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 너에겐 그 무엇도 아깝지 않아! 프리미엄 키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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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1, 2012

에디터 고성연

저출산율 시대에 가치를 더해가는 귀한 자녀에게 쏟아붓는 관심과 투자가 프리미엄 키즈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열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줄 가족이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미혼의 ‘골드 미스’ 이모와 고모 등 8명이나 된다는 의미에서 ‘에잇 포켓’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처럼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소황제족’의 생활을 누린다. 의류, 가구, 스킨케어 등 다방면에서 번지고 있는 프리미엄 키즈 만들기 열풍은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프리미엄 베이비’는 아마도 올 초 미국의 슈퍼스타 부부 비욘세와 제이지 사이에서 태어난 딸 블루 아이비 카터(Blue Ivy Carter)일 것이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귀여운 아기 공주를 얻은 제이지는 기쁨에 겨운 나머지 딸이 세상에 막 나왔을 때의 울음소리, “쌕쌕”거리는 숨소리 등을 자신의 랩과 섞어 만든 노래 ‘글로리(Glory)’를 발표, 이를 빌보드 싱글 차트 1백 위 내에 진입시키기까지 했다. 이 노래의 피처링을 맡은 최연소 아기 가수의 이름에는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블루 아이비 카터의 약자인 B.I.C가 당당히 올라갔다. 세간에서는 벌써부터 이들 부부가 약 198m2(60평)가 넘는 아기 방을 마련하고 2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유아 침대와 수억원어치 장난감을 구입하는 등 갓난 딸에게 퍼붓는 사랑의 행보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아기가 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수리 이모’와 ‘샤일로 고모’를 자처하는 열혈 팬을 대거 거느린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첫딸 샤일로와 톰 크루즈와 케이트 홈스의 딸 수리 등과 나란히 파파라치들의 집요한 추적을 피할 수 없게 될 주요 ‘셀러브리티 키즈’ 대열에 들어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소황제’ 대접을 받는 아이들

유명 인사들의 자녀만이 이러한 ‘프리미엄 키즈’ 열풍의 대상은 아니다. 맞벌이 부부와 자녀 1명으로 구성된 ‘외둥이 가정’이 점점 많아지면서 가정마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자녀 못지않게 내 자식을 근사하게 꾸미고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도록 똑똑하고 건강하게 키우려는 부모들의 정성은 대단하다. 아기 때부터 ‘프린세스 룩’을 보여온 ‘톰캣 커플’의 딸 수리가 입는 옷이나 신발은, 언론에 노출되는 즉시 진품이든 짝퉁이든 불티나게 팔린다. 한국의 출산율은 약 1.22명(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 이처럼 어린이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관련 소비 시장은 쑥쑥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0~14세의 영·유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위 ‘에인절 산업’은 27조원 규모로 수년간 매년 20% 이상 성장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인기는 성인 시장뿐만이 아니라 키즈 시장에서도 꺾일 줄을 모른다. 국내의 유모차 수입액이 지난 2000년 1백85만달러에서 2010년 3천9백12만달러로 뛰었다는 관세청의 통계 자료(한국투자증권 보고서)만 봐도 이러한 현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또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프리미엄 유아용품 매출은 지속되는 불황에 아랑곳없이 최근에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들의 눈이 점점 높아지고 씀씀이 역시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 관계자는 “성인은 물론이고 아동(버버리 칠드런) 매출도 최근 몇 년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율과 프리미엄 키즈 열풍의 배경에는 부의 양극화라는 어두운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인구의 측면에서나 한 가정 내에서의 존재 가치에 있어서나 아이가 그만큼 ‘귀한 존재’가 됐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1명의 아이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어줄 사람이 주변에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이 있다는 ‘식스 포켓(6 pockets)’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결혼하지 않은 30~40대 ‘골드 미스’ 이모와 고모까지 포함시킨 ‘에잇 포켓(8 pockets)’이란 마케팅 용어가 어째서 등장했겠는가. ‘1가정, 1자녀’라는 국가 차원의 방침 때문에 부모의 사랑을 집중적으로 받는 중국의 ‘소황제족’은 남의 얘기가 아닌 것이다.

VIB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공략

요즘 유통업계에서는 ‘8개의 지갑’을 활짝 열어줄 소황제 고객을 일컬어 ‘VIB(Very Important Baby)’라 칭하고 있다. 당연히 수익성 높은 VIB 시장을 노린 프리미엄 키즈 브랜드들도 발 빠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유모차업계의 동향을 보면 스토케, 퀴니 등 이미 웬만한 수입 브랜드들이 들어와 있는데도 네덜란드의 프리미엄 유모차업체 부가부(Bugaboo)가 이탈리아의 브랜드 미소니(Missoni)와 제휴해 미소니 특유의 화려한 문양을 입힌 유모차를 선보인 데 이어 오는 4월 펜디 키즈(Fendi Kids)의 유모차가 한국에 입성할 예정이다. 펜디 제품은 이탈리아 유명 유모차 브랜드 잉글레시나(Inglesina)와의 협력작이다. 패션 브랜드들의 행보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구찌 칠드런(Gucci Children)이 지난해 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롯데백화점 본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고, 펜디 키즈는 지난해 8월 봉쁘앙, 버버리 칠드런 등 신세계 강남점과 함께 럭셔리 키즈 브랜드의 주요 지표가 되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 입점했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프랑스 브랜드 봉쁘앙은 지난해 플래그십 스토어와 백화점에 이어 최근 신라 호텔에도 진출했다. 초고가 브랜드는 아니지만 영국의 전통 있는 패션업체 프레드 페리(Fred Perry)도 올해부터 베이비, 키즈 라인을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다. 이 회사의 키즈 상품들은 2월 중순부터 프레드 페리 주요 매장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www.fredperrykorea.com)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너는 내 분신, ‘미니 미’ 패션의 인기

구찌, 버버리, 펜디, 아르마니, 마크 제이콥스 등 명품 브랜드들의 키즈 컬렉션은 로고와 프린트 등을 넣어 자사의 DNA를 대놓고 강조한다. 제일모직의 프리미엄 아동복 빈폴 키즈의 인기 품목으로 떠오른 책가방도 브랜드 고유의 체크 문양이 꽤나 두드러진다. 펜디 키즈 압구정점의 숍 매니저 이춘희 씨는 “20~30대 젊은 엄마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을 아이에게도 입히고 싶어 한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 패션이 뒤따라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젠 키즈 패션도 최신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며 성인 브랜드와 같은 흐름을 탄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아이 옷도 성인 스타일로 입히는 ‘미니 미(mini me)’ 패션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구찌, 버버리, 폴 스미스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키즈 컬렉션 대부분을 보면 ‘나의 분신’임을 자랑스럽게 나타내는 ‘미니 미’ 콘셉트를 기본적인 영감의 토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엄마, 아빠의 옷과 아이의 옷이 아예 단추와 벨트까지 똑 닮은 경우도 있고, 아주 작은 부분까지 반드시 똑같지는 않더라도 서로 비슷한 소재와 디자인을 채용해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도 있다. 미니 미 패션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자녀 세대에서도 이어가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촌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은근한 ‘패밀리 룩’을 완성하는, 다시 말해 패션을 도구로 가족애를 표출하고 정체성을 공고히 하려는 삶의 방식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유행의 영향일까. 예전에는 ‘아이답지 않다’고 꺼렸던 다소 성숙한 스타일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들이 요즘 부쩍 많이 눈에 띈다. 그리고 어른스럽고 세련된 패션 성향은 대개 고가의 명품 브랜드일수록 더 강한 편이다. 이것이 바로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톰 크루즈의 딸 수리처럼 4~5cm 높이의 명품 브랜드 ‘힐’을 신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남들처럼 입히는 게 싫다고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아기의 겉싸개나 신생아복까지도 흔치 않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으로 구매하는 극성 엄마들도 있다. 소재까지 꼼꼼히 따지는 안목 높은 엄마들을 겨냥해 데이비드 휘세네거(David Fussenegger)처럼 아크릴 대신 유기농 면이나 면 혼방을 사용한 담요와 슬리핑 백 시리즈를 판매하는 유럽 브랜드들도 온라인 장터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젖병과 스킨케어까지도 특별해야 돼

유별난 자녀 사랑의 촉수가 뻗치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육아용품, 장난감,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리미엄 제품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 것. 엄마 젖꼭지와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모유실감’ 젖꼭지와 젖병을 내세운 유한킴벌리의 프리미엄 육아용품 브랜드 더블하트가 지난해 매출에서도 출시 1년 만에 이름처럼 ‘더블(2배)’을 달성한 것은 이 시장의 미래 성장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 탓에 아이들의 피부 관리도 요즘 젊은 엄마들이 유달리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조선시대 왕손들이 사용했던 목욕물을 재현하기 위해 한방 성분을 함유시킨 입욕제를 내놓은 궁중비책 등 프리미엄 유아용 화장품 브랜드들이 누리는 인기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호텔업계도 VIB 시장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동의 파크 하얏트 서울은 주방장이 직접 고른 유기농 재료로 만든 건강 이유식과 어린이용 식단이 제공되는 VIB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3세 미만의 유아를 동반한 숙박 고객에겐 특별히 제작한 테디 베어 인형과 티셔츠도 제공한다. 리츠 칼튼,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도 객실에 아이용품이나 아기 욕조, 아기 침대 등을 준비해놓는 것은 물론 각각 유모차 대여와 수유실(뷔페 한편에 설치)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마련해놓고 있다. 단순히 아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면 부모의 만족도도 올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소중한 내 아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따라 장소를 선택하는 열혈 부모들을 배려한 것이다. 그야말로 ‘아이들 천하’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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