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01, 2022
글 고성연
저명한 미술비평가 존 버거는 사진이 ‘진실의 몫’을 담고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그 진실이란 사진에 실재하는 것에 대해서만큼이나 거기에 부재하는 것에 대해서도 뭔가를 밝혀주는 법인데, 이런 진실의 몫이 지닌 성격과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한 다채로운 예술의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줄지어 열리고 있다. 사진계 거장의 면모를 만끽할 수 있는 사울 레이터, 어윈 올라프 등의 전시가 요즘 큰 인기와 관심을 누렸는데, 저마다 다른 결로 올 상반기를 수놓고 있는 또 다른 전시 콘텐츠를 소개한다.
1 사진과 조각, 공간 연출이 어우러져 하나의 커다란 촬영 세트장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아워세트_아워레이보 X 권오상>展의 세트 2 전시 모습. 권오상의 대표작인 ‘데오도란트 타입’ 작품이 전통적인 조각상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아워레이보의 화려한 조명 연출 방식을 만나 패션쇼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2 세트 9 설치 전경. 자작나무 판 위에 이미지가 담긴 나무판을 쌓아 올리는 콜라주 같은 형태로 완성하는 ‘릴리프(Relief)’ 연작과 독특한 공간 연출이 만난 세트 연작을 선보였다. 서로 연결성이 없는 이미지를 중첩해 평면으로 완성된 작품은 아워레이보의 연출과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3 슈퍼카를 본뜬 작품 ‘더 스컬프쳐 4’(2005~2015)를 좌대가 아니라 검은색 카펫 위에 선보여 ‘사물’로 인식되도록 유도한 세트 1 모습.
이미지 제공_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이미지 제공_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아워세트: 아워레이보 X 권오상>_아트스페이스광교
알렉스 프레거의 사진과 영상 작품이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킨다면, 지난 2월 말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시작된 <아워세트: 아워레이보 X 권오상>展은 아예 세트 형식으로 구성된 ‘판’을 벌였다. 사진과 조각, 공간이 만난 9개의 세트가 하나의 커다란 촬영 세트장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전시다. ‘사진 조각’이라는 자신만의 작업 방식으로 잘 알려진 권오상 작가와 미술을 바탕으로 한 감각적인 공간 연출로 부각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레이보(OURLABOUR)의 협업으로 빚어진 터라 ‘우리의 세트(Our Set)’라는 표현을 전시 제목으로 붙였다. 미술계에서 통상적으로 공간 연출은 커튼 뒤에서 박수를 받는 경향이 짙은데, 이처럼 아워레이보를 독자적인 브랜드로 전면에 내세워 권오상의 작업과 공간이 만나는 전시장 자체를 또 다른 예술 작품처럼 선보인 시도가 돋보인다. 아워레이보는 다양한 창작자가 모인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리움미술관의 재개관을 장식한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 국립현대미술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년 전시(문경원 & 전준호 작가) 등을 맡으며 활약하고 있다. 이번 협업전에서는 사진을 콜라주 기법으로 이어 붙여 만든 가벼운 조각 작업인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로 두각을 나타낸 이래 꾸준히 확장을 꾀하고 있는 권오상 작가의 작품 35점이 9개의 세트에 나눠 선보이는데, 각각의 세트마다 아워레이보의 공간 연출이 더해졌다. 예컨대 권 작가의 대표적인 데오도란트 작품들이 아워레이보의 눈길을 잡아끄는 조명 연출과 만나 마치 패션쇼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식이다. 무료 관람.
전시명 <아워세트: 아워레이보 X 권오상> 전시 기간 2022년 5월 22일까지 홈페이지 http://suma.suw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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