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F/W Trend Report for women &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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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6, 2023

에디터 성정민

흑인 인어공주가 등장하는 시대. 인종, 나이, 성별 등 모든 것을 초월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흐름이 패션계에도 가득한 한 해였다. 밀라노, 파리, 뉴욕 등 할 것 없이 빅 브랜드들의 한국 셀럽 초청 열풍으로 동양인 셀럽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남성복 쇼에서 유난히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스커트나 탱크 톱이 눈에 띄었다. 또 여전히 복고적인 무드의 Y2K 트렌드가 지속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basic)’라는 ‘올드 머니 룩(old money look)’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 & 올드(Young & Old)를 넘나드는 지금 이 순간, 2023 F/W 트렌드 하이라이트.




Trend 1_ New Working Woman

New Working Women_BOTTEGA VENETA
이번 컬렉션 쇼에서 많이 보인 룩은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오피스 룩이다. 하지만 지난 팬데믹에서 트렌드로 떠오른 ‘원마일웨어 룩(one-mile-wear look)’과는 사뭇 다른 경향을 보인다. 더 격식 있고 포멀한 느낌의 재킷, 베이식한 트렌치코트와 팬츠 등 어디든 입고 다닐 수 있지만 클래식한 아이템에 주목했다. 다시 테일러링에 집중하는 듯한 경향도 엿볼 수 있었는데, 보테가 베네타부터 폴 스미스, 셀린느, 르메르 등까지 옷의 실루엣과 선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소재에 대해서도 ‘나만 아는 럭셔리’에 집중해 캐시미어나 레더 등 고급 소재에 좀 더 중점을 두었다. 일상에서도 럭셔리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올드 머니 룩 패션의 일환인 듯하다.

Trend 2_ Like a Balloon
(왼쪽)Like a Balloon_RICK OWENS

(오른쪽)Like a Balloon_PRADA
이번 컬렉션에서 유독 두드러진 실루엣 중 하나는 풍선처럼 부푼 형태다. 바람을 빵빵하게 넣은 듯한 패딩은 물론 프라다에서는 패딩이 아닌 소재를 풍선처럼 부풀려 연출하기도 했다. 올겨울에는 누가 더 짧은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했던 작년의 숏 패딩 열풍 대신 누가 더 빵빵한지 경쟁하게 될 듯. 디스퀘어드2에서는 근육질 몸매처럼 팔 부분을 빵빵하게 연출했으며, 릭 오웬스에서는 풍선을 몸에 두른 듯 독특한 실루엣을 선보였다. 사카이와 베르사체에서는 너무 빵빵해서 어깨선조차 사라진 듯한 패딩을, 루이 비통에서는 패딩이 아닌 다른 소재로 이루어진 풍선 같은 아우터로 근육맨을 완성했다. 언뜻 우주복 같기도 한 이런 볼륨감은 어쩌면 곧 현실이 될 우주여행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은 덤.


Trend 3_Gender Fluid
(왼쪽)Gender Fluid_ETRO

(오른쪽)Gender Fluid_COACH
패션에서 성별을 구분하는 현상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나 아직도 여성과 남성의 의류 카테고리가 나눠지는 것은 사실. 하지만 알렉산더 맥퀸부터 지방시, 에트로, 미우미우까지, 지난해 말 톰 브라운 쇼에 등장했던 치마를 입은 남성들이 다시 대거 등장했음은 물론 숏 팬츠와 튜브 톱 등 여성복에 대한 탐미가 더욱 다채로워졌다. 민트나 연보라, 연핑크 등 여성스러운 느낌의 컬러도 다수 등장했다. 이제 정말 패션에서 남녀 간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질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Trend 4_Hourglass Silhouette

Hourglass Silhouette_TODS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룩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클래식하고 우아한 실루엣이 트렌드로 떠오르는 중. 그에 따라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아워글라스 실루엣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 1950년대 디올의 뉴 룩으로 대표되는 우아한 아워글라스 실루엣은 2023년으로 들어서면서 한층 더 세련된 무드로 변모했는데, 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디올에서는 허리선을 강조하고 짧은 재킷에 풍성한 A라인 스커트를 매치한 스타일링으로 특유의 여성스러운 무드를 가미한 실루엣을 선보였다. 질 샌더에서는 미니멀한 레더 톱으로 잘록한 허리가 드러나도록 해서 개성 있는 아워글라스 실루엣을 표현했다. 알렉산더 맥퀸이나 발렌티노의 경우 파워풀한 숄더 재킷으로 상대적으로 들어간 허리 라인이 돋보이게 연출해 여성의 굴곡진 몸을 보여줌과 동시에 여성의 파워를 강조하기도 했다.
Trend 5_No Dress, Yes Coat
No Dress, Yes Coat_MAX MARA

다시 옷장에서 발목까지 오는 혹은 바닥을 쓸 듯한 롱 코트를 꺼내 입어야 할 듯하다. 2023 F/W 컬렉션 런웨이에서는 롱 코트가 빛을 발했다. 남녀 컬렉션 할 것 없이 긴 빅 코트를 선보였는데, 어깨는 반드시 각이 지고 커야 한다. 막스마라부터 생 로랑, 지방시, 스텔라 맥카트니, 루이 비통, 토즈, 질 샌더, 보테가 베네타 등 울뿐 아니라 레더, 캐시미어까지 각자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드레시한 코트를 보는 재미가 있는 2023 F/W 컬렉션이었다.

Trend 6_Check Point

Check Point_DIOR
이번 런웨이에서는 유독 체크 패턴의 의상이 눈에 띄었다. 현대적인 느낌의 체크라기보다는 좀 더 빈티지한 무드의 체크라는 것이 특징이다. 잔잔한 체크부터 큰 체크뿐 아니라 다양한 색조와 버전을 응용한 새로운 방식의 체크까지, 더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특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떠났지만,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타탄체크가 디올, 에트로, 버버리와 생 로랑까지, 다양한 쇼의 런웨이를 메우며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다채로운 룩으로 선보여 눈을 즐겁게 했다. 어떤 실루엣에 녹이는지에 따라 클래식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스트리트 무드와도 잘 어울리는 체크야말로 패션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아닌지.
Trend 7_Red All Over
Red All Over_HERMÈS

지난해 발렌티노 핑크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면 올 하반기에는 모든 컬렉션에서 올 레드 의상을 하나둘씩 선보였다. 발렌티노 역시 레드 카드를 꺼내 들었음은 물론이다. 브랜드 대표 컬러가 레드인 페라가모를 포함해 에르메스, 프라다까지 전부 레드 파도에 몸을 실었다. 같은 빨간색이더라도 농도와 채도에 따라 스펙트럼이 다양하듯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돋보이는 레드는 단연 선명하고 채도 높은 스켈렛 레드다. 우아한 드레스부터 포멀한 재킷과 스커트 셋업, 코트, 니트까지 다양한 레드 컬러의 의상을 보는 것도 이번 컬렉션의 관전 포인트.

Trend 8_Temptation of Lingerie

Temptation of Lingerie_GUCCI
이제 속옷에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시스루’ 트렌드와 바지 위에 속옷 하의의 선이 드러나도록 스타일링하는 트렌드에 이어, 아예 속옷까지 특별한 디자인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 구찌나 보테가 베네타 쇼에서는 니플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마이크로 브라가 등장했다. 돌체앤가바나와 디스퀘어드2는 시스루로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브리프에 포인트를 주어 강조했다. 이제 속옷까지 패셔너블한 것으로 선택하는 게 진정한 패셔니스타의 애티튜드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지. 혹은 좀 더 과감하고 당당해진 요즘 세대의 패션을 반영하는 듯도 하다.
Trend 9_Flowers in Bloom
Flowers in Bloom_CHANEL

올해는 많은 디자이너가 꽃과 사랑에 빠진 듯하다. 특히 눈에 띄는 모티브가 바로 꽃이었기 때문. 대신 이전처럼 프린트를 활용한 플라워 패턴이 아닌 한 땀 한 땀 꽃 모양으로 완성한 코르사주를 옷에 부착한 것이 특징이다. 프라다에서 대거 등장한 플라워 코르사주 스커트부터 샤넬 쇼에서 선보인 샤넬의 상징과도 같은 까멜리아를 코르사주로 만들어 잔뜩 붙인 의상까지. 에트로와 질 샌더에서도 각자만의 스타일의 꽃을 코르사주로 제작해 의상 전체에 붙여 장식했다. 올 가을, 겨울은 이런 코르사주 덕에 그리 춥지만은 않을 듯하다.

Trend 10_ No Pants, No Problem

No Pants, No Problem_MIU MIU
캔달 제너가 작년 말부터 스트리트에서 선보인 노 팬츠 패션. 그 당시만 해도 ‘저렇게 입고 다닐 수 있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이 무색하게도 2023 F/W 컬렉션 런웨이에는 팬츠를 생략한 모델이 대거 등장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미우미우. 팬츠를 과감히 생략한 대신 타이츠와 속옷은 더욱 화려해졌다. 컬러풀한 타이츠를 보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 로에베는 남녀 가릴 것 없이 팬츠를 생략했으며, 지방시는 빅 사이즈 재킷을 팬츠 없이 연출했다. 과거 하의 실종 패션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미우미우나 비비안 웨스트우드에서처럼 팬츠 대신 브리프를 밖으로 드러낸다는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기도 하다. 이 역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트렌드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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