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정신과 모더니즘의 만남 jean luc ams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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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 2010

에디터 배미진 | photographed by yum jung hoon

오로지 클래식만을 외치는 패션이 지겹지 않은가. 클래식함을 잃지 않으면서 개성을 담은 새로운 디자인, 지금 이 시대의 패러다임에 걸맞은 신선한 백 컬렉션을 만나고 싶다면 강렬한 디자인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브랜드 쟝 뤽 암슬러(jean luc amsler)에 주목하라.


이브 생 로랑, 디올의 아트 디렉터 출신 디자이너
새로운 디자이너와의 조우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오래도록 명성을 유지하는 톱 브랜드들을 뒤로하고 굳이 새로운 디자이너를 선택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마르탱 마르지엘라처럼 자신만의 완벽한 세계를 구축했거나, 장 폴 고티에나 존 갈리아노처럼 오트 쿠튀르에 버금가는 컬렉션을 선보인다거나, 피비 파일로나 스텔라 매카트니처럼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을 만큼 대중을 사로잡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인다거나. 독특한 발음으로 언뜻 컬트 브랜드처럼 느껴지는 쟝 뤽 암슬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대 최고의 패션 하우스인 이브 생 로랑과 디올의 아트 디렉터를 거쳐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방대한 아카이브와 막강한 히스토리를 자랑하는 최고의 브랜드의 아트 디렉터를 거쳤다면 그 실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신진 디자이너와는 그 노하우와 경험의 폭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쟝 뤽 암슬러가 아트 디렉터를 역임한 두 브랜드는 1950년대 패션 역사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며 지금까지 패션계의 전설로 군림하는 브랜드다. 이 파워풀한 브랜드의 정신을 그대로 새긴 쟝 뤽 암슬러는 프랑스 에스모드 졸업 후 이브 생 로랑, 크리스챤 디올, 까르띠에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다양한 브랜드의 아트 디렉터를 거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쟝 뤽 암슬러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향수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파리와 뉴욕 버그도프 굿맨에 패션 매장을 오픈했을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다. 루브르박물관, 모스크바, 베이징, 파리, 싱가포르, 스위스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중 지난 9월 초 국내에서 2010년 F/W 컬렉션과 함께 핸드백 컬렉션을 선보이며 그 시작을 알렸다.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적인 디자인

쟝 뤽 암슬러의 의상 컬렉션을 보면 굉장히 구조적이고 강렬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갑옷을 연상케 하는 파워풀한 어깨 라인이 인상적인 여성용 드레스, 공상 과학 영화 속에 등장할법한 건축적인 디자인은 파격적이어서 클래식해 보이기까지 한다. 쟝 뤽 암슬러의 영감의 원천은 바로 건축과 조각이다.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디자인에 그대로 대입해 다른 브랜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을 구축했다. 거의 오트 쿠튀르에 가까운 쟝 뤽 암슬러의 패션 컬렉션을 보면 그의 디자인 세계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여성의 몸을 마치 건축물처럼 표현한 디테일, 조각품을 연상케 하는 드레스까지. 메탈 장식과 에나멜 소재를 활용해 남다른 디테일을 선보인 핸드백 컬렉션은 패션 컬렉션에 비해 실용성을 강조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 선보인 쟝 뤽 암슬러의 백 라인은 핸드 크래프트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일 정도로 퀄리티에 디자이너의 정신을 담았다.

앤 드뮐미스터, A.F 반데스보르트를 비롯한 주목받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뉴욕 현지 홍보 대행사이자 쇼룸인 누보(Nouveau PR)의 대표 코리나 스프링어는 “쟝 뤽 암슬러의 가방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강렬한 느낌이 들어요. 록(rock)적인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느낌이죠”라고 말한다. 독특한 형식과 완벽한 비주얼로 전 세계 매거진계의 전설로 자리잡은 비정기 매거진 <비저네어(Visionaire)>를 비롯해 패션 매거진 <V>의 책임 디렉터인 줄리 하디는 장 뤽 암슬러의 새로운 가방의 새로운 디테일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디자인이 눈길을 끌어요. 뉴욕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세심한 디자인은 쟝 뤽 암슬러의 가장 독보적인 점이죠.” 특히 크로크 엠보, 철갑상어 가죽과 같은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 백에서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이너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미래지향적인 백, 카시오페

쟝 뤽 암슬러의 백을 대표하는 디자인은 바로 카시오페(Cassiope) 라인이다. 실제로 가방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말 가볍다는 점. 수많은 장식적인 요소 때문에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가방이 대세인 요즘 이렇듯 가벼운 페이턴트 가방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스터드 느낌이 나는 리벳이 화려하게 장식된 디자인을 보면 가벼운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카시오페 라인은 이탈리아 램 페이턴트를 특수 가공한 가방 라인으로 반짝임과 가벼움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페이턴트 소재는 소가죽을 많이 사용하지만 실용성과 우아한 광택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양가죽을 사용했고 정사각형 형태의 리벳을 전반적으로 배치해 모던함과 미래적인 느낌이 가득 담았다. 토트백과 호보 백 두 가지로 출시되었는데 토트백 스타일인 사첼 백은 손으로 간편하게 들 수 있고 숄더 스트랩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다. 워킹 우먼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보 백은 비교적 사이즈가 크고 폭이 넓어 수납력이 뛰어나고 몸에 착 달라붙어 착용감이 뛰어나다. 카시오페 라인의 가방에는 모두 별도로 활용할 수 있는 파우치가 함께 부착되어 있어 클러치백으로 활용해도 좋다. 사이드와 바닥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해 어떤 각도에서든 멋지게 보이고 글로시한 램 페이턴트 가죽은 스크래치가 생기거나 모양이 변형되지 않는다. 다양한 컬러로 출시되어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새로운 가방은 무수히 많지만 올드한 디자인이 계속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끊임없는 클래식의 복제 속에 지쳤다면 건축적인 모던한 독특한 DNA를 가진 쟝 뤽 암슬러의 디자인에서 새로운 매력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문의 02-553-8722

  

 

    

 

 

    


 

designer interview
한국을 방문한 쟝 뤽 암슬러와의 인터뷰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파리에서 패션 잡지 <맥스>에 근무하는 기자가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디자이너 이영희를 만나보라고 권했고 1996년에 이영희 패션쇼의 연출을 맡게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1997년에는 파리 서커스 극장에서 개최된 이영희 패션쇼와 대우 마티즈의 론칭 행사의 아트 디렉터가 되었고 기아 자동차 쏘울(Soul)의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국 문화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창의력과 다양성, 외국 문화를 흡수하려는 오픈 마인드를 가졌으면서도 동시에 엄격함이 공존하는 문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일을 할 때마다 매우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이 느껴져서 한국 시장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브랜드에 가장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누구인지?

많은 셀러브리티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내 디자인을 사랑하는 단골 고객은 바로 피카소 손자의 부인인 마담 피카소다. 또 영화감독인 클로딘 오사도 나의 소중한 고객이다. 디자인을 할 때 주로 무엇에서 영감을 받는지? 여행과 음악, 건축, 조각에서 영감을 받는다. 특히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인데 재즈부터 힙합, 클래식, 일렉트로, 록까지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긴다.

가방 컬렉션을 새롭게 발표한 이유는?

가방과 구두는 단순히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착용한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표현할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액세서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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