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로 쏠리는 미술계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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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4, 2024

글 고성연

Kiaf SEOUL X Frieze Seoul 2024


세계 아트 페어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브랜드 프리즈(Frieze)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키아프(Kiaf)와 손잡고 서울을 중심으로 강렬한 아트 신을 만들어낸 지도 수년이 흘렀다. 어느덧 3회를 맞이한 프리즈 서울, 그리고 프리즈와 공동 티케팅 등 협업 구도를 꾸리고 있는 키아프 서울이 올가을에도 코엑스(COEX) 전시장에서 펼쳐진다(9월 4일 프리뷰 세션을 시작으로). 자본과 취향의 세련된 어우러짐이 이끌어내는 수요를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 장터인 아트 페어는 도시를 성장시킬까? 어떤 맥락에서의 ‘성장’일까? 그동안 완연히 바뀐 미술 시장의 ‘판’을 바라보자면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도시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트 페어에도 분명 수명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섬세하게 짜인 거미줄처럼 복잡다단하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시장 네트워크에서 손익의 명암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브랜딩 차원에서 자주 나오는 문구인 ‘아트 비즈니스’의 무대가 아닌 ‘도시 축제’로 꾸려갈 만한 국내 주자들의 의지와 역량은 입증된 듯하다. 시장의 등락을 겪어내며 크고 작은 갤러리가 고군분투하고 있고, 특히 메세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 미술계 다양한 기관이 9월 아트 주간을 전후로 선보이는 공간과 콘텐츠의 위용은 해마다 세를 더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것 아니냐는 농담조의 발언이 나올 만큼 수준 높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보인다(올가을에는 광주와 부산에서 비엔날레가 열려 존재감을 배가하는 느낌이다). 다만, ‘객’이 떠나가더라도 국제적인 브랜드 파워를 영리하게 키워나가는 해법을 미리 고민해야 할 시점이긴 한 것 같다. 이 같은 배경에서 메세나와 아트 마케팅 사이에서 화려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기업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공간을 꾸리고 있는 주요 사례를 소개한다.



Leeum X Hoam Museum of Art

오늘날 세계 주요 도시 어디를 가든 ‘기업’의 투자나 기부를 배제한 아트 신을 보기 어렵다.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문화 예술에 대한 기업의 후원을 뜻하는 메세나 활동이든, 몇 수를 내다보는 브랜딩 전략 차원에서의 활동이든, 아니면 슈퍼 리치들의 취향이 담긴 투자든 말이다. 이런 흐름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예산의 제약에 시달리는 공공 영역의 볼멘소리가 늘 나올 만큼 현대미술 대가들의 작품 가격이 워낙 만만치 않기에 다양한 동시대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수준이 보장되는 전시라면 반가워하지 않기가 외려 힘들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잘 알려진 미술품 기증으로 미술계에서 삼성의 브랜드 파워는 대중적으로도 압도적으로 커졌지만 이미 이 생태계에서는 오랫동안 리움과 호암이라는 존재가 버텨왔다. 특히 긴 겨울잠을 잤던 리움이 2021년 기지개를 켜고 다시금 활발한 행보를 보인 덕에 이듬해인 2022년 프리즈(Frieze) 아트 페어가 입성했을 시기에 든든한 플랫폼 역할을 할 사립 미술관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고미술과 근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빼어난 소장품은 물론 동시대를 상징하는 뛰어난 작가들을 아우르는 기획을 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미술관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가을, 아트 주간에는 김범과 강서경 같은 현대미술가들을 소개했던 리움은 올해는 베이징 UCCA와 손잡고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러브콜을 쏟아내는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Anicka Yi) 개인전을 연다.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There Exists Another Evolution, But In This One)>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첨단 기술과 생물학을 융합해 비인간 지능을 탐구하는, 실험적이기도 하고 특유의 미적 감성을 지닌 아니카 이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짙은 녹음과 잔잔한 호수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은 용인 호암미술관은 지난해 내부 레노베이션을 거쳐 다시 문을 열었는데, 이번 아트 주간에는 독특한 감성의 회화로 동시대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40대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개인전 <더스트(DUST)>를 선보인다. 작가 특유의 감성이 도드라지는 파스텔화를 비롯해 전시장 벽에 그린 대형 벽화를 포함한 신작을 전시하며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까지 활용한 ‘설치 미학’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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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니카 이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일정 2024년 9월 5일(목)~12월 29일(일)
장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웹사이트 www.le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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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DUST)>
일정 2024년 8월 31일(토)~2025년 1월 19일(일)
장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562번길 38
웹사이트 www.hoammuseum.org



APMA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 숲’에서 고요함을 간직한 건축을 의도했다는 설계자(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주장처럼,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균형 잡힌 절제미를 품고 있다. 독립된 건축물이 아니어서 행인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는 없지만 이 사옥 안에는 현대미술관인 아모레퍼시픽미술관(Amorepacific Museum of Art, APMA)이 자리하고 있다. 2018년 멕시코 태생의 캐나다 출신 작가 라파엘 로자노-헤머(Rafael Lozano-Hemmer)의 미디어 아트 전시 전을 시작으로 한국 고미술 소장품 전시와 더불어 동시대 미술계를 수놓고 있는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해온 이 미술관은 올가을 또 하나의 대형 기획전인 를 내놓았다. 1995년 결성된 북유럽 출신의 아티스트 듀오인 엘름그린 & 드라그세트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고착화된 사회·정치적 구조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왔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표방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집, 수영장, 레스토랑을 비롯해 주방, 작가 아틀리에까지 총 다섯 곳의 대규모 공간 설치 작업을 비롯한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상상하기 쉽지 않은 규모와 형태의 설치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같은 건물 1층에 자리한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는 세계적인 화랑 가고시안 갤러리의 한국 첫 전시인 데릭 애덤스 개인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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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lmgreen & Dragset: Spaces>
일정 2024년 9월 3일(화)~2025년 2월 23일(일)
장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웹사이트 https://apma.amorepacific.com



송은(SONGEUN)

팬데믹 기간에 서울의 아트 신이 빛을 발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송은의 등장이었을 것이다. 국내 미술계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지녀온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개관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는데,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건축계 브랜드로 꼽히는 HdM(헤어초크 & 드 뫼롱)의 국내 첫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건축 듀오 중 피에르 드 뫼롱을 만났을 때 그는 ‘숨어 있는 소나무’를 뜻하는 ‘송은(松隱)’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건축물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건축주로서 명료하고 일관된 디자인 제안을 건넸다는 점에서 송은문화재단을 운영하는 ST인터내셔널(舊 삼탄)의 태도를 칭찬하기도 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더욱 견고해지고 아름다움이 부각될 것”이라는 HdM의 파트너 마틴 크누젤의 말처럼 점차 여물어가고 있는 이 공간에서 올가을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슈퍼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 전시 이 열린다. 생 로랑(Saint Laurent)의 모기업 케어링(Kering) 그룹의 창립자이자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의 소유주인 프랑수아 피노는 베니스의 수려한 전시 공간 두 곳과 더불어 프랑스 파리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에 ‘피노 컬렉션’을 위한 미술관을 꾸리고 있다. 이미 2011년 아시아 최초로 피노 컬렉션 일부를 공개했던(구 송은 아트스페이스) 송은은 13년 만에 다시 한번 한국 관람객들에게 피노 컬렉션 전시를 선사한다. 파리 개관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번 전시는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 뤼크 튀망(Luc Tuymans), 피터 도이그(Peter Doig), 플로리안 크레버(Florian Krewer), 세르 세르파스(Ser Serpas), 루돌프 스팅겔(Rudolf Stingel), 리넷 이아돔-보아케(Lynette Yiadom-Boakye), 얀보(Danh Vo) 같은 작가들의 걸작(6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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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
일정 2024년 9월 4일(수)~11월 23일(토)
장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41
웹사이트 https://songeun.or.kr



LIFEPLUS

갤러리바톤, 타데우스 로팍 서울, VSF 등 유수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또 다른 구역인 서울 한남동 독서당로에서는 짧은 기간이지만 풍부하고 강렬한 콘텐츠를 품은 전시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다채로운 면면을 지닌 5개 전시를 한데 선보이는 <살롱한남 2024>가 한화손해보험 한남 사옥(구 리플레이스 한남)에서 11일 동안(9월 4일~14일) 열린다. 한화 금융 계열사의 공동 브랜드인 라이프플러스(LIFEPLUS)가 주최하는 이 특별 전시 프로젝트는 과거 유럽에서 문화 예술 애호가들이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작품을 수집하며 후원하는 사교 모임이자 장소인 살롱 문화에 대한 오마주를 바탕으로 5개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 첫 번째 전시 <일상 자연(Everyday Nature)>은 휘트니 미술관 출신 큐레이터 크리스토퍼 류와 그의 동료 콜 에이커스, 맹지영이 기획하고, 이미지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의 관계를 탐구해온 3명의 작가(데이비드 하트, 해롤드 멘데즈, 박예림)가 참여한 그룹전이다. 이어 <데본 턴불: 수퍼내츄럴 #1(Devon Turnbull: Super Natural #1)>은 ‘스피커 조각가’라는 흥미로운 수식어를 지닌 브루클린 기반의 아티스트 데본 턴불의 아티스트 룸으로 꾸몄다. 직접 제작한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Hifi Listening Room Dream No. 1’을 설치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로 이번 전시에서 범상치 않은 음악 감상의 기회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 국내 뮤지션들이 전시 기간 동안 리스닝 세션을 진행한다고. 세 번째 전시 공간은 이탈리아-영국 디자인 스튜디오 지오파토 & 쿰스가 한국의 봄에서 영감받아 만든 설치 작품을 보여주는 아트리움 <경이로움이 만개한 숲(A Forest of Blossoming Wonders)>으로 발렌티나 부찌가 기획했다. 그리고 현대미술 갤러리 샹탈 크루젤, 펫젤, 레겐 프로젝트, 리슨 갤러리와 협업해 기획한 네 번째 전시인 <살롱플러스>는 전통적인 매체의 미술 작품이 여러 디자이너 가구와 어우러진 공간을 연출해 추상과 미니멀리즘, 평면과 입체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매업체 소더비와 손잡고 조성한 <상상적 세계: 여성 초현실주의>는 프리다 칼로, 레오노라 캐링턴, 레메디오스 바로 등 멕시코를 중심으로 활동한 초현실주의 여성 작가 7인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라이프플러스 트라이브(LIFEPLUS TRIBES) 앱을 내려 받아 인증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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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롱한남 2024>
일정 2024년 9월 4일(수)~14일(토)
장소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29길 5-6
웹사이트 https://salonhan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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