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는 명실공히 극강의 브랜드다. 워치메이킹 기술 또한 그렇다. 이번 바젤월드에서는 그러한 에르메스의 DNA를 고스란히 전달받아 감성이 돋보이는 아트 피스로 여겨질 만한 제품을 소개했다. 특히 다양한 기능과 매혹적인 소재, 그리고 고난도 기법을 더한 슬림 데르메스 컬렉션은 에르메스의 새로운 얼굴이 될 것이 분명하다.
2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에서 영감을 받은 슬림 데르메스 퍼스펙티브 카발리에.
3 인그레이빙과 에나멜링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케이프 코드 지브라 페가수스.
에르메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전통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수많은 아카이브와 전통은 에르메스가 현재까지도 궁극의 브랜드로 꼽히는 이유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이미 80년 넘는 워치메이킹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일찌감치 스위스에 시계 공장을 건립한 진정한 워치메이킹 브랜드다. 2009년 야심차게 선보인 무브먼트 H1은 시계에 탑재하지 않고 미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재분석에 들어가 수많은 연구를 거친 후 탄생했다. 이것만 봐도 에르메스가 얼마나 워치메이킹에 진지하게 임하는지 알 수 있다. 2010년 에르메스는 그간 출시한 18개 라인을 케이프 코드(Cape Cod), 아쏘(Arceau), H-아워(H-Hour), 드레사지(Dresage), 익셉셔널 타임피스(Exceptional Timepiece) 등 5개 라인으로 정리했고, 무브먼트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기계식 시계에는 무브먼트 제조사 보셰(Vaucher)와 협력 생산한 H1837, H1912, H1925와 같은 에르메스만의 무브먼트를 사용한다. 보셰는 미셸 파르미지아니(Michel Parmigiani)가 창립한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Parmigiani Fleurier) 산하 무브먼트 제조사로, 파르미지아니 시계에는 모두 에르메스가 제작한 가죽 줄을 사용하는 만큼 최고를 지향하는 두 브랜드 간의 상생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5 아티스틱한 건축물과 같은 에르메스의 부스.
에르메스는 2015년 바젤월드에서 워치메이킹 역사에 또 한 번 새로운 기록을 남길 만한 컬렉션을 소개했는데, 바로 인상적인 성과를 올린 ‘슬림 데르메스’다. 슬림 데르메스 컬렉션은 시계 본연의 멋을 살린 클래식한 디자인부터 퍼페추얼 캘린더를 탑재한 컴플리케이션 워치, 그리고 프랑스의 자기공예와 일본의 아카에 기법을 다이얼에 적용해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아트 워치와 에르메스 넥타이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회중시계까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기법과 기발한 발상을 반영했다. 조화와 균형을 이룬 극도로 간결한 형태를 통해 시계에 대한 열망을 아름답게 표현한 슬림 데르메스의 매력은 바로 새롭게 디자인한 숫자. 시계 부문 자회사인 라 몽트르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Philippe Delhotal)이 디자인한 슬림 데르메스에는 필립 아펠로아(Phillipe Apeloig)의 독창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아워 마커로 도입해 에르메스 메종의 그래픽 디자인을 접목했다. 가느다랗고 섬세한 숫자의 형태는 생동감 넘치는 운율을 더한다. 슬림 데르메스는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뉘어 세 가지 크기로 출시되는데, 먼저 직경 39.5mm의 모델에는 에르메스 매뉴팩처의 H1950 울트라-신 무브먼트를 탑재했으며 마이크로-로터가 통합된, 2.6mm 두께의 아주 얇은 셀프 와인딩 칼리버를 장착했다. 에르메스 매뉴팩처의 작품답게 H1950 또한 ‘H’ 모티브로 장식했으며, 전통적인 시계 제작법에 따라 수작업한 브리지 경사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요소다. 직경 39.5mm 사이즈로는 가장 정교하다고 여겨지는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퍼페추얼 캘린더를 적용했다. 윤년을 조정할 필요가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은 천연 자개와 사금석으로 장식한 3시 방향의 문페이즈를 함께 장착했으며, 6시 방향에는 듀얼 타임 기능도 갖추었다.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한 32mm와 25mm 모델은 블랙 커런트, 클라우드 화이트, 사파이어 블루 등 새로운 컬러 팔레트의 악어가죽 스트랩으로 선보인다. 그 밖에 기존의 앰버, 에트루스칸, 엘리펀트 그레이 컬러와 브레이슬릿 버전도 준비되어 있다. 슬림 데르메스는 로즈 골드와 스틸 두 가지 케이스에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 그리고 일반 버전으로 선보인다. 로즈 골드 케이스의 경우 기요셰 패턴을 부조한 천연 화이트 자개 다이얼을 장착했다. 이에 더해 에르메스는 특유의 예술적인 감성을 십분 발휘해 또 하나의 아트 피스를 완성했다. 바로 ‘슬림 데르메스 퍼스펙티브 카발리에’다. ‘기수의 시점’에서 바라본 독특한 해석에서 비롯된 이 모델의 특징은 샹르베 에나멜 테크닉을 사용한 다이얼이다. ‘Herme`s Paris’라는 글자를 2차원적으로 재해석해 800℃가 넘는 고온에 노출시키고 매혹적인 컬러를 더해 마치 예술 작품처럼 시계 다이얼에 아름답게 배치했다. 블루, 레드, 옐로, 그리고 화이트로 구성된 이 라인은 컬러별로 6개씩 한정 수량으로 출시하며 750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울트라-신 메뉴팩처 에르메스 H1950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7 우아한 여성을 위한 슬림 데르메스 쿼츠 스틸 & 다이아몬드.
8 슬림 데르메스에 장착한 셀프 와인딩 울트라-신 무브먼트.
에르메스의 DNA이기도 한 예술적인 감성은 섬세한 기교를 결합한 작업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창조물을 내놓았다. 마치 방금 동화 속에서 빠져나온 듯한 ‘케이프 코드 지브라 페가수스’의 다이얼은 격조 높은 인그레이빙과 그랑 푸 에나멜링의 고전적 예술의 조우를 실현했다. 그랑 푸 에나멜링 기법은 얼룩말의 미니어처 페인팅에서, 그리고 클루아조네 에나멜링 기법은 페가수스의 날개에서 특히 돋보인다. 다이얼은 앨리스 셜리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의 모티브를 담았으며 각기 다른 컬러 팔레트의 네 가지 버전으로 선보인다. 다이얼 제작은 얼룩말과 날개의 깊이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약 22캐럿의 골드 판을 세 겹의 층으로 얹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뒤이어 정교한 인그레이빙 작업을 하는데, 그레이버로 날개의 세밀한 깃털을 묘사하는 치밀한 작업이 끝나면 클루아조네 기법을 사용한 에나멜링 작업이 시작된다. 에나멜링 작업을 위해 장인은 아주 섬세한 손길로 금 와이어를 얹어 반투명한 에나멜로 채울 공간의 테두리를 만든다. 800℃ 이상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내는 에나멜은 수차례의 가열과 식힘을 반복하고 나면 절묘한 색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그레이빙과 에나멜의 조화가 이끌어낸 풍부한 컬러와 빛의 영롱함, 그리고 깊이감이 어우러져 내는 시각적 효과는 마치 살아 있는 얼룩말을 보는 듯한 생동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케이프 코드 얼룩말 페가수스의 다이얼은 예술성에 걸맞게 750 화이트 골드 케이스로 제작했으며, 에르메스 매뉴팩처의 H1837 무브먼트를 탑재해 기계식 시계와 감성이 어우러진 또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