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20 WINTER SPECIAL] Van Gogh & Gau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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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1, 2020

글 고성연(제주 성산 취재)

지구촌을 휩쓰는 ‘문화 아이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그리고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을 ‘몰입형 미디어 아트’라는 평범하지 않은, 아주 즐거운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그림 같은 경치를 병풍처럼 두른 제주에 오랜 시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 벙커를 다수의 빔 프로젝터와 스피커를 설치한 근사한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킨 ‘빛의 벙커’. 마치 “산책하듯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사전 지식 없이, 있는 그대로 음악과 함께 빠져들도록 기획됐다”는 큐레이터의 말에 수긍할 수 있는 콘텐츠를 소개한다.


스크린이 춤을 춘다. 햇빛의 결실 같은 풍요로운 노란색이 하늘을 물들이고, 푸른 밀밭이 파도처럼 살랑이는 프로방스의 눈부신 자연이 추는, 느릿하고 우아한 춤이다. 그에 맞게 흥을 북돋는 음악은 재니스 조플린의 ‘코즈믹 블루스’. 처음부터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은 이 서정적인 풍경을 이루는 이미지들은 꽤 낯이 익다. 다름 아닌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프로방스에 머물던 시절에 그린 풍경화인데, 그중에는 ‘씨 뿌리는 사람’(1888) 같은 명작도 있다. 축복의 춤을 추는 밀밭이 스르르 사라지면 어둡고 우울한 프랑스 북부 지방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작품 ‘감자 먹는 사람들’(1885)이 등장한다. 이윽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 반 고흐가 많은 명작을 남긴 남부의 도시 아를(Arles)에서 완성한 ‘해바라기’(1888)가 스크린을 장악하고, 근사한 파리 풍경도 펼쳐진다. 이런 식으로 벽과 바닥 등에서 음악을 배경으로 뛰노는 이미지들의 향연을 즐기노라면 30여 분이 그야말로 ‘순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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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찾아온 반 고흐,
서정성과 역동성을 품은 몰입형 전시
아마도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에게 가장 애틋한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가 아닐까 싶은 반 고흐. 그가 걸었던 짧고도 애달픈 삶의 여정을 꿈을 꾸듯 거닐 수 있는 전시 <빛의 벙커: 반 고흐>가 막을 올렸다. 클림트를 내세운 개관전이 관람객 56만 명을 동원하면서 제주 성산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빛의 벙커(Bunker de Lumie`res)’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오는 10월 25일까지). 3D 음향을 멋지게 살리는 아미엑스(AMIEX) 기술을 반영하고 콘텐츠에 묘하게 어울리는 탁월한 음악 레퍼토리가 저절로 공간에 녹아들면서 강한 몰입감을 자아내는 체험형 전시는 요즘 빈번하게 쏟아지는 수많은 미디어 아트의 물결 속에서도 단연 빼어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프랑스 남부 레보드프로방스의 폐쇄된 채석장을 무대로 한 ‘빛의 채석장’, 파리에 있는 ‘빛의 아틀리에’에 이어 아직까지는 제주에서만 접할 수 있는 21세기형 콘텐츠다(프랑스 문화 예술 기업 컬처스페이스와의 제휴로 제주 전시장을 꾸렸다). 세 전시장의 공통분모는 버려진 공간에 소생의 숨결을 불어넣어 만든 ‘재생의 미학’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화가로서는 10년 정도의 짧은 커리어를 쌓았고, 생전에 단 1점의 그림만 팔았지만, 워낙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했던 반 고흐는 꽤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8백여 점의 회화와 1천여 점의 드로잉을 동원해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축구장 절반 크기인 넓은 공간(약 2,975m², 9백 평)의 벽, 바닥에서 펼쳐지는 특유의 강렬한 붓 터치와 질감, 대담한 색채의 퍼레이드가 절로 눈길을 빼앗는 동시에 마치 애달픈 그의 인생 여정을 함께하는 듯한 애수 어린 서정성이 마음을 건드린다. 그가 작품 활동을 주로 했던 프로방스의 여러 도시와 파리 등을 거쳐 생을 마무리한 오베르쉬르우아즈(Auvers-Sur-Oise)의 까마귀가 나는 평원으로 갈무리하는 순서(맨 끝에는 에필로그도 있다)와 더불어 스메타나, 푸치니, 마일스 데이비스, 비발디 등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이 이러한 감동의 밀도에 큰 몫을 하지 않나 싶다. 아름다워서 더 서글픈 듯한 고흐의 쇼가 막을 내려도 끝난 게 아니다. ‘고흐’ 하면 자주 연상되는 또 다른 위대한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이 기다리고 있다.
강렬하고 고혹적인 고갱, 글로벌 최초 공개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고갱은 친한 친구 사이였던 고흐가 그와 다툼 끝에 귀를 자른 유명한 사건 덕분에 자주 회자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19세기를 찬란하게 수놓은 세기의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갱 편’이 10분가량에 그치는 단편이라는 점은 개인적으로 살짝 아쉽지만, 짧아도 ‘임팩트’에 있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고갱의 대표작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1897)를 비롯해 열대 숲에서 드러나는 타히티섬의 여인들, 사랑해마지않던 브르타뉴(Bretagne)의 시골 풍경 등 특유의 웅장하고 원초적인 강렬함을 품은 이미지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고갱 편은 그동안 샤갈, 클림트, 르네상스 거장 등 역사 속 대가들의 전시를 마련해온 컬처스페이스에서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한 콘텐츠. 어쩌면 내년께에는 한국 예술사에 획을 그은 화가의 작품 세계를 빛의 벙커 전시장을 통해 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ART+CULTURE ‘20 WINTER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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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Where to stay ‘Cool’ in Los Angeles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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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ought-Provoking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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