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05, 2017
에디터 이지연
혁신적인 소재와 디자인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미래를 향해 가는 스위스 워치 브랜드 라도(Rado). “혁신이 멈추면 그 브랜드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하는 라도의 CEO 마티아스 브레스찬(Matthias Breschan)을 만나 라도가 일으킨 혁신과 앞으로 라도가 나아갈 방향과 전략에 대해 물었다.
1 라도 CEO 마티아스 브레스찬(Matthias Breschan).
2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타키미터 기능을 추가한 ‘라도 하이퍼크롬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타키미터’.
3 라도는 더욱 창의적인 방식으로 브랜드를 이야기하기 위해 트렌드 예측 전문가 리더바이 에델쿠르트와 함께 ‘시간의 초상’이라는 주제로 최신 컬렉션을 사진에 담아냈다.
4 미국 디자이너 샘 아모이아와 컬래버레이션해 선보인, 화려한 반짝임을 선사하는 ‘라도 트루 블레이즈’.
2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타키미터 기능을 추가한 ‘라도 하이퍼크롬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타키미터’.
3 라도는 더욱 창의적인 방식으로 브랜드를 이야기하기 위해 트렌드 예측 전문가 리더바이 에델쿠르트와 함께 ‘시간의 초상’이라는 주제로 최신 컬렉션을 사진에 담아냈다.
4 미국 디자이너 샘 아모이아와 컬래버레이션해 선보인, 화려한 반짝임을 선사하는 ‘라도 트루 블레이즈’.
Q1 라도를 생각하면 진보와 혁신, 새로움이 떠오른다. 최상의 브랜드 가치로 삼는 것은 무엇인지? 라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혁신적인 소재, 바로 ‘세라믹’일 것입니다. 이는 라도가 지난 50여 년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것에 가장 중점적으로 집중했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죠. 라도는 1986년 하이테크 세라믹 소재를 최초로 시계에 접목한 ‘인테그랄’을 시작으로 세라믹 소재를 대표하는 워치 브랜드로 상징적인 이미지를 쌓아왔으며, 신기술, 신소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라도는 시계 브랜드 역사상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영(young)한 브랜드에 속합니다. 그 때문에 라도의 탄생은 고가의 전통적인 스위스 워치메이커들과 경쟁하지 않고, 시계의 제2 파트라 할 수 있는 ‘하우징(housing)’에 중점을 두자는 철저한 전략에서 비롯되었죠. 라도는 앞서 말한 하우징,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재와 디자인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50년이 지난 현재 혁신적인 소재와 디자인이 특징인 대표적인 시계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라도를 특별하게 하는 강점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혁신적인 소재 개발에 집중할 것입니다.
Q2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라도의 모델은 무엇인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단연 하이테크 세라믹 소재의 ‘하이퍼크롬 오토 크로노’입니다. 라도의 다채로운 테크놀로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죠. 또 이 모델은 시계 제조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제품입니다. 시계업계에서 유일하게 하나의 몸체로 된(monobloc) 하이테크 세라믹 구조를 띠며, 케이스 양 측면의 스테인리스 스틸 브래킷이 케이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모노블록 구조를 만드는 데만도 굉장한 기술력이 필요한데, 하이퍼크롬 오토 크로노 워치는 하이테크 세라믹을 적용한 베젤 위에 더욱 까다롭다는 레이저 인그레이빙을 통해 타키미터 눈금을 새긴, 라도의 숙련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집약한 제품입니다. 사실 세라믹을 이렇게까지 능숙하게 다루는 시계 브랜드도 많지 않지만, 라도는 그에 비해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안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또 기존 심플한 디자인 중 새롭고 혁신적인 모델이기에 젊은 고객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Q3 수많은 디자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제품은 물론 광고 캠페인까지도 굉장히 심플하고 디자인적이다. 이러한 브랜드 DNA를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다른 시계 브랜드와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 팀을 유지하거나 디자인 요소에 투자하는 부분이 있는지? ‘디자인’은 라도를 혁신적으로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그렇기에 라도는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투자하는 편이죠. 혁신을 멈춘다면 그 브랜드는 죽은 거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라도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곤 합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란 말이 있듯이 라도는 항상 ‘혁신’을 위해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 협업해 새로운 것을 받아드릴 준비를 하는 것이죠. 되도록 이전에 시계 브랜드와 협업하지 않았던 디자이너와 작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한 제안을 하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개발할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셰이프와 컬러를 받아들이게끔 합니다. 그러한 협업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독일 출신 유명 산업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와 함께 완성한 새로운 버전의 ‘세라미카’입니다. 이번 2017 바젤월드를 통해 선보인 모델 중 미국 디자이너 샘 아모이아와 컬래버레이션해 선보인 ‘라도 트루 블레이즈’를 예로 들자면, 맨 처음 디자이너가 제안한 것은 트루 모델의 다이얼 전체를 다이아몬드로 풀 세팅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4만달러가 넘는 비용이 발생하는데, 보통 3백만원에서 5백만원 사이를 오가는 라도 제품의 평균 가격대와도 큰 차이가 나며, 무엇보다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우리에게는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고 반짝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발상과 신기술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많은 노력과 연구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갈바닉 그로스’입니다. 이것은 쉽게 말해 다이아몬드 파우더로, 다이아몬드와 동일한 광채를 구현하지만 가격은 훨씬 더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매번 새로운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은 기존에 라도가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며, 우리에게 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렇기에 라도는 그들과 함께하는 창의적인 과정을 사랑합니다.
Q4 올해는 트렌드 분석가와 함께하는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선보였다. 시계업계가 아닌 다른 분야의 인물과 협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과정에서 브랜드가 얻는 가치는 무엇인가? 라도는 그동안 혁신적인 소재와 디자인에 관한 테크니컬한 메시지만을 소비자에게 전달해왔습니다. 라도의 대표적인 세라믹 소재만 하더라도 스크래치프루프(긁힘 방지) 소재의 사용, 편안한 착용감, 안티 알레르기, 착용하는 이의 체온에 맞춰지는 온도 등 기술적인 부분만 나열한 일명 ‘콜드 메시지(cold message)’로 고객과 소통했습니다. 하지만 라도는 이러한 기술적인 메시지보다 소비자에게 좀 더 감성적으로 다가가길 원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제 시계는 더 이상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남성들에게 손목시계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해주는 수단이죠. 남성들은 보통 수트를 입습니다. 저만 해도 지금 재킷과 팬츠, 셔츠를 입었고, 조금 더 격식을 차려야 할 때는 타이까지 매야 하죠. 이러한 딱딱하고 정형화된 스타일 안에서 시계는 개개인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취향을 대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스포츠 워치를 차고 있다면, 당장 러닝머신 위를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스포츠 활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스포티한 캐릭터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죠. 이처럼 우리가 트렌드 분석가 리더바이 에델쿠르트와 함께한 것은 우리의 메시지를 좀 더 트렌디하고 젊은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올해 라도에서는 처음으로 브라운·블루·그린 세라믹 색상을 개발했는데, 이는 몇 년 전 그녀가 세상이 좀 더 ‘시(poetry)’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죠. 세상은 너무 복잡하기에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보호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컬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브라운은 땅의 색이기 때문이 그 색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고, 그 색 시계를 착용했을 때도 이와 동일한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라도의 세라믹 시계가 가볍고 흠집이 잘 나지 않으며 알레르기 걱정이 없는, 제2의 피부와도 같아 착용감이 우수하다는 테크니컬한 메시지를 에델쿠트르가 조금 더 글래머러스하고 시크하게 표현해주길 기대합니다.
Q5 오랫동안 스와치 그룹에서 일한 CEO로서 스위스 워치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스위스 시계의 강점은 굉장히 오래 가치가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바젤 페어에서 매년 우리가 평소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브랜드의 시계들이 비싼 가격을 달고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제품이 5년이 지난 후, 10년이 지난 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매우 낮죠. 하지만 스위스 브랜드 시계는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계속 그 자리를 지킵니다. 실제로 스와치 그룹에는 수백 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워치메이커 브랜드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위스 워치의 가치는 시계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위스 메이드 메캐니컬 무브먼트 기술력에서 비롯됩니다. 스위스 워치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시계에 대한 수많은 노하우가 있고, 브랜드 고유의 본질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Q6 오메가, 블랑팡, 론진, 해밀턴 등 다양한 스와치 그룹 워치 브랜드를 접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라도가 어떤 브랜드로 각인되길 원하는지? 혁신적인 기술력을 갖춘 시계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요즘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너나 할 거 없이 럭셔리를 지향하며 그 본질은 망각한 채 오로지 가격을 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라도는 스와치 그룹 내에서 위에는 오메가가, 아래에는 티쏘가 위치하기에 본연의 가격대를 지켜나가며 새로운 기술과 소재 개발에만 집중해 5년, 10년, 20년이 지나도 가치와 모습을 유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