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IT 기업에는 위대한 기업 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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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1, 2011

글 김정남(IT 전문 멀티 라이터, http://itthreekingdoms.com) | 일러스트 김상인

독특한 기업 문화는 그 회사의 개성을 대표하는 동시에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최고의 반열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파격적인 기업 문화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기업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당연히 사람이다. 특히 IT 기업은 뛰어난 인재 한 명이 1백 명에서 2백 명의 역할을 해내기 때문에 인재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훌륭한 인재를 잔뜩 모아두었다고 해서 그 기업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인재들이 팀워크를 유지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기업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한다. 실제로 세상을 움직이는 IT 기업을 살펴보면 각 회사마다 독특한 기업 문화가 확립되어 있다. 요즘 잘나가는 페이스북에는 해카톤 문화가 있다. 해카톤(hackathon)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결론이 날 때까지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는 일종의 끝장 토론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고취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추진하고자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인 해카톤을 적극 권장했다. 해카톤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관계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피자와 음료수 등을 먹으며 즐겁게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회의가 되었다.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해카톤은 며칠 동안 진행되기도 하는데, 이 회의야말로 페이스북의 창조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 1위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HP는 이른바 ‘HP WAY’를 통해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기업 문화를 잘 정착시킨 대표적인 회사다. HP의 기업 문화 중의 백미는 현장 순회 경영. 관리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관계자들과 직접 이야기하는 매니지먼트 방식이다. 현장 순회 경영은 회사의 관리자와 개발자가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친근한 관계를 맺도록 하고,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HP WAY의 핵심 문화이다. 세계 1위의 게임 회사인 닌텐도는 ‘밥상 뒤집기’ 문화가 있는데, 개발 중인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밥상 뒤집기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닌텐도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뿌리를 제공한 인텔의 평등 문화

이렇듯 IT 기업에는 직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평등 문화가 존재한다. 이러한 평등 문화가 시작된 곳이 바로 인텔이다. 인텔의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내고 나중에 인텔의 CEO에까지 이르는 앤디 그로브는 회의 분위기에 불만이 많았다. 토론이라고 하는 것들이 사실 알고 보면 직위가 높은 임원의 의사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라고 해도 직원들은 자신의 상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문제는 회사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 올라온 신선한 아이디어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기존의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임원들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채택된다는 것이었다. 혁신이라는 것은 기존의 고정관념과 성공 방식을 깨는 데있다. 회사의 임원들 역시 과거 분명 새로운 혁신을 추진해 성공하고 승진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려는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이 성공했던 방식을 고집하기 마련이다. 만약 회사의 고위 임원들의 의견에 의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좌지우지된다면 그 회사는 과거에 갇혀 있게 되고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앤디 그로브는 회의가 회사 임원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직원 누구라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관철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의 중에는 모두들 계급장을 떼놓고 일반 직원과 임원 사이에도 전쟁 같은 토론과 논쟁을 벌이는 ‘건설적인 대립’을 유도하기 위해 앤디 그로브는 일부러 회의를 도발적으로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앤디 그로브가 생각한 건설적인 대립은 일어나지 않았고, 일반 직원들은 임원들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회의실에서 아무리 자유롭게 이야기하라고 해봐야 일반 직원들이 그 말을 그대로 들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결국 앤디 그로브는 회의실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에 평등한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인텔의 모든 직원이 평등하다는 의미에서 임직원 간의 차별을 없애버렸다. 임원용과 직원용이 따로 마련되어 있던 주차장을 모두 평등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앤디 그로브는 CEO가 되어서도 전용 주차장이 없어 두세 바퀴를 돌며 주차 공간을 찾아야 했다. 또 임직원들이 일하는 공간도 두 평 남짓한 공간으로 똑같이 배치해 평등을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인텔에는 평등 문화가 자리 잡았고, 회의에서도 직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치열한 논쟁을 펼치는 건설적인 대립이 일어났다. 건설적인 대립은 인텔이 마이크로 프로세서 분야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일으키고 사실상 사장을 독점하는 데 필요한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미식축구 문화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승부욕의 화신으로 유명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한다는 점에서 시험을 좋아했는데, 그가 여러 시험에서 1등을 한 이유에 대해 그의 아버지는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 덕분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빌 게이츠의 승부욕은 매년 별장에 서 여름마다 다른 가족들과 함께 치른 치리오 올림픽으로 더욱 커져갔다. 치리오 올림픽은 가족 간의 친목과 유대감을 다지기 위한 행사였는데, 테니스, 수영, 수상스키 등 각종 스포츠 종목을 겨루는 가족 대항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 행사를 통해서 빌 게이츠는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기르고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더욱 키울 수 있었다. 강한 승부욕의 소유자인 빌 게이츠의 성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문화에도 그대로 반영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문화는 승리를 위해서 격렬하게 온몸으로 부딪히고 뒤에서 서슴없이 태클을 거는 미식축구와 같은 과격함이 있다. 빌 게이츠는 일부러 욕설이 담긴 말로 상대를 시험하는데, 여기에 하버드대학교 미식축구 매니저였던 스티브 발머는 야구 배트를 흔들면서 부하 직원들의 두려움을 극대화한다. 미식축구에서는 선수들의 승부욕과 투쟁심을 자극하기 위해 라이벌의 사진과 말을 로커 룸에 걸어놓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직원들의 동기를 자극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팟에 대항해 준을 만들때 개발 책임자였던 제이 알라드는 2백30명의 직원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미학이 전혀 없다고 비웃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이메일로 첨부하면서 스티브 잡스가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다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이러한 도발적인 방법은 제이 알라드만 사용한 것은 아니다. MS워드의 책임자였던 제프 레이크스(Jeff Raikes)는 당시 라이벌 상품이었던 워드퍼펙의 개발 책임자인 피트 피터슨의 가족사진을 책상에 올려놓고는 경쟁심을 키웠다고 한다. 경쟁자의 가족사진까지 올려놓고 승부욕을 자극한 덕분인지 MS워드는 경쟁 제품인 워드퍼펙을 물리치고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미식축구 문화는 분명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승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가지게 함으로써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넷스케이프와 경쟁할 당시 승리에 대한 욕심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내에서는 경쟁사를 무너뜨리겠다는 자극적인 말이 오갔다. 심지어 넷스케이프의 산소통을 끊어버리겠다는 메모도 나돌았다. 이러한 회사 내부의 메모들은 나중에 반독점법 재판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

 

구글의 대학 연구실 문화

스탠퍼드 대학원생이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창업한 회사답게 구글에는 대학원의 연구실 문화가 남아 있다. 연구실에서 일하는 대학의 교수들은 업무에 20%는 기존 업무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연구할 수 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연구실의 이러한 문화를 구글에 접목했다. 구글에서는 업무 시간의 20%는 상사의 명령 없이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20%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아래에서부터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구글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것에 열정을 쏟아야만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0% 타임 프로젝트를 도입했고, 이를 직원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다. 20% 프로젝트는직원들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회사의 인재들이 구글을 떠나지 못하도 록 만드는 매력적인 기업 문화이기도 하다. 구글에서는 직원들의 20%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자금과 인력를 지원했는데, 이러한 노력 덕분에 현재 구글을 대표하는 서비스인 구글 애드센스와 구글 뉴스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구글은 회사 전체를 놀이터처럼 만들어놓았다. 휴게실에는 장난감과 게임기는 물론이고, 마사지 의자와 피아노 등 직원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물건 등이 갖춰져 있다. 또 회사의 냉장고에는 신선한 과일과 주스가 꽉꽉 차 있고 원하는 과자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구글 플렉스에는 특급 요리사가 점심을 무료로 제공한다. 회사 안에는 최고의 목욕탕 시설과 마사지실도 완비되어 있어 직원들에게 최고 인기를 누린다. 또 구글 플렉스 앞의 넓은 마당은 직원들끼리 단합을 위해서 하키와 같은 게임을 하는 데 자주 이용된다. 롤러 블레이드나 자전거도 인기 아이템이다. 구글 플렉스 마당에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롤러 블레이드로 운동하는 것은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아무 걱정 없이 회사에 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구글은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구글이 이렇게 즐거운 놀이터 같은 회사를 추구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그만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로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곳이기 때문에 구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신선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기’ 문화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 내세운 슬로건이었다. 다르게 생각하기는 애플이 달라졌음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만든 말이었지만, 이는 스티브 잡스가 기업 문화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은 과거와 같은 혁신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발상의 전환을 꾀하고 좀 더 독창적인 생각을하도록 다르게 생각하기를 격려했다. 다르게 생각하기는 과거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만들 때 외친 ‘해적 정신’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군은 무엇인가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존의 가치와 고정관념에 얽매이기 쉽다. 반면 해적은 기존의 관습을 타파하고 새롭고 신선한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세상을 탐험한다. 해적들이야말로 기득권에 대한 저항 정신으로 가득 찬 스티브 잡스에게 창조적 파괴에 대한 좋은 영감을 제시했다. 고정관념을 타파하겠다는 스티브 잡스의 해적 정신은 당시 그가 책임졌던 사업부의 모토가 되었다. 그리고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회사 건물 위에 해적 깃발을 달고 이른바 해적 정신으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스티브 잡스의 팀원들은 ‘해적이 되자’라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근무할 정도였다. 이러한 해적 정신 덕분에 컴퓨터의 가장 혁명적인 변화 중 하나로 꼽히는 매킨토시가 등장할 수 있었다. 해적 정신을 계승한 ‘다르게 생각하기’는 새로워진 애플을 대표하는 기업 문화가 되었고, 도산 위기에 처했던 회사가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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