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s/s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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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1, 2020

객원 에디터 남지현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젠더리스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마초와 서정을 넘나들며 다양한 스타일을 취했고, 신경 쓰지 않은 듯 여유로운 테일러링이 두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스트리트적 요소가 하이패션 신을
젊은 에너지로 채웠다. 남성을 위한 2020 S/S 트렌드 8.

trend 1_Elegance Tailoring

봄바람을 타고 로맨티시즘이 찾아왔다. 디자이너들은 성 고정관념을 뛰어넘되, 남성 고유의 매력이 드러나도록 ‘중도적 젠더리스’를 선택했고, 그 결과 로맨틱 무드가 일선에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실용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여성성을 차용하기 위해 파스텔컬러와 새틴 소재라는 만능 카드를 사용했다. 발맹, 벨루티, 디올 맨, 프라다, 랑방, 루이 비통 등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가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로즈·민트·레몬 옐로 컬러 수트와 은은한 빛을 내는 새틴 소재의 오버사이즈 코트, 팬츠 등을 선보이며 부드럽고 유연한 태도를 지닌 남성을 찬양한다.

trend 2_Marine Boy

이번 시즌 영감의 선택지는 바다였다. 프라다, 랑방, 로에베 등이 낙낙한 실루엣의 세일러 톱, 노티컬 스트라이프, 해군 모자, 바다의 푸르름 등 머린 보이의 아름다움을 컬렉션에 올렸다. 해군 병사들이 입는 제복에서 힌트를 얻은 요소는 바다 너머 세상을 동경하는 순수한 소년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중 랑방의 컬렉션은 바다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가죽 소재 세일러 칼라를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했고, 고래와 파도 프린트, 윈드브레이커 재킷과 해군 점퍼 등으로 바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trend 3_Artistic Touch

올봄 손으로 쓱 칠하고 물감을 흩뜨려 뿌린 추상적인 패턴, 홀치기 효과, 얼룩덜룩한 워싱 등이 남성 옷차림에 예술적 자유를 선사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움과는 거리가 멀다. 대충 우연의 효과를 노린 듯 자유분방한 무늬는 정교한 테일러링, 고급스러운 소재와 만나 하이패션으로 거듭났다. 디자이너들은 데님, 실크, 가죽 위에 아티스틱한 기법을 깔끔하고 세련되게 표현했는데, 카무플라주 패턴을 마치 추상화처럼 표현한 로샤스, 물감이 은은하게 번진 것 같은 수트를 선보인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대표적인 예.

trend 4_Coords

‘코디네이트(coordinate)’에서 파생된, 아래위를 세트로 맞춰 입는 스타일을 뜻하는 ‘coords’. 이 단어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한동안 셔츠와 쇼츠의 페어링이 유행할 것이기 때문. 디자이너들은 실크와 가죽 등 다양한 소재의 쇼츠 세트를 선보였으나, 짝 맞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왕이면 대범한 프린트를 택하는 것이 이득이다. MSGM, 디올 맨, 베르사체 등의 컬렉션을 참고할 것. 여름 느낌 물씬 풍기는 이그조틱 모티브, 페이즐리, 플라워 프린트 등은 도심에서는 물론 해변에서도 입기 좋다.

trend 5_Long Enough

셔츠가 길어졌다. 튜닉이라 해야 할까? 길고 가는 실루엣의 톱과 니트, 셔츠가 루이 비통, 펜디, 로에베, 라프 시몬스 등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주요 브랜드의 컬렉션에 대거 등장했다. 현대 남성복 실루엣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들며 성의 경계를 오가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남성성을 잃은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동양의 전통 의상들을! 로에베가 선보인 스웨이드 소재 셔츠는 터키의 카프탄을, 루이 비통의 플라워 프린트 실크 셔츠는 중국의 치파오를 연상시킨다. 이국으로 향하는 시간 여행자의 모습이 이러할지도.

trend 6_My Sexy Lover

뇌쇄적 남자가 나타났다. 이번 시즌 방탕하지만 거부하기 힘든 치명적 매력을 지닌 남자들이 런웨이에 가득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플로럴과 애니멀 프린트를 날카로운 테일러링에 더해 남성의 섹시함을 부각했고, 생 로랑은 매끈하고 슬림한 수트를 입은 1970년대 믹 재거의 분신들을 불러들였다. 록 스타의 피가 흐르는 방탕아들 덕분에 실크 셔츠와 흰색 탱크 톱, 데님의 매치, 메시, 오간자 등의 시스루 소재가 유행할 전망. 더불어 디자이너들은 한목소리로 셔츠 단추를 풀어헤쳐 강력한 페로몬을 발산하라 권한다.

trend 7_Double Denim

“묶고 더블로 가!” 이 유행어가 딱 맞아떨어지는 트렌드가 여기 있다. 바로 ‘청청 패션’. 밀라노와 파리의 다수 브랜드들은 자칫 무리수일 수 있는 더블 데님을 쿨하게 바꾸어놓았다. 로에베는 박시한 데님 수트를 선보였는데, 색이 살짝 바랜 워싱 데님이 산뜻함을 전한다. 셀린느는 1970년대 벨보텀 진과 워싱 데님 재킷으로 반항적인 레트로 데님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발렌티노는 클래식한 데님 재킷에 동일한 소재의 셔츠와 팬츠를 매치해 데님 셋업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trend 8_More Pockets

이번 시즌엔 지갑보단 주머니에 공을 들여야겠다. 루이 비통의 버질 아블로가 시작한 주머니를 향한 사랑이 2020년 S/S 시즌에는 모든 디자이너에게 전해졌다. 버질 아블로의 영향으로 이미 길거리에선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재킷이나 베스트를 입은 ‘힙’한 젊은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번 시즌은 보다 노련하고 세련된 남성들에게서도 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펜디, 토즈, 루이 비통은 스웨이드, 가죽, 자카드 등 고급스러운 소재의 재킷에도 아웃 포켓을 여러 개 장착했다. 스포티브와 포멀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엔 포켓의 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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