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in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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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3, 2024

글, 크레딧 정리 에디터 신정임

뼈대를 세우고 지지대를 덧붙이고 벽돌을 나르는 것처럼 우리 삶은 건축 과정과 닮았다. 삶을 만들 수 있는 재료는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가 예술가의 작품에 둘러싸여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몰입하는 순간 얻게 된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고독한 인간의 감정을 평생에 걸쳐 탐구해오거나 작은 꽃을 심는 행동에서 울창한 정원이 탄생하는 등 어쩌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을 작업 과정을 떠올리며 우리는 예기치 않은 따뜻한 위로를 건네받기도 한다. 삶을 완성해가는 여정에서 마음의 안식처와 자양분이 되어줄 전시와 책 소식을 전한다.


고독 속 절규 너머 외치는 생의 애환
예술의전당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노르웨이 화가이자 판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고독 등 다채로운 인간의 감정을 탐구해왔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물을 왜곡된 형태와 강렬한 색감으로 담아내 일평생 무수히 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뭉크의 생애를 섹션 1번부터 14번까지 테마별로 구성한 동선이 특징이다. 먼저 초년 시절을 보낸 크리스티아니아(현 오슬로)에서 소박한 풍경과 인간을 향한 관심을 담은 초기작을 시작으로 그의 ‘생의 프리즈’ 시리즈 중 가장 상징적인 모티브이자 남녀의 사랑과 이별, 우울, 깊은 절망 등 개인성을 잃는 대가로 얻은 것들을 표현한 ‘키스(The Kiss1)’를 만나볼 수 있다. ‘목욕하는 여인들(Women in the Bath)’ 작품을 통해 회화와 사진에 몰두했던 그의 스타일과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절규(The Scream)’와 ‘불안(Anxiety)’, ‘병든 아이 I(The Sick Child I)’ 등을 통해 그가 겪은 감정인 공포와 죽음을 표현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벌목지(Felling Area)’, ‘마돈나(Madonna)’ 등 여러 작품과 작품의 주제이거나 기법인 풍경, 여성, 초상화, 목판화, 그리고 말년의 자화상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그림들 이외엔 자식이 없다’는 뭉크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전시 기간 9월 19일까지 문의 munchseoul.kr

에드바르 뭉크, ‘절규(The Scream)’, 1895, 종이에 석판, 43.2 X 32.5cm. 이미지 제공_예술의전당
현대미술의 연금술사
롯데뮤지엄 <다니엘 아샴: 서울 3024>

‘상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aeology)’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을 인스타그램과 전시로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며 스타 작가로 거듭난 다니엘 아샴. 지금으로부터 1천 년 후인 3024년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그의 작품 2백50여 점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 <다니엘 아샴: 서울 3024>가 7월 12일부터 펼쳐질 예정이다. 다니엘 아샴은 조각, 건축, 드로잉, 필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며 티파니, 디올, 포르쉐, 아디다스, 리모와 등 세계적인 빅 브랜드와 협업을 맺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현대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아티스트 더 위켄드,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작업하며 음악계에서도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렇듯 자신만의 다른 관점으로 작업을 진행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1천 년 후 미래에 유물로 발굴된 작품’이라는 테마 아래 독특한 시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을 활용한 고전 조각 시리즈와 포켓몬(Poke´mon)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공개한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특별히 제작한 신작 페인팅과 드로잉, 그리고 유적지 발굴 현장을 재현한 대형 설치 공간도 선보여 관람객은 그의 세계관에 들어가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전시 기간 7월 12일부터 10월 13일까지 문의 lottemuseum.com

우고 론디노네,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2021, Painted bronze, 400 x 213 x 140.8cm.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_뮤지엄 산

원주시에 상륙한 알록달록한 수도승
뮤지엄 산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BURN TO SHINE>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스위스 출생 우고 론디노네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뮤지엄 산의 기존 전시 공간인 청조 갤러리 전관은 물론 백남준관, 그리고 야외 스톤가든까지 무대를 넓혀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2007년에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스위스 국가관을 대표해 참여하기도 한 작가는 회화적 전통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자연과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화부터 드로잉, 조각, 설치 미술, 영상 등 매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녀와 수도승(Nuns+Monks)’ 시리즈를 대표하는 조각부터 일몰과 월출 풍경을 회화로 담아낸 ‘매티턱(Mattituck)’, 그리고 6개의 대형 스크린으로 구성한 영상 작품 ‘번 투 샤인(Burn to Shine)’(2022)까지 4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3세부터 12세까지, 1천여 명의 원주시 어린이들과 함께 협업해 선보인 작품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Your Age and My Age and the Age of the Sun)’(2013~현재)와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달의 나이(Your Age and My Age and the Age of the Moon)’(2020~현재)는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태양과 달이 전시 공간을 가득 채워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 기간 9월 18일까지 문의 museumsan.org

우고 론디노네,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2021, Painted bronze, 400 x 213 x 140.8cm.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_뮤지엄 산

우리 삶과 거리 위에 탄생한 건축 기행
서울시립미술관 <길드는 서로들> 등

올해 전시 테마인 ‘건축’을 바탕으로 선보이는 전시들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길드는 서로들> 전시는 회화, 영상,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7인이 건축의 본질적 속성을 ‘관계 맺기’로 파악하고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 등 여러 요소를 연결해 40여 점의 작품으로 이야기한다. 서소문본관에서는 세계적인 거장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전시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를 7월 2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에서는 <서울: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전시가 8월 4일까지 펼쳐진다. 강홍구 작가가 2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서울 지역 일부를 관찰하며 재개발 과정을 드로잉, 사진, 영상 등으로 담아냈다. 북서울미술관(1층 프로젝트 갤러리1, 전시실1)에서는 기획전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이 8월 4일까지 개최된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와 필립 파레노는 가상의 캐릭터 앤리가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주체로서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을 회화, 영상, 사운드 등으로 풀어내 전시 관람객의 흥미를 끌었다.

전시 기간 7월 7일까지 문의 sema.seoul.go.kr

이미지 제공_서울시립미술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국립현대미술관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등

한국 최초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반세기에 걸친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이 서울관(지하 1층, 7전시실, 전시마당, 종친부마당)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울올림픽미술관·조각공원(1988), 대전 엑스포 ’93(1993, 1999), 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 2008), 선유도공원(2002) 등 국가·지역·민간 주요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의 대표작을 소개하며, 전시마당과 종친부마당에 조성된 조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덕수궁관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자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미술사에 등장했던 자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전시가 오는 8월 4일까지 계속된다. 과천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 위주로 구성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1층, 1원형 전시실에서 소장 사진 1천3백16여 점 중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풍경을 다룬 사진 2백여 점을 선별한 뒤 다시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선보이는 <MMCA 사진 소장품전: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와 한국 구상화단의 형성과 성장에 자양분이 된 1960~70년대 구상회화를 재조명하는 전시 <MMCA 기증작품전: 1960-70년대 구상회화>를 각각 8월 4일, 9월 2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기간 각 8월 4일, 9월 22일까지 문의 mmca.go.kr

이미지 제공_국립현대미술관
서유럽 문화 예술 산책
<문명>

국내에서도 애독자들을 다수 보유한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작가 존 버거가 실명으로 비판하기도 한 영국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1903~1983). 고인이 된 클라크는 역대 최연소인 30세의 나이로 내셔널 갤러리 관장으로 발탁된 당대의 엘리트이자 예술 후원자였다. 버거는 그의 관점을 지나치게 ‘엘리트적’이라면서 정치적이고 사회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담기지 않은 유럽 남성 위주의 시각이라고 비판했는데, 소요서가에서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 케네스 클라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양차 세계대전으로 극심한 혼돈이 팽배했던 20세기 전반부를 유럽에서 보낸 클라크는 상시적인 외적 위협과 내적 붕괴의 위험 속에서도 부단히 전개된 ‘예술적 재생’ 운동에 정신사적 시선을 두면서 ‘문명’에 대한 믿음을 끝내 거두지 않았던 인물이다. 특히 추함과 아름다움의 관념이 명확하던 시절에도 이미 예술의 시선은 양극을 오갔음을 짚어내며 서양 문명의 ‘양극성’에 주목했다. ‘문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질문에 대한 고찰을 서유럽 문화 예술 산책을 하듯 흥미롭게 담아낸 <문명>은 클라크가 1969년 진행한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엮어낸 결과물이다. 서문에서 직접 밝혔듯 TV라는 매체의 특성상 일상적인 대화처럼 리듬을 잡아야 했는데, 실제로 책에서도 마치 도시 기행을 곁들인 강연을 듣는 듯 친숙하고 쾌활한 분위기의 문체가 가독성을 높여준다(번역도 경어체로 진행됐다).

정가 2만8천원(4백96쪽, 반양장) 소요서가 펴냄

이미지 제공_소요서가




[ART +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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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Front Story  미래를 달리는 현실적 몽상가, 노먼 포스터 보러 가기
03. ‘Do more with less’를 위한 여정   Interview with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보러 가기
04. 자연에 오롯이 기대어 생각에 잠기다  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의 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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