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_<해비타트 원>展
과학기술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동시에 지구가 겪고 있는 고통은 극심해졌다. 극단적 더위와 추위, 집중호우와 가뭄, 대형 산불과 해수면 상승 등 자연을 망가뜨린 데 따른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에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은 저마다의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런 기후 위기에 직면해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모범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일찍이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를 선보였고 ‘2045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친환경 기술 개발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월 8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리는 전시 <해비타트 원(HABITAT ONE)> 역시 그 행보의 일환이다.
에콜로직스튜디오와 함께 전시에 참여한 바래스튜디오는 리서치 기반으로 작업하는 건축 스튜디오로 기술적이고 공학적으로 접근한다. ‘건축적 의미를 생성하는 동시에 물리적, 사회적 변화에 맞춰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고 밝힌 바래스튜디오는 이동식 모듈형 로봇 ‘에어리(Air(e))’를 이용해 도심 속 휴게 공간인 ‘에어 오브 블룸(Air of Blooms)’과 자체적인 결합·해체가 가능한 ‘인해비팅 에어(Inhabiting Air)’를 선보였다. 현대 건축물은 한번 지으면 반영구적이고 건설과 해체 시 많은 폐기물을 생산하기에 자연에는 결코 이롭지 않다. 바래스튜디오는 이 지점에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건축물을 상상해봤다. 두 작품 모두 장소 고정식이 아니며 필요한 만큼 크기와 형태를 변형할 수 있다. 로봇 에어리에는 태양전지 패널로 에너지를 축적해 주변 환경에 따라 공기 보호막이 수축하고 팽창하는 기술이 접목돼 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지만 단열과 방수 기능을 높이고 좀 더 세밀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개발 가능성이 열려 있다. “기술이 그 해답이다. 그런데 질문이 무엇인가?” 건축가 세드릭 프라이스(Cedric Price)의 이 말을 떠올리며 “기술 자체보다 사용 목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바래스튜디오는 진보한 기술과 변하는 사회에 걸맞은 혁신적 건축을 제안한다.
자연의 작동 원리에 주목하고 바이오 디지털 건축의 사례를 남긴 에콜로직스튜디오, 드론과 같은 현대 로봇 기술을 활용한 바래스튜디오. 완전히 다른 도구를 통해 제시하는 각자의 미래지만, 자연과 로봇, 인간이 공존하는 청사진으로서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미래의 쉘터는 알랭 드 보통이 <행복의 건축>에서 말한 ‘우리의 약한 면을 보상해주고 마음을 지탱해줄 피난처’로서의 역할을 할 것인가. 제너레이션 원이 맞이하게 될 보다 따뜻하고 안전한 미래의 풍경을 그려 본다.
2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감지해 유연하게 구성되는 바래스튜디오의 ‘에어 오브 블룸(Air of Blooms)’. 하늘을 향해 설치된 태양전지 패널이 스스로 에너지를 축적해 공급한다.
3 에콜로직스튜디오의 ‘호루투스 XL 아스타잔틴.g(H.O.R.T.U.S. XL Astaxanthin.g)’는 산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구멍 사이에 채운 알게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해낸다.
4 ‘인해비팅 에어(Inhabiting Air)’는 이동식 모듈형 로봇 에어리(Air(e))가 결합되고 해체되어 주변 환경과 지형에 알맞게 형태를 만든다.
※ 1~4 이미지_현대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