가는 “우리 산천은 다 정원”이라고 강조했다. 9월 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