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위 1%의 럭셔리 웨딩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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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1, 2010

에디터 배미진, 권유진

속도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변화가 빠른 한국 사회에서 웨딩 트렌드 역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인 결혼식 문화에서 벗어나자신의 개성을 살린 채플 웨딩이나 야외 결혼식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웨딩 문화를 주도하는 대한민국 상위 1%, VVIP들의 웨딩은 과연 어떨까. 평범한 일반 대중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을 듯하지만, 늘 그렇듯이 상위 문화는 빠르게 대중에게 흡수되어 변화의 모태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는 VVIP들의 생생한 결혼식 문화, 그리고 향후 5년간 변화할 웨딩 트렌드 미리 보기.




프라이빗한 소규모 특급 호텔 웨딩을 선호

대한민국 상위 1%라 할 수 있는 정·재계 인사들의 결혼식이 가장 많이 열리는 곳은 특급 호텔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 특급 호텔은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도심 한복판에 하우스 웨딩 홀이라는 명목으로 특급 호텔에 준하는 비용을 청구하는 하우스 웨딩 홀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막상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명문가의 자제들은 전혀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형태만 달리한 웨딩 홀이라는 인식이 높고,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만큼 주차부터 음식까지 호텔만큼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특급 호텔이 아닌 일반 호텔은 시즌별로 콘셉트가 정해져 있어 추가 비용을 낸다 해도 컬러나 꽃 장식 같은, 기존 호텔에서 제안한 콘셉트를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철저하게 준비된 연회 시스템, 까다로운 취향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행사 경험이 많은, 다양한 포지션의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있는 특급 호텔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신라 호텔의 경우 글로벌 아트 디렉터 ‘제프 레섬’을 영입해 새로운 스타일의 웨딩을 선보인다. 영국 왕실 플로리스트인 ‘폴라 프라이크’와 드라마틱한 플라워 아트를 선보이는 ‘케빈 리’가 플라워 데커레이션에 참여한다.  또 과거에는 호텔 측과 웨딩 전반의 방향성만을 상의했지만, 최근에는 고객의 취향에 맞추어 직원 서비스를 점검하고 리허설, 요리까지 수많은 미팅을 거쳐 완성한다. 이러한 세심한 서비스가 VVIP들이 특급 호텔을 선호하게 하는 이유다. 또 평소에 가족 모임이나 집안 대소사를 특급 호텔에서 치르는 만큼 결혼식도 평소 자주 방문하던 호텔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심은하, 한가인 등이 결혼한 쉐라톤 워커힐 호텔의 애스톤 하우스, 권상우가 식을 올린 신라 호텔 영빈관의 경우 2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럭셔리 웨딩 장소로 유명하다. 하객 수가 많다면 신라 호텔 다이너스티 홀과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비스타 홀을 선호하는 편이다. 여배우 이영애의 경우처럼 셀러브리티들의 해외 결혼식이 부쩍 증가하면서 하와이, 발리 등 휴양지의 저택이나 부지를 빌려 프라이빗한 웨딩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아직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원하는 모든 것을 구현하는 최고의 이벤트

최대 6개월 전부터 시작되는 결혼식 준비는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 환상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누구나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모든 요소를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VVIP 웨딩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먼저 일반 웨딩 플래너가 아닌, 결혼식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웨딩 디렉터가 결혼식 전반을 담당한다. 가장 먼저 결혼식장을 확정하고 식장 분위기에 맞추어 웨딩 콘셉트를 상의한다. 이후에 드레스와 리허설 촬영, 헤어·메이크업 등 세부 사항이 결정된다. 웨딩드레스의 경우 국내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오스카 드 라 렌타, 베라 왕 등 해외에서 공수한 웨딩드레스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 세계에 단 한 벌밖에 없는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공수하기도 하는데, 주세페 파피니, 림 아크라, 모니크 륄리에와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특히 주세페 파피니는 돌체 앤 가바나와 지아니 베르사체의 디자이너를 거쳐 폰타나 쿠튀르와의 협업을 통해 이미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 최고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다. 파피니의 웨딩드레스는 바티칸 성직자들의 옷에 사용하는 실크와 천연 소재를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형태감과 실루엣을 그대로 살리는 직선적인 디자인, 입체적인 가봉 기술로 건축물과 같은 웅장함을 보여주고 웨딩드레스 한 벌당 5번 이상은 대여하지 않는 것이 철칙. 국내에서는 윤태영, 이승철 등 연예인들의 결혼식에 등장했고 강남의 VVIP라 불리는 명문가 자제들이 결혼할 때 찾는 브랜드 중 하나다. 국내에서 럭셔리 웨딩드레스로 알려진 케네스 풀, 암살라 등은 실제로 외국에서는 초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되지는 않아 VIP용 웨딩드레스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고. 신랑의 턱시도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맞춤 턱시도 라인이 인기다.신부에게 가장 중요한 헤어·메이크업  역시 평소 다니던 살롱에서 하는 경우가 많고 웨딩 촬영의 경우 일반적인 웨딩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대신 원하는 유명 포토그래퍼를 지정해 매거진의 화보처럼 연출한다. 결혼식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웨딩 촬영에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 편. 원하는 콘셉트의 패션 화보 형식 웨딩 화보를 한 가지 정도 연출하고 나머지는 기본적인 결혼식 사진 정도만 촬영한다. 청첩장이나 부케, 테이블 세팅에 필요한 패브릭 등은 업체를 이용하기보다는 지인이나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편. 신혼여행 역시 평소 해외여행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잘 알려진 곳보다는 해외 스타들의 신혼여행지나 하와이의 잘 알려지지 않은 섬, 크루즈 여행 등을 선호한다.

명품 백 대신 여가 생활에 필요한 것을 혼수로

VVIP 웨딩을 차별화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혼수와 예단이다. 상위 1%로 올라갈수록 예단에 까다로워지는데, 요즘은 거의 사라진 전통 예단의 구성을 그대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집안 어르신들을 예우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 함을 싸는 방법부터 함을 받을 때 입을 한복의 색상까지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까다롭게 지켜야 하는 편. 보료 세트의 색상, 목침의 종류, 친척들 선물까지 모두 지정한 리스트가 오가기도 한다. 한복은 김영석, 이영희 브랜드를 가장 선호하고 예단이나 함은 과거처럼 철저하게 준비한다. 여기에 현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혼수는 보통 생각하는 것과 달리 명품 가방이나 모피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시아버지 혼수의 경우 자동차, 골프채, 골프 회원권과 같이 여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양복은 이건희 회장이 입는 것으로 유명한 브리오니나 키톤을 선호한다. 시어머니의 경우 명품 가방보다는 명품 옷, 보석을 주로 준비하고 해외 리조트 회원권을 준비한다. 혼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일방적으로 준비하기보다는 미리 시댁의 취향과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면밀히 수집한 뒤 정말 원하는 것을 갖추는 것이다. 가격대에 적당히 맞추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고려한 예물 선택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디자인의 커플 워치를 하는 일도 거의 없고 취향을 고려해 각자 원하는 제품을 선택한 뒤 서브 워치를 한두 가지 정도 더해서 구매하는 편. 웨딩 링과 워치 모두 실제 착용할 수 있는 것과 예물의 가치가 있는 것, 두 가지 버전을 구매하며 보통 1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대부분 갤러리아백화점이나 소공동의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주로 이용한다. 과거에는 집안 대대로 거래했던 주얼리 부티크를 이용했지만 최근 젊은 층은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백화점에서 예물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선호하는 예물은 역시 다이아몬드. 최소 1캐럿부터 시작하는데,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다이아몬드의 캐럿 수는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도 회자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반지뿐 아니라 워치도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된 제품을 구매한다. 다이아몬드 아이템을 구매할 때는 브랜드를 까다롭게 선정한다. 저렴한 엔트리 제품을 많이 출시하는 브랜드는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VIP들의 구매 목록에 들지 못한다. 주얼리는 비교적 고가의 제품을 많이 출시하는 불가리, 부쉐론, 반 클리프 아펠, 로열 아셔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편. 불가리에서는 클래식한 웨딩 세트인 코로나(Corona) 컬렉션이 인기인데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이어링, 네크리스, 링을 기본 구성으로  한다. 다이아몬드의 캐럿에 따라 최소 1천8백만원대부터 1억8천만원대까지 구성할 수 있다. 워치 브랜드로는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파텍 필립, 블랑팡, 오데마 피게를 선호한다.

결혼식에 가문의 격조를 담아라
럭셔리라는 개념을 일반적으로 호화, 사치로 한정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럭셔리는 격조 높은 고급스러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위 1%가 선호하는 럭셔리 웨딩 역시 전통과 우아함을 가장 중시한다. 집안 분위기에 따라 결혼식 스타일이 달라지는데, 이 모든 결혼식의 공통점은 모두 문화적 성향과 예술적 감성을 잘 반영하는 결혼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식만큼이나 애프터 파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명한 성악가나 재즈 아티스트를 초청해 간단한 공연을 개최하고 가족들이 함께하는 볼룸 댄스 파티, 샴페인 애프터 파티를 개최하기도 한다.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결혼식 자체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다. 최소한 1억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많게는 6억 이상까지 지출한다. 특히 식사 비용과 꽃 장식에 많은 돈을 지출하는 편. 식비는 하객 한 사람당 15~20만원 선이 평균적이다. 결혼식 전 메뉴를 정하고 실제로 테이스팅을 하며 꼼꼼하게 체크한다. 특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할 경우 꽃은 전적으로 호텔에 의존하게 된다. 꽃 장식에 외부 인력을 사용하거나 외부에서 꽃을 들여오는 것이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기 때문. 특급 호텔의 플라워 데커레이션의 경우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바이올렛 컬러에 화사하지만 톤 다운된 아이보리, 라벤더, 파스텔 핑크 계열의 꽃을 함께 장식하는 것이 트렌드다. 플라워 데커레이션의 참여도가 낮은 대신 그 외의 식기나 촛대, 화병을 해외에서 공수해 직접 세팅하는 케이스도 늘고 있다. 구입 비용만 1억원 이상을 훌쩍 넘는 경우도 많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노력이 대단한데, 다른 결혼식에 사용했던 집기를 다시 사용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직접 구매해 결혼식에 사용한 집기는 결혼식을 모두 마친 후 꽃을 가져가듯 하객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화환과 축의금을 생략하는 문화

최근 VVIP 웨딩에서 가장 큰 변화는 화환과 축의금을 받지 않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 물론 아직까지는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경우가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점점 받지 않거나 화환을 생략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짜 화환이 등장하고, 화환을 놓아둘 자리가 없어서 리본만 걸어두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모습은 거의 사라졌고 하객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어 진정으로 축복받는 결혼식을 위해 가장 가까운 지인과 친지만을 초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듯 VVIP들의 럭셔리 웨딩은 천편일률적인 웨딩에 ‘문화’라는 이름을 입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람을 고용해 원하는 것을 마구잡이로 펼쳐놓는 것이 아닌, 평생 꼭 치러야 할 경건한 의식으로 생각해 소중한 사람들과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특별한 행사로 치르길 바라는 것이다. 그 결과 결혼이 단 한 번의 해프닝, 10분 만에 끝내야 하는 형식적인 관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 가치관, 집안의 취향을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파티로 거듭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많은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지만 VVIP 웨딩의 특별한 콘텐츠, 좋은 의미만을 취해 일반적인 웨딩 플랜에 대입한다면 영원히 잊지 못할 뜻깊은 웨딩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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