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dern S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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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 2015

에디터 권유진 | 포토그래퍼 구은미(매장 및 팝업 존 촬영)

타탄체크 패턴 의상을 입고 격자 형태로 나열한 큐브에 앉아 있는 스무 명의 모델. 그들을 비추던 조명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각진 형태의 그레이 수트를 입은 모델들이 걸어 나온다. 그렇게 디자이너 톰 브라운(Thom Browne)의 2015 S/S 컬렉션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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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의 법칙을 깨다
패션 브랜드 톰 브라운을 논하기에 앞서 디자이너 톰 브라운 얘기부터 해야겠다. 어느 분야건 엘리트 코스를 밟은 모범생보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빛을 발하는 이단아가 있게 마련. 톰 브라운도 그렇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의상 공부는 한 적이 없다. 1997년 조르지오 아르마니 쇼룸 세일즈 직원으로 취직한 것이 패션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다. 이런 그가 현재 남자들이 가장 입고 싶어 하는 브랜드의 옷을 만들고, 2006년과 2013년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선정될 만큼 뉴욕을 대표하며, 소위 가장 ‘뜨는’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스타일의 법칙과 틀을 깬 자신만의 신선하고 재기 발랄한 발상 때문이다. 이 페이지에 소개한 톰 브라운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아주 깔끔하고 단정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시선을 줄 만큼 범상치 않다. 그의 외모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그는 까다롭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반면, 늘 새로운 것, 파격적인 것을 원했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남성 수트의 바짓단을 발목 선까지 짧게 잘라 고리타분한 수트 룩을 경쾌하게 만들고, 재킷의 라펠을 슬림하게 디자인해 새로운 클래식 룩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 당시엔 비난의 시선도 받아야 했던 이 파격적인 수트 스타일은 현재 전 세계 남성들을 열광케 하는 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국내에서도 청담동에 나가면 10명 중 8명이 입고 있을 만큼 이 시대 멋쟁이 남성들의 워너비 룩이 되었다. 2011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브랜드 톰 브라운은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무언가를 제시하고, 패션 취향이 평균 이상인 남성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톰 브라운의 삼색 리본 디테일이 패셔너블한 남자를 상징하는 모티브가 된 데는, 까다롭지만 과장된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 그의 취향과 디자인 철학의 영향이 크다. 톰 브라운은 “무심한 듯 시크(chic)하다”라는 말처럼 어떤 스타일이건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한다. 세탁 후 햇볕에 바짝 말린 셔츠는 다림질을 하지 않고 탁탁 털어 입고, 버튼다운 셔츠의 단추를 풀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패션과 스타일이란 모름지기 옷을 입는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 방식은 반드시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이처럼 그가 만든 모든 옷은 패브릭과 커팅, 실루엣이 편안하면서도 젊은 취향을 따르지만, 반면 옷을 만드는 방식만큼은 아주 정교하고 엄격한 핸드메이드 기법을 고수한다. 그 때문에 결코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클래식함을 지닌 룩을 탄생시킨다는 점이 톰 브라운 컬렉션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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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소재와 초현대적인 실루엣의 만남
톰 브라운의 쇼는 늘 파격적이고 재미가 깃들어 있다. 단정하면서도 클래식한 커머셜 룩과는 다르게 한번 보면 잊지 못할 만큼 인상적인 컬렉션 피스로 전 세계 패션 피플을 열광케 한다. 모델의 머리에 램프 갓을 씌우기도 하고, 조금 민망할 만큼 음경 부분이 도드라진 팬츠, 바닥까지 끌리는 맥시스커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스루 팬츠까지, 다소 자극적이지만 위트가 있는 룩이 대부분이다. 그는 이번 시즌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광대를 연상케 하는 투명 마스크를 쓴 모델들은 하나둘 딱딱하고 각진 로봇 형상의 수트를 입고 있거나, 그와 상반되게 인체의 근육처럼 올록볼록한 수트를 입고 워킹을 시작했다. 이번 시즌은 크게 두 가지 그룹으로 나눠 룩을 소개했다. 전통적인 소재인 울, 코튼, 리넨 등으로 제작한 클래식한 스리 버튼 수트, 여러 가지 구조의 체스터 필드 오버코트와 트렌치코트 등을 선보인 클래식 테일러링 그룹과 옥스퍼드, 실크 자카드, 3D 와플 테크 등 독특한 텍스처가 느껴지는 소재로 만든 기하학적인 재킷, 각진 수트가 눈에 띄는 테크-토닉 플레이트 & 라운드 아나토미 그룹이 그것이다. 이 두 그룹 모두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패브릭을 사용하되 입체적이고 초현대적인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달 들려온 반가운 소식은 톰 브라운만의 위트와 파격적인 발상이 깃든 2015 S/S 컬렉션 의상 10벌을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1일부터 4월 2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6층 신관 팝업 존에 전시한다고 하니 톰 브라운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서둘러 방문해볼 것. 더불어 감각적인 톰 브라운 남성 커머셜 룩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본점·무역센터점,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EAST에 입점한 톰 브라운 남성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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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라운의 감성,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다
톰 브라운만의 세련된 감성은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그동안 남성 라인의 재킷과 카디건을 여자들이 구입해 입을 만큼 톰 브라운 남성 컬렉션은 여자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이런 여자의 심리를 눈치챈 것일까. 톰 브라운은 최근 여성복으로도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작년 9월, 단독 여성 매장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EAST에 입점한 것. 이곳은 전지현을 비롯해 김희애, 최지우 등 국내 정상급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남자의 전유물일 것 같은 수트를 몸통에 꼭 맞게 재단한 톰 브라운의 여성 룩은 의외의 여성성을 강조해줄 뿐만 아니라 화사한 컬러감과 페미닌한 소재를 적용해 고급스러움과 클래식한 멋을 자아낸다. 특히 트위드 재킷은 여러 가지 길이로 선보이며 트렌드세터가 선호하는 기본 아이템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일반적인 트위드 재킷과 달리 정장과 캐주얼에 두루 어울리기 때문에 다양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톰 브라운은 수년간 남성의 전반적인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빠르고 자연스럽게 여성의 스타일에도 스며들고 있다. 남성, 여성 모두를 끌어모으는 힘, 그것은 명철한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기에 가능하다.

문의 02-310-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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